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근 정물展

전영근展 / JUNYOUNGGEUN / 全榮根 / painting   2020_0513 ▶︎ 2020_0628 / 월요일 휴관

전영근_습작 24piece_캔버스에 유채_각 33.4×24.2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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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513_수요일_05:00pm

후원 / 카페진선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진선 GALLERY JINSUN 서울 종로구 삼청로 59 2층 Tel. +82.(0)2.723.3340 www.galleryjinsun.com

전영근 - 사물로 이루어진 삶의 풍경 ● 전영근은 사물을 그린다. 사물은 인간의 신체와 연동되어 있는 존재들로서 저마다 다른 물성과 표정을 거느리고 있다. 침묵하는 저 도구들은 제각기 기능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삶의 어느 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대부분 중력의 법칙에 순응해 서있거나 누워있다. 그렇게 사물들은 휴식처럼 놓여 있거나 부름을 기다리며 마냥 다소곳하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사물은 작업실 공간에 이미 있는 것들이고 일상에서 쓰던 것들이다. 물론 상상에 의해 그려진 것도 더러 있지만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작업실 실내 풍경이자 그곳에 놓인 평범한 일상의 물건들이다. 책과 병, 안경, 주전자. 야구공, 망치, 커피그라인더. 의자, 화분, 항아리와 푹신한 소파 등을, 작가는 반복해서 그린다. 일상이 반복되듯 사물들 역시 지속적으로 조금씩 다른 배열과 접속, 크기를 통해 출현한다. 그것은 마치 모란디의 정물화와 같은 유사한 구성을 연상시키거나 팝아트의 동일한 소재의 반복을 떠올리게 한다. ● "내가 같은 이미지를 반복하기 시작한 것은 반복이 같은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의 말이다. 이는 반복을 통해 차이를 생성한다는 이른바 '반복 가능성' 개념이다. 워홀의 경우는 반복을 통해 현실을 사라지게 하고 그 자리에 반복되는 복제 이미지들만 안겨주었다. ● 전영근의 그림 또한 동일한 소재들이 반복되면서 차이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표면에는 단순한 복제나 재현이 아닌 지속되는 순환과 반복되는 출현이라는 묘한 심리와 정신적 상황이 어른거린다. 그것은 일상과 사물을 보는 내밀하고 정서적인 결과 결부되어 있는 편이다. 대상을 탈상징화 하거나 감정을 방어하려는 팝아트의 전략과 달리 이 그림은 사뭇 정서적이다. 사물들은 인간적인 표정과 마음을 표면으로 밀어내면서 질주하듯 다가온다. 속도감을 안기는 붓질과 단호한 마감, 선명한 형태감이 그만큼 사물의 초상을, 그 고유한 물질의 본성과 도구의 솔직한 기능성을 맑고 투명하게 보여준다.

전영근_소파 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20
전영근_고무나무Ⅰ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0

우리의 의지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실재들을 흔히 사물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칸트는 "나의 사유는 사물들에게 그 어떤 필연성도 강요하지 못한다" 라고 말한다. 사물들의 본질적인 모습은 우리들이 그것을 늘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고 그래서 모든 사물들은 인간의 몸과 결부되어 있다. 작가는 작업실에 놓인 지극히 소소하고 소박한 사물을 화면 안으로 호명한다. 그 선택으로 인해 등장한 것들이 익숙한 정물의 소재와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그 대상들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영근 특유의 도상화와 색채, 질감, 붓질의 운용 등이 찰진 표면과 편하고 부드러우며 유머 감각이 베인 회화적 맛을 안긴다. 그것은 마치 필립 거스통의 회화에서 만나는 감각과 유사하다. 우리 삶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이나 어린아이와 같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만화와도 같은 맛들이 깊게 배어있다. 손쉽게 그려나간 듯한 민첩함과 경쾌한 맛이 있고 무엇보다도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한 획의 붓질, 자신의 그림 그리는 과정의 그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툼한 질감을 촉지적으로 형성하며 붙어있는 물감의 층으로만 이루어진 동시에 그 붓질, 물감이 구체적이고 인지 가능한 형태를 편하게 안겨주는 그림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붓질이다. ●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고 있지만 표면은 선명하고 규칙적인 붓질로 구성되어서 추상적인 붓질과 구체적인 형상이 다소 모순되게 얽혀있다. 붓질만이 드러나는 그림이란 다분히 모더니즘적 발상이다. 회화의 존재론적 조건으로 그림을 환원시켜 납작한 평면성의 피부와 그림을 이루는 구성인 물감, 붓질로 귀결되어버린 모더니즘회화에서 붓질은 그것이 실재가 아니라 그려진 그림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시간과 행위)을 고스란히 방증하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 전영근의 회화에서 두툼한 살을 탑재한 체 신속하게 직진하는 듯한 가로선의 붓질은 대상을 형상화하는 동시에 그 대상에 대한 작가의 인식, 감정적인 부분을 촉각적으로, 매우 구체적인 표정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수평의 가로선과 함께 바닥의 세로선(마루바닥을 묘사하는 직선)은 화면 구성의 긴장감을 고려한 배려로 읽힌다. 동시에 이 붓질은 자신만의 표식으로, 자기 회화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담보해주는 기표로 응고되어 있다. 전영근만의 붓질과 물감의 운용을 통해 고유의 스타일을 만든다는 얘기다. 어쩌면 이 스타일 속에 개별 사물들이 수렴되어 동일한 붓질, 색채 안에서 배열을 달리하는 형국이 그의 그림을 이루고 있어 보인다. 나로서는 그러한 붓질, 물감의 살과 색채가 개별 사물들의 성질이나 그 사물들의 배치를 통해 발생하는 모종의 감정이나 느낌에 따라 보다 차별화된 표정을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고유한 스타일과 방법론은 그림의 내용에 따른 불가피한 얼굴로 출현하는 것이거나 전체적인 회화의 완결성이나 질의 담보를 고려한 선에서 조율되는 것은 아닐까?

