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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_이창진_하을展   2020_0506 ▶ 2020_0628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이 전시는 2020 부산시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디오티미술관 DOT MUSEUM 부산시 금정구 금샘로 35 Tel. +82.(0)51.518.8480 www.dotmuseum.co.kr

선과 경계, 시선이 만들어내는 뒤죽박죽의 세계 ● 시선은 눈이 가는 길이며 매 순간 어딘가를 향한다. 그 어딘가는 아주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아주 먼 곳이 될 때도 있다.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긴 구름의 선을 보며 먼 나라에 있는 친구를 생각하기도 하고, 별똥별이 그리는 궤적을 보면서 삶 너머를 생각하기도 한다. 시선은 어디까지라도 뻗어갈 수 있다. 시선이 가는 그 길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그려져 있다. 우리는 많은 선들을 따라간다. 항로를 따라 배가 떠나고, 부모가 정해둔 경로를 따라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시선은 우리 주변의 많은 선들을 넘나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를 하고, 여행자는 국경을 넘는다. ● 우리는 하을 작가와 함께 지도 위에 선을 그린다. 상하이에서 뉴욕으로, 유럽을 지나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면서 그의 여정을 함께 해 본다. 그것은 관람객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다시 양서류의 눈으로, 세 번의 변신을 거쳐 새로운 시선으로 떠난 여정이다. 양서류가 된 우리는 물의 경계에서 물속과 물 밖을 동시에 보고 있다. 양서류는 물과 뭍의 경계,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서 헤엄치며, 우리에게 타자의 눈을 빌려주고 있다. ● 박윤희 작가는 검은색 유성 매직으로 선을 그어 타자의 존재를 그린다. 많은 선들을 자를 대고 반듯하게 긋는 제작과정은 마치 수행자가 구도의 길을 걷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한 작업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은 차갑기 그지없는 풍경, 우리를 영원한 이방인으로 느끼게 하는 그런 풍경이다. 그 적막하고 쓸쓸한 공간은 우리가 한 번쯤은 겪었던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오면, 석양빛이 불그스레하게 거실을 채우고,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다른 차원의 세계와 잠시 공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잠시 이 세계와 내가 분리된 것 같은 그런 초현실적인 순간 말이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너머,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액자들의 너머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선들은 우리의 현실을 환상으로, 환상을 현실로 끌어들여 우리를 둘러싼 공간을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로 만든다.

박윤희_누군가의 거실_종이에 유성매직_64.1×94.1cm_2018
이창진_죽은 식물_죽은식물, 와이어_900×200×200cm, 가변설치_2020
하을_양서류 프로젝트(마테호른)_파인아트 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0×180cm_2014

선은 영원히 공간을 양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선을 넘나들 수 있고, 선은 끊어질 수도 있다. 선은 무수히 많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선의 가장자리는 선이 아닌 공간과 섞여 있고, 그것은 선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선과, 선이 양분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공간은 사실은 같은 공간이다. ● 박윤희 작가의 환상의 공간처럼, 이창진 작가의 공간도 혼재하는 공간이다. 그는 죽은 식물을 이용해 지면과 평행하는 새로운 지평선을 만들어내었다. 그 선은 지상과 지하를 구분하며, 얼핏 보기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작품을 보게 한다. 그러나 식물은 잎, 줄기, 뿌리를 통해 양분을 섭취하며 자란다. 식물에게 지하는 죽음의 공간일까? 오히려 식물에게 땅 밑은 땅 위와 다를 바 없는 공간일 것이다. 그렇기에 죽은 식물이 움켜쥐고 있는 흙은 포기할 수 없는 삶이자, 미련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 역시 다른 경계들과 마찬가지로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고, 혼융되어 있는 것이다. ● 다시 하을 작가에게 돌아온다. 물이 그리는 경계 역시 이창진 작가의 지평선-천장에 매달려 흔들리는-처럼 유동적이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일그러진 경계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문명의 산물들 역시 언젠가는 사라져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영원히 이어지는 선도 없고 확실한 경계도 없으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항상 타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든다. 선, 시선, 경계, 그리고 혼재하는 공간이 빚어내는 감정은 고독이다. ■ 장지원

Vol.20200506h | LIN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