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小한 Paradise

강승혜展 / KANGSEUNGHYE / 姜承慧 / painting   2020_0610 ▶ 2020_0623 / 월요일 휴관

강승혜_소소한 파라다이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234cm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_12:00pm~05: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일호 GALLERY ILHO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7-2 Tel. +82.(0)2.6014.6677 www.galleryilho.com

'잠긴 아이'는 쉬고 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세상을 만끽하고 있다. -그는 조물주로서 세계를 바라보고, 세상의 일부가 되어 그 속에 있는 자신을 느끼고 있다. 그 세상은 그와 공존하며 때로는 그에 대해 경외심을 갖기도 하고 종종 (세상의 일부가 된 그와) 즐겁게 어울린다. 그는 사실 아이가 아닐 지도 모르지만 그의 성별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나이도 의미가 없다. 그는 어디에서라도 차원을 이동하여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접속할 수 있으며 찰나를 영원처럼 느낄 수 있다. 그 세계는 현실과 분리되어 있으나 현실의 유희가 되기도 하고 현실을 견디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며 그 '잠시' 동안은 현실 자체가 되기도 한다.

강승혜_물놀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7cm_2020
강승혜_건강을 기원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112cm_2019

아이가 창조한 풍경은 어느모로 보나 '그림'. 진짜같은 데라곤 한 군데도 없는 철저한 2차원의 선그림이다. 그 곳은 마치 '결계'에 둘러싸인 양, 우리가 '현실'이라고 인지하는 세상과는 다른 차원에나 존재할 법한 비현실이다. 그러나 그가 접속하는 순간 그 곳은 공기가 흐르고 바람이 불며 강물이 굽이치고 소리와 냄새가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 곳은 이국적이거나 화려하거나 환상적이지도 않다. 그 곳은 그저 그 속의 모든 존재가 평등하게 조화롭고 뭐가 됐든 지나침이 없는 공간이다. 격정적인 자연도, 악착같은 의지도 없고, 딱히 효율적이거나 특별히 비참한 것도 없고, 그저 적당히 존재하고 적당히 수고롭고 적당히 누리고 부족한 듯 족한 공간. 바보 이반의 후예들이나 살 법한 어리석은 세계. 옛 사람들의 무릉도원은 그런 곳일 것이다. 그 세계를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잠긴 아이'는 과거든 현재든 과도함(과도한 전쟁, 과도한 업무, 과도한 수탈, 과도한 인간관계, 과도한 환경오염...)에 지친 보통의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는 오히려 평범하다.

강승혜_연못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15cm_2020
강승혜_물놀이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97cm_2019

시각적으로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그 익숙함에 친근함을 느끼고 이방인이라면 동글동글한 작은 세상에 스스럼이 없을 듯한 형상을 전통화에서 차용, 사대부와 일반인들이 제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낸 이미지들 중에 취사선택하여 친숙한 느낌의 관념산수화를 만들어보았다. 동양의 산수화가 그토록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데에는 자연친화적 DNA와 어지러운 시대상의 영향으로 인한 현실도피적 심리의 조합이 한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평생 태평성대를 살아갔던 사람이라해서(그런 사람이 있다면) 산수화에 무관심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든 풍진 법이니까. 그럼에도 그림 한 점을 바라보며 자신의 낙원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제법 운이 좋지 않은가.

강승혜_달놀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12cm_2019
강승혜_소소한 4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56cm_2019

선으로 그려진 2차원의 관념세계와 명암과 색채로 그려진 3차원의 자아는 한 화면에서 조우하고 있으며 그림 속 세계는 '잠긴 아이'에게 이미 현실이 되었다. 그는 그 속에서 비로소 편안함을 느낀다. ■ 강승혜

Vol.20200610a | 강승혜展 / KANGSEUNGHYE / 姜承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