전영근_주전자_캔버스에 유채_45.5×37.9cm_2020
전영근_항아리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20

작가는 대부분 위에서 내려다 본 시선을 유지한 체 대상을 적조하게 응시한다. 또는 단독으로 화면의 중심부를 가득 채우거나 직립하듯 서있다. 그 사물의 존재감 자체가 전면적으로 밀고 들어온다. 우리는 익숙하지만 낯설게 다가오는 이 사물의 형태와 색채를 다시 보고 그 존재의 색다른 면을 발견한다. 좋은 그림은 익숙함을 낯설게 하고 무심하게 응시하는 시선을 거두고 주의 깊게 보게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어떻게 새롭게 환생하면서 나와 대등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해준다. 나를 중심으로만 보던 세계관이 슬쩍 무너진 자리에 사물들의 고유성과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를 주목하게 한다. 소소한 사물들을 다양하게 배치하는 이 그림에는 레디메이드 미학도 숨 쉬고 있다. ● 작가는 익숙한 드라마나 형식화된 미에 저항하듯 평범하기 그지없는 저 소소한 사물들을 빌어 솔직하고 담백한 회화적 방법론을 구사한다. 그이의 그림은 결국 색채와 붓질뿐이다. 작가는 시선을 유인하는 사물의 윤곽을 빌어 그 내부와 바탕을 색과 붓질로 가득 채운다. 형태도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소파와 항아리는 사각형의 프레임을 밀어내려는 경계에 위치해있다. 사각형의 화면, 프레임이 그 대상을 규정하는 생존의 조건이자 회화의 경계일 것이다. 이는 동시대를 사는 인간의 실존적 상황에 대한 은유로도 다가온다. 소파에 놓인 TV리모컨과 안경 또한 현장에는 부재하지만 그 소파에서의 삶의 어느 풍경을 상상하게 해주는 매개다. 이처럼 그의 모든 사물들은 인간의 부재를 사물의 형태와 살을 통해 암시하고 대신한다. 사물이 대리하는 삶의 풍경이자 인간의 육체와 연동되고 함께 하기를 기다리는 침묵의 순간이며 언제나 그 자리에 놓여 있는 모든 존재들의 무게를 인식시키는 그림이다. ■ 박영택

