화이트 랩소디

White Rhapsody展   2020_0401 ▶︎ 2020_0527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경태(사진)_신현정(설치)_여다함(향, 설치) 주세균(도자, 설치)_최고은(조각, 설치)

협력기획 / 조주리 공간디자인 / 정이삭(에이코랩) 협력연구 / 외부입력(Ex/In)

자문 김보연(전통직물연구, 섬유예술박사수료) 목수현(미술사)_배형민(건축이론 및 기획) 이승원(국문학, 근대시각문화연구)_이진경(작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우란문화재단 우란1경 WOORAN FOUNDATION ART SCAPE 1 서울 성동구 연무장7길 11 1층 Tel. +82.(0)2.465.1418 www.wooranfdn.org www.facebook.com/wooranfdn

『화이트 랩소디 White Rhapsody』는 백색에 관한 전시다. 그 출발은 오랫동안 민족 색채로 작동되어 온 백색의 면모를 지금의 시각에서, 다양한 감각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백색을 에워싼 집단의 서사와 합의된 시선을 개별화시키고 부분을 해체하여 바라보고자 한다.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색채가 아니라 여러 단계의 문화적 굴절과 의미화를 거쳐 성취해 낸 시대의 표피이자 집단의 안면으로써 백색을 인식했던 까닭이다.

화이트 랩소디展_우란문화재단 우란1경_2020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들을 몇백 년에서 몇 년 단위의 마디로 쪼개어, 백색의 궤적을 좇다 보면 때 묻은 삶의 정경들과 하얗게 표백된 언어 사이에서 자주 길을 잃게 된다. 야트막한 탐색과 상상력에 기대어 시공의 틈과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전시의 형질을 채워나가고 매무새를 가다듬는 과정에 못지않게 자꾸만 되묻고, 다가올 질문들을 예비하는 시간이 길어졌던 이유다. 하나의 미적 담론으로써 백색의 문화사가 구축되고, 재맥락화되는 과정을 좇는 일은 백색의 자리와 그것에 의해 지워진 자리를 함께 가늠해 보는 일이다. 나아가, 시각적 외형뿐만 아니라 온도와 촉감, 빛과 향과 같은 다중적 감각을 통해 백색에 다가서는 일은 기획 주체의 과제이자 전시의 실질적 구심체인 창작자와 연구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견인하는, 모두의 일이 되었다.

김경태_Light Room Genie 11W_잉크젯 프린트_140×105cm_2020

전시는 백색이 표상해 온 상징적 의미와 이론화의 역사를 전시품을 통해 증거하는 일에만 골몰하지 않는다. 또한 백색 사물의 시각적 계보 형성을 통해 '한국적인' 혹은 '전통적인' 어떤 것으로 정전화시키는 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였다. 그보다는 전통 공예와 유물, 탈속의 미술품과 일상의 물질문화가 병존하는 세계에서 선택적으로 이루어진 백색'화'의 과정을 따라가는 일에 무게를 두고자 하였다. 다만, 그 안에서 기획적 서사와 작업들의 함의가 어느 지점에서라도 서로 만나 공명하기를 바랐다. ● 한편, 백색에 관한 민족주의적 시선과 미술사적 담론으로부터 차츰차츰 멀어지는 동안, 다양한 발견들이 도출되었다. '우리'와 '민족'이라고 명명한 결계 안에서 누군가에 의해 선별, 강화되며 때로 연출된 백색 풍경에 서늘한 시선을 던져보는 것은 집단의 담론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발견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신체, 그것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일상의 사물들과 삶의 경관, 국가 단위의 사건 등으로 시선을 넓혔다가 질료 단위의 미시적 세계로 좁혀 보기도 했다. 그 안에서 마주한 백색 군중과 개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백색이 구사하는 다채로운 분신술을 목격할 수 있었다. ● 전통과 당대성, 식민과 탈식민, 로컬과 글로벌, 노동과 수행, 공예적 완결성과 산업적 미감과 같은 극점들을 오가다 보면 백색에 대한 발견과 질문들이 조밀하게 나뉘고 다시 증식해 나간다. 연결되는 물음표 사이를 서성이며, 다른 성격의 질문을 던져본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그때의 '흰'과 여기의 '흰' 것들, 우리의 세계와 나의 일상과 어떻게 이어지고 어긋나는 것일까. 저도 모르게 휩쓸려 온 서사시의 선율 안에서 우리는 어느 마디쯤 와있는 것일까.

