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나토

제24회 나토展   2020_0603 ▶ 2020_0608

김동희_산 Ⅳ_장지에 채색_57×130cm_2019

초대일시 / 2020_0603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임윤경_김동희_김은진_황보경_김현정_김희진 이영지_김윤순_노신경_표주영_구철회 심윤희_고원례_김원경_이윤선_이행순 김경이_김진형_김종숙_조명식_전은희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4층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공허하지 않은 시간의 힘 ● 우리는 지금 서로의 얼굴을 대면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정치 경제적인 변화와 마찬가지로 사회 문화적으로도 크게 세 번의 변화된 흐름, 집단 공동체 사회에서 민주적인 자유경제 체제 속으로, 이제는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환영해 마지않던 현재의 네트워크 시스템은 지금보다 진일보한 어떤 훌륭한 온라인 시스템이 새로이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가질 수 있는 인간의 감정적 유대를 대신 할 수는 없다.

김은진_Pink Lake_삼베에 채색_30×75cm_2019
김진형_잘 불어와_한지에 채색_60.6×72.7cm_2020

우리가 몸으로 감각하고 주변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각적인 요소들, 몸으로(오감으로) 체화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30cm미만의 작은 화면으로 100% 감각할 수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더불어 온라인의 또 다른 결함은 온라인의 물리적 환경에 속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소외감이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이 소외감은 오프라인에서의 선택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소외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우리는 소통의 시대에 새로운 소외와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더 큰 문제점은 온라인에서는 시각적 감각을 제외한 나머지의 감각 요소들은 경험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겪어 보지 못한 경험과 감정들에 대한 강요가 끼어들게 되고 그것에 대한 '경험에 관한 공유'라는 허상은 결국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강압으로 적용하려고 하는 폐단을 생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현정_그러하다-바람이 분다_장지에 채색_30×60cm_2019
심윤희_책속의 혀_한지에 채색_60.6×60.6cm_2020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패러다임의 큰 변화는 과거 공동체 사회로부터 독립하고자 했던 개인의 욕망들이 이제는 개인으로 이루어진 사회로 소속되고자 하는 갈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 '부족 중심주의'를 지양하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개인의 역량을 우선한 신자유주의의가 가져다 준 (개인의 자유보다 평등을 우선하는 민주주의 원칙도 무시되면서 조성된) 불평등의 사회에서, 우리는 문제점에 대한 어떤 획기적인 전복이 아닌 최소의 충돌만으로 개인의 의식도 유지하면서 공동체 사회에 소속되고자 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민족성이 제시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윤선_일일소확행_광목천에 아크릴채색_90×180cm_2020
임윤경_모호하고 흐린_장지에 채색_60×45cm_2020

현재의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나토'라는 오프라인 공간은 '부족 중심주의'시절에 생겨나, 변화된 사회 시스템 속에서도 여전히 개인의 의식을 잃지 않고도 공동체에 완전히 소속될 수 있는 감각을 수용하고, 지향하는 전시 그룹으로 유지되고 있다. 1997년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얼굴을 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야하는 것인 줄 몰랐던 시절에 나토라는 그룹의 전시는 '끈'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여성이라는 존재로 학교를 다녀도 학위를 받을 수조차 없던 시절, 여자 작가로서 살기 위해선 자기만의 방과 일 년에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버지니아 울프가 떠난 지도 8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으로서 지니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자신의 작업을 지속한다는 것은 녹녹치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나토는 첫 전시 이후에도 사회에서 여성으로 해야 할 모든 일들과 작업을 충실히 병행하여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가진 전시를 만들어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24년.

전은희_땅-DMZ_한지에 채색_117×81cm_2020

윌터 휘트먼은 시간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시간에 대해 생각하기 ... 회상을 통해 생각하기 / 오늘에 대해 생각하기 ... 그리고 이제부터 계속되는 세월에 대해 생각하기 (중략) 당신 자신이 계속해서 살지 않을 거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미국의 시인들에겐 거대한 산맥 같은 존재인 휘트먼은 평생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36세에 자비로 『풀잎』이라는 첫 시집을 내고 1891년 임종 직전까지 그 시집의 원고를 평생토록 수정하고 매만졌다. 그는 평생을 한권의 시집을 위해 자신의 온 우주를 바쳤다. 그는 그의 시에서 모든 타자를 자신처럼 예찬하였고, 만물이 제각각 존재를 드러내고 연결되어 '나' 라는 존재가 확장 되면 내가 가진 고민이 적어진다고 했다. 감정과 감각의 공유와 나눔이 스스로의 번민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표주영_상생_한지에 채색, 콜라주_145×97cm_2020

나토는 우리에게 휘트먼의 시집과도 같다. 주제가 조금씩 바뀔 때도 있었고, 재료나 기법의 변화가 생길 때도 있었지만, 작업의 다양성의 바탕에는 일상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일관된 의지가 깔려 있었다. 그러한 의지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우리의 시간을 지속하게 하게 하는 힘이다. 심윤희는 일상의 익숙한 식재료를 소재로 현실과 이상향의 간극을 판타지적으로 표현한다. 또 같은 현실과 이상향에 관한 간극을 황보경은 삶의 장소를 나무와 자연물로 구성된 유토피아로 만들어 자신의 갈망을 충족하는 작업을 한다. 이윤선은 자연을 점, 선, 면의 기본적인 조형요소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김진형, 김현정, 김은진 등은 자신의 내면을 상징하는 자연물이나 자연 풍경을 소재로 일기를 쓰듯 작업을 하거나, 자연물과 자연현상을 표현하여 존재의 고독을 말하기도 하고, 자연의 형상들을 빌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모두 자신들만의 장편 시를 쓰고 있다.

황보경_달밤에_장지에 채색, 먹_50×60cm_2020

질 들뢰즈는 "현실화의 각 과정은 끊임없이 가상의 가능성이라는 짙어지는 안갯 속에 둘러싸여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나토라는 공간의 시작은 가능과 상상의 의지가 만들어낸 현실이었다. 한해 한해 안개를 헤치고 가능을 현실로, 상상했던 것들을 지금의 자리로 만들었고, 여전히 지금도 작은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구축된 큰 흐름 속에 억지로 남으려 너무 애쓰지도 않았고, 없는 것을 만들려 깊은 밤 보이지 않는 별을 쫒아 길을 헤매지도 않았다. 나토의 모든 작가들은 지금도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작업을 통해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인간의 여자 시간 (어떤 이는 70년을, 또 다른 이는 60년을, 50년, 40년)을 그려나가고 있다. ■ 전은희

Vol.20200603c | 잇다-나토-제24회 나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