전영근_항아리_캔버스에 유채_46×38cm_2020
전영근_두개의 공_캔버스에 유채_54×65cm_2020

Jun Young Guen – A Quotidian Scene Made up of Things ● Jun Young Guen has portrayed things. Each thing associated with the human body has its own physical properties and expressions. Granted with a functional role and situated in a place of life, most tools either stand up or lie down according to the laws of gravity. In this way, things are placed in a state of relaxation or remain obedient and quiet, waiting for the call of duty. The things that Jun has painted were already in his studio and are used in his everyday life. Some are, of course, depicted with his imagination, but these are very rare. His paintings mostly feature his studio's indoor scenes or mundane objects that have been placed inside it. Jun has repeatedly depicted such quotidian objects as books, bottles, glasses, kettles, baseballs, hammers, coffee grinders, chairs, flowerpots, jars, and sofas. Just as everyday life is repeated, they have appeared in slightly different arrangements, relationships, and sizes. They are reminiscent of a composition similar to that of Giorgio Morandi's still-lifes or the subject matter repetitively addressed in pop art. ● Andy Warhol is quoted as saying, "I started repeating the same image because I liked the way the repetition changed the same image." This statement signals the notion of repeatability in which differences are generated through repetition. Warhol made reality disappear through repetition and brought reproduced images to this site. ● Jun's paintings also generate differences when the same subject matter is repeatedly portrayed. Superficially, however, they appear imbued with some weird psychology and mental situations brought on by circulation and repetition, not through reproduction and representation. They are bound up with innermost emotional aspects pertaining to the everyday and things. His paintings appear quite emotional unlike pop art's strategy to depart from any symbolization of objects or to protect emotions. Things come near as if rushing, pushing human looks and minds to the surface. Their portraits, the nature of intrinsic matter, and the candid functionality of tools are clearly and obviously represented with speedy brushstrokes, drastic finishing, and vivid images. ● We often refer to reality which is immune to our will as things. Immanuel Kant said, "My thought cannot force things to be inevitable." As things are provided for us to use whenever we want, they are closely associated with the human body. Jun brings extremely trifling, modest objects to his canvas. The things that emerge by his choice are interestingly different from the subject matter of still life we are familiar with, and these objects are impressively portrayed in a slightly different manner. Jun's iconographic paintings arouse a pictorial flavor filtered with a sense of comfortable, gentle humors and engendered by color, texture, and brushwork. This flavor is akin to the feeling we get from Philip Guston's paintings. His works are particularly marked by a repeated appearance of objects found in our surroundings and a childlike, humorous, and cartoonish taste. Impressive is his demonstration of his painting process, especially how he dashes off a stroke of his brush in a way that appears easy, agile, cheerful, and, above all, inexorable. The layers of paints may be tactilely perceived and formed while concretely perceptual images are generated in comfort using such brushstrokes and paint. His brushwork is decisive in his painting. ● Something concrete is depicted in his painting, but its surface is made up of vivid, regular brushstrokes. As a result, concrete images are contradictorily entangled with abstract brushstrokes. Paintings consisting of only exposed brushstrokes are derived from quite a modernist idea. Reduced to the ontological condition of painting, this type of painting is achieved based on the paints and brushstrokes that form its two-dimensional flat surface or skin. Brushwork in this mode of painting is an overarching element that reveals the fact that it is a painted picture, not something real, and proves the situation in which a picture is painted (time and action). ● In Jun's paintings, horizontally rendered brushstrokes that appear as if they will straighten up with thick flesh seem to be a figuration of objects and a conveyance of his perceptual and emotional aspects in very tactile, concrete ways. Vertical lines (straight lines used to depict a wooden floor) used alongside the horizontal lines are thought to arouse tension in the composition. These brushstrokes are presented not only as his own signs but also as signifiers to vouch for his painting's peculiarity and identity. This means that Jun generates his own distinctive style through his use of brushwork and paints. As each object is portrayed in this style, his paintings seem to take shape through different arrangements of such objects using the same brushwork and colors. I think engendering more differentiated looks is of significance, depending on the emotion and feeling such brushstrokes, paints, and colors bring about through each object's characteristics and arrangement. His own distinctive style and methodology seem to appear inevitable in accordance with the contents of his paintings or adjusted in consideration of the completion and quality of his paintings. ● The artist gazes at objects in silence, keeping an eye on them as he looks down at them. He fills up the center of his painting as if standing erect. The presence of these objects appears overwhelming as a whole. We may discover their idiosyncratic facets in their forms and colors that are familiar yet unfamiliar to us. Agreeable paintings make the familiar unfamiliar and lead us to observe them closely, not indifferently. These paintings make me realize how things which are hackneyed and stereotypical are reborn and on an equal footing with me. They cause me to pay attention to the singularity of things and their relations, breaking down the worldview which puts me at the center of the world. These paintings in which things are arranged in diverse ways revive the aesthetics of the readymade. ● Jun employs a candid, modest pictorial methodology in appropriation of insubstantial things, as if to defy familiar dramas or formalized beauty. His paintings are after all reduced to only colors and brushstrokes. He borrows the contours of things that catch our eye and fill their interior and ground with colors and brushstrokes. They are also jam-packed with forms. A sofa and a jar are located on the border of a square frame. The square canvas can be regarded as either the condition of survival that defines the things within it or the border of the painting. A remote control and a pair of eyeglasses placed on a sofa are absent from the spot but still act as mediums that cause us to envisage some scene of life on the sofa. All of his things suggest and replace the absence of humans through their form and flesh. His paintings are scenes of life that have been replaced with things, a moment of silence associated with the human body, and that which makes us perceive the weight of all beings that are always at the site. ■ Park Young-taik

Vol.20200513a | 전영근展 / JUNYOUNGGEUN / 全榮根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