주세균_트레이싱 드로잉 W-2020-#1_도자기, 분필, 석고가루, 카올린라 가루_가변크기_2019~20

마침내 『화이트 랩소디』로 명명한 백색의 전시 공간을, 작품이 대리하게 될 세계의 심상을 상상하게 된다. 전시 설치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도저히 명료하게 알 수 없는 불투명하고도 불균질한 자리에 대해서. 그 안에 놓인 작업들은 아마도 긴 질문에 대한 단편적 대답, 복잡한 설명들을 무화시키는 추상적 언어로써 오늘날의 시제에 적합한 앙상블을 구성할 것이다. ● 전시 『화이트 랩소디』는 다양한 감각의 백색을 발견해 내고, 새로운 감각으로 펼쳐내기 위해 다섯 작가들(김경태, 여다함, 신현정, 주세균, 최고은)을 초청하였다. 대부분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세대로, 각자의 예술적 연구에 기초한 미적 실천들을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유롭게 전개해 온 창작자들이다. 각기 다른 미적 탐구와 실행 전략을 바탕으로 작가들은 인공 백색의 표면과 구조를 통해 그 안에 여러 결의 서사와 감각을 담아낸다. ● 전시는 다양한 물리적 조건을 아우르며 절충해낸 인공적 환경이지만, 여러 관점에서 도출된 작업들이 이웃하며 생성해낸 우연한 질서와 심상이 흐르는 다색의 백색 풍경이다. ● 전통 도예의 기법을 방법론 삼아 개념적 오브제를 제작해온 주세균은 검은 바탕의 도자를 백자 표면으로 만들어가는 공예적 수행의 과정과 연출된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신현정_운명의 세여신_옥양목, 실크, 무명, LED 조명, 스테인리스 스틸_190×90×180cm_2020

지난 몇 년간, 직물을 회화의 표면으로 실험해온 신현정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옥양목과 전통 직물을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직물-회화 구조물을 선보인다. 조형적 형태와 천의 질감,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이른바 촉지적 감각을 유도한다. 전작에서 뜨개질로 완성한 향로 형태의 비정형 오브제를 선보인 바 있는 여다함은 백색의 비정형성과 불투명성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매체로써 흰 연기와 흩어지는 향에 주목한다. 고체 향에서 기화된 연기의 점액질적 특징을 그림자로 중개하여 시각화한다.

여다함_향로: 째깍째깍_향, 삼베사, 석고_30×24×24cm_2020

도시의 단면을 밀착된 시선으로 담아 온 김경태는 백색조명 즉, 인공의 흰 빛을 전달하는 입자와 질감을 특유의 추상적 이미지로 선보인다. 흰색에 관한 예민한 감각과 관찰을 바탕으로 일련의 조각작업을 전개해 온 최고은은 대량 생산된 백색가전의 형질과 구조, 공업적 재료의 적용, 색채의 변성을 조각적 포디움에 대입하여 번안해 낸다. 이처럼, 각각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연기와 그림자, 빛과 가루의 날림, 막을 통해 투영되거나 일그러지는 곡면들은 끊임없이 해석의 종합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킨다. 마지막으로 건축가 정이삭이 제안한 백색 공간은 작품들이 자리하는 토폴로지를 제공하면서도, 그 자체로 시공간의 연결과 분절에 관한 다층적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덩어리이다.

최고은_Tina9_대우 DWF-608WH, 철_68×44×46cm_2018 최고은_The Sum_한샘 루나 화이트, 나무, MDF, 유리, 거울,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_189×35×32cm_2018 최고은_The Boxer_삼성 TRS51ECBGA, 철, 우레탄폼, 함석, ABS수지_151×42×48cm_2018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백색의 유산을 마주하며 우리가 애써 들춰보려 했던 것은 천천히 낡아가고 불현듯 덧입혀진 하이얀 막과 불투명한 막이었을까. 백색이 지나간 표면과 그것이 스며든 내면. 충분히 스며들지 못한 채 그 안팎에 달라붙어 있는 여러 농도의 회색 그림자와 누르스름한 얼룩들을 더듬어가며 좀 더 실증적이고 다채로운 발견들을 해 나갔으면 한다. 전시가 눌러 삼키지 못한 것들은 구체적 언어로, 말과 글이 묘사해내지 못한 것들은 작업으로, 서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화이트 랩소디展_우란문화재단 우란1경_2020

민족적 질풍과 요동을 담아낸 '광시곡'(Rhapsody)은 끝 지점에서 느닷없이 변조와 변박이 일어나고, 어느 곁에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내부의 끈질긴 서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백색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인 셈이다. ■ 우란문화재단

