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서 새벽까지 From Dusk Till Dawn

박진아_이제 2인展   2020_0508 ▶︎ 2020_0607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누크갤러리 nook gallery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8-3 Tel. +82.(0)2.732.7241 www.facebook.com/nookgallery nookgallery.co.kr

어둠이 내리는 황혼에서부터 새벽까지 공원에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다. 한 해가 기울어가는 마지막날 황혼 무렵 어둠이 세상을 덮어가는 시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트린다. 어둠 속에서 터지는 색색의 불꽃은 불안한 기억들을 태워버리고 눈부신 새해의 희망으로 피어 오른다. 터지는 폭죽 소리와 함께 찰나의 섬광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을 순간 비추고 잦아든다. 박진아의 「공원의 새 밤」시리즈는 우리의 현 상황을 지시하는 듯하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극적인 순간, 어둠에 가려진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을 향해 무한한 힘을 가진 불꽃을 터트린다.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동경하는 내일의 세계로 가고자 하는 바램 으로 사람들은 커다란 불꽃을 바라본다. 우연히 개입된 장소에서 보게 되는 특별한 의도가 없는 동작들, 흔하게 볼 수 있는 행동들을 포착해서 그리는 박진아의 시원한 붓놀림은 보는 이에게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바로 다음에 이어질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 이제는 자연을 모티브로 어디선가 실제 경험했던 기억을 소환한다. 추상 공간을 배경으로 경험이나 기억 속의 사건이나 대상을 집어넣어 오랜 시간과 공간이 겹쳐져 보일 수 있는 상태로 그림을 그린다. 여행 중에 만난 소년에 대한 그림 「공 Ball」 은 실제 경험을 근거로 고립상황에서 나타난 심리상태와 몸의 사건들을 추상의 배경과 구상이미지를 뒤섞어 회화이미지로 그렸다. 모호한 현 상황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춤을 추는 듯한 빠른 붓놀림으로 표현해 마치 새벽녘 어둠을 뚫고 공을 굴리며 나오는 소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작가는 고정된 형식이나 주제에서 벗어나 현재의 감각에 충실하고 앞뒤를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취하며 변화를 연결하고 배열해 나간다. ● 재난 위기에 닥친 이 시기에 우리는 언제 어떻게 극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예상치 않은 순간의 인상을 각기 다른 표현 언어로 빠르게 그려내는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관객이 작품에 개입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조정란

박진아_공원의 새밤03 Happy New Night03_리넨에 유채_130×185cm_2019
박진아_공원의 새밤02 Happy New Night02_리넨에 유채_97×120cm_2019
박진아_공원의 새밤04 Happy New Night04_리넨에 유채_109×145.5cm_2019
박진아_공원의 새밤05 Happy New Night05_리넨에 유채_170×140cm_2019

2019년은 뉘른베르크에서 두 번째로 새해를 맞아보는 해였다. 12월 31일이 다가오면 그렇듯 낮부터 간간히 폭죽 터트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정이 가까워지니 거리 곳곳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폭죽소리가 잦아졌다. 여기저기서 색색의 불꽃이 터졌고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멀리 시내에서 쏘아 올린 커다란 불꽃부터 바로 앞, 바로 옆에서 동시에 터트리는 폭죽까지 펑펑 소리가 요란했다. 자정이 되자 자욱한 연기가 사람들의 모습을 묻었다. 밝은 불빛이 어딘가에서 터지면 서성이는 남녀의 모습이 얼핏 보이기도 하고 흥분해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불꽃놀이 구경을 하러 나선 것이지만 연기 속에 뿌옇게 빛나는 진분홍색, 초록색, 오 렌지색 섬광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 2019년이 삼십 분쯤 지나 집으로 돌아오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불 켜진 마을이 장관이었고, 겨울 숲을 배경으로 여기저기 공터 바닥에서 빙글빙글 솟구치는 폭죽을 감상하느라 대중없이 흩어져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아름다웠다. 어두움과 연기 때문에 사진은 희미하게 찍혔고,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그렇기에 인물과 나무의 실루엣으로 이루어진 이 불분명한 이미지에서 나는 여러 상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 ■ 박진아

이제_우리의 춤은 늘 뜻밖에 찾아오지 our dance always come unexpectedly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20
이제_공Ball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0
이제_국도National Highway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0
이제_들판Field3_캔버스에 유채_31.8×40.9cm_2020

나는 실제 경험들을 근거로 어떤 고립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심리상태와 몸의 사건들을 추상과 구상이 뒤섞인 회화 이미지로 그린다. ● 요즘 나는 작가로서 시민으로서 급격한 혼란을 겪는 중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확산과 그 여파로 세계 곳곳의 모든 일상이 깨지고 변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 세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예술은 얼마나 무력 한지 절절히 느끼고 있다. 무너진 생태계 와 성찰 없는 신자유주의 체제 앞에서 예술이 뒷걸음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종 바이러스만이 아닌, 예측 불가의 재앙들이 계속 이어질 때, 빙하가 2030 년 다 녹는다는 뉴스 앞에서, 나는 다가올 미래의 비극적인 상황으로부터 어떤 거리를 획득하고 제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파국의 시대에 예술은 감각적 세상에 대한 관심과 양심을 잊지 않는 경험 사이에서만 가능할지 모른다. 홀로 공을 차는 소년처럼 침묵 속에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비축해 주길, 절망스런 마음을 숨기지 말고 무력한 그림을 계속 그려나가길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어느 유명 피아니스트가 노인이 되어서야 힘을 빼고 드디어 본인이 원하는 연주를 마음껏 하게 된 것처럼, 시대적 절망이 계속되면 기존의 관념들이 깨지고 새로운 감각들로 채워진 자유로운 그림들을 마음껏 그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 이제

Vol.20200508c | 황혼에서 새벽까지 From Dusk Till Dawn-박진아_이제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