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김노을展 / KIMNOHEUL / 金노을 / mixed media   2020_0602 ▶︎ 2020_0630

김노을_불면의 밤_나무, 종이, 마스킹테이프, 아크릴채색, 비닐, LED 조명, EL 와이어_가변설치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9:00pm

룬트갤러리 Rund Gallery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88 Tel. +070.8118.8955 www.rundgallery.com blog.naver.com/rundgallery instagram.com/rundgallery

'불면의 밤' 기억의 재현 ● 기억을 잊어버리는 과정을 관찰해 보면 그 기억이 이런 순서로 사라져 간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시간, 순서 ...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기억은 느낌, 분위기, 냄새 같은 모호한 감정 같은 것이 그 것이다. 첫 유럽 여행을 하며 기록을 소홀히 했던 나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여행에 대한 기억을 글로 써보려 했는데 세세한 기억들은 다 사라지고 기분과 감정들만 남아 모호하게 다가와 글로 써내려 갈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본 전시에서 나는 불면의 밤에 경험했던 한 사건을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모든 매체를 동원한다. 종이에 드로잉, 대나무, led 빛, 종이테이프, led 촛불 등... 온갖 재료들로 그 날의 기분, 느낌, 감정을 불러와 전시 공간에 배치해 보았다. 나는 그날의 기억을 정확하게 전달 할 수 없다. 이미 정확한 정보들은 사라지고 느낌만 기억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느낌을 완벽하게 전달 할 수 없다. 나에게도 완벽한 기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기억의 느낌은 이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에게 나의 기억과는 또 다른 기억을 떠올리게 유도하여 추억의 기폭제를 터트려 줄 것이다. ● 할머니 댁은 도심 한 복판에 있었고 아파트였지만 그 창 틀은 전통적인 한국식 나무틀이 있는 유리창이었다. 나는 낯선 곳에서는 잠이 잘 오지 않는데, 늦은 밤 홀로 바닥에 깔은 딱딱한 이불에 누워 쉬이 잠들지 못 하던 날이면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워 더더욱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보며 시계 소리를 듣 던 밤이면 언제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창문 부터 쭉 훑으며 빙글 돌아 나가고는 했다. 오랫동안 그 빛을 감상하고 누워있다 보면 빛이 전통 문살 모양대로 나뉘어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는데, 그 빛은 문살로 인해 수 없는 조각으로 나뉘어 공간을 나누고는 했고 그렇게 나뉜 공간 속에서 나는 마치 다른 차원에 와 있는 것처럼 낯설었다. 그 빛의 퍼포먼스에 마음을 빼앗겨 나는 쉬이 잠이 들지 못했다. 불면의 밤이었다.

김노을_불면의 밤_나무, 종이, 마스킹테이프, 아크릴채색, 비닐, LED 조명, EL 와이어_가변설치
김노을_불면의 밤_나무, 종이, 마스킹테이프, 아크릴채색, 비닐, LED 조명, EL 와이어_가변설치
김노을_불면의 밤_나무, 종이, 마스킹테이프, 아크릴채색, 비닐, LED 조명, EL 와이어_가변설치
김노을_불면의 밤_나무, 종이, 마스킹테이프, 아크릴채색, 비닐, LED 조명, EL 와이어_가변설치
김노을_불면의 밤_나무, 종이, 마스킹테이프, 아크릴채색, 비닐, LED 조명, EL 와이어_가변설치

한국에 와서 첫 전시를 준비하던 때, 설치 작업을 하러 전시 공간에 가던 길, 운명처럼 전통 문살로 장식된 창문과 만나게 되었다. 한국적인 전통 문양의 나무 틀이 있는 유리문. 이 물건과 만나던 순간, 마치 머릿속에 스위치가 접합되듯 과거 할머니 집 창문과 이 물건이 만나며 불면의 밤이 떠올랐다. 이 물건이 추억의 기폭제가 되어 과거 나의 잠 못 이루던 밤으로 데려갔다. ● 입시 미술을 하면 면 나누기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나는 2년 동안 입시미술을 배웠는데, 그 때 선이 면이 되고 그 면 들로 또 면을 나누고 또 면을 나누던 것이 아직도 생각난다. 가끔 나는 드로잉을 하며 그저 종이라는 빈 공간을 선으로 만든 면으로 나누고 또 나누고 하고는 했는데, 종이 공간이 아니라 입체 공간에서 이렇게 선으로 만든 면으로 면을 나눈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고는 했다. 불면의 밤, 한국적인 틀로 인해 나뉜 빛이 공간을 나누어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들던 것이 생각났다. 그 날 나는 분명 시계를 본 기억이 나지만 시간은 기억하지 못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모두 지워진 기억이니까… 하지만 그 날의 느낌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몇 십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감정, 느낌. 그 느낌을 이 전시를 보는 감상자는 과연 어느정도 전달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 진다. ■ 김노을

Vol.20200603h | 김노을展 / KIMNOHEUL / 金노을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