화이트 랩소디展_우란문화재단 우란1경_2020

White Rhapsody is an exhibition about white. It started from examining the many facets of the color white that has been the people's color for a long time from today's perspective, and using different senses. White is not a color that exists in a transcendental way, and is recognized as the outer peel of an era that has resulted from many layers of cultural distortion, signification, and was perceived as the face of a collective. Therefore the aim of the show is to individualize the collective narrative, to deconstruct and examine the separated parts surrounding the color white and the agreed upon view. ● When we trace the trajectory of white by dividing the past into segments of a few hundred or even a few years, we get lost amidst the well worn traces of life and language bleached pale. It is an inevitable part of overcoming the gaps of time-space and the limits of perception with shallow exploration and imagination. That is why re-posing and preparing the answers to the questions took as much time as amassing the substance of the exhibition and smoothing out the rough edges. Tracing the formation process of the cultural history of white as an aesthetic discourse and its recontextualization involves estimating the position of white, and the position of what white displaced. Furthermore, exploring not only the visual exterior, but also the temperature, texture, light and smell, of the color is the assignment of the curating body. It also became the work of the creators and researchers who are the heart and soul of the exhibition. ● The exhibition does not solely focus on proving the symbolic significance that white symbolizes, and the history theorizing through the artwork. Also, we aimed to distance ourselves from defining "Korean" or "traditional" things by putting together a white object genealogy of sorts. Instead, the goal was to put more emphasis on selective "whitification" that happened in the world where tradition crafts and artefacts, unworldly artwork and material culture in our daily lives coexist. However, I hope that the curatorial narrative and the significance of the artwork meet somewhere in the middle and resonate with each other. ● Meanwhile, various discoveries have been made while moving farther away from a nationalistic view and art historical discourse. Overlooking the white scenery that someone else chose, strengthened, and called it "ours" or "our people's", and at times staged is not to completely deny the collective discourse but to make a new discovery. Therefore, we expanded our scope to our bodies, and everyday objects and scenery that are intimately interconnected with our bodies, and narrowed it down to the minute world of substance. We witnessed the color white divide and shift into different shades while bringing out the stories of a white crowd, and individuals. ● Different discoveries and questions on white minutely divide and proliferate when pendulating between the two poles: tradition and contemporality, colonialism and post-colonialism, local and global, labor and practice, completion of craft and industrial aesthetics. I pose different questions while lingering among the train of question marks. Whose story is this? How does the white of yesterday and today connect and disconnect with our world and my life? How far along have we been swept unknowingly within this great chronicle? ● Finally, the white exhibition space that is to be called White Rhapsody, the imagery of the world that will be represented by the artwork is envisioned. On the unclear and uneven place that cannot be made clear until the exhibition is fully set up. The work placed in this space will make up the ensemble that resonate with today's key words, as the short answer to the long question, and abstract language that will undermine complicated explanations. ● Five artists (Kyoungtae Kim, Fay Shin, Daham Yo, Sekyun Ju, Goen Choi) have been invited to participate in the exhibition, White Rhapsody to discover the color white, in a multitude of senses and to realize white with new sensibilities. They are mostly urban natives born in the late 70s to mid 80s and are creators who each pursued aesthetic practices based on their own research. They each express the multi-segmented narratives through the surface and structure of man-made white based on their own aesthetic exploration and practice strategies. The exhibition is a man-made environment that encompasses various physical conditions by means of compromise, and is a landscape made up of various whites with unexpected orders and imagery formed by artwork that are created with different perspectives. ● Sekyun Ju who creates conceptual objets using traditional ceramic techniques, effectively presents the process of creating white ceramics from dark colored ones in a crafts practice and staged results. Fay Shin, who experiments with textiles as the surfaces paintings, used old calico and traditional textiles that she inherited from her mother to create a new type of textile-painting. The formal shape and the texture of the cloth, light and shadow together produce a tactile effect. Daham Yo who created an irregular objet in the shape of a incense burner by crocheting in his former work, focuses on the white smoke and dispersing scent as media for expressing the irregular and opaque nature of white. He visualizes the phlegmatic characteristic of smoke that vaporizes from solid incense. Kyoungtae Kim who captures the city with an up-close view, expressed white lighting or the particles that deliver man-made white light and texture in abstract images. Goen Choi who created a series of sculptures based on her acute senses and observation, adapts the characteristics and structure of mass produced white home electronics, usage of industrial material, and changes in colors into sculptural podiums. As such, the smoke, shadow, light, and floating dust, curved surfaces that are distorted or projected through a screen, all shaped by the artwork, continuously disturb or delay comprehensive interpretation. Lastly, the white space proposed by architect Isak Chung serves as a topological space for the artwork while it also lends itself to multi-tiered interpretation of the connection and disconnection of the time—space in and of itself. ● Could what we have been trying to unveil while faced with the white heritage shrouded in clear, transparent luminosity be a white screen that is slowly being worn out, a spackled opaque screen? A surface where white lingered for a while, and the interior where white sunk in. I hope that concrete and specific language can supplement what couldn't be compacted into the artwork, and the artwork supplement what couldn't be portrayed with words. ● There are unexpected changes in pitch and rhythm at the close in a rhapsody, and before long swings back to the beginning. This structure embodies the tumultuous ebb and flow of a people, which is reminiscent of an endless internal narrative. This story on white ultimately is a story about all of us. ■ WOORAN FOUNDATION

Vol.20200406e | 화이트 랩소디 White Rhapsod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