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EG SUPPLY

옥승철展 / OKSEUNGCHEOL / 玉承哲 / mixed media   2020_0618 ▶︎ 2020_0725 / 일,월요일 휴관

옥승철_AU79_MP4 영상(GIF), 모니터, 아크릴 프레임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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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기체 GALLERY KICHE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35 2층 Tel. 070.4237.3414 www.gallerykiche.com

갤러리 기체는 옥승철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JPEG SUPPLY』展을 오는 6월 18일부터 7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작가는 디지털의 관습과 미술의 관습이 교차하는 작업과정에 주목한 첫 개인전 "UN ORIGINAL"의 연장선에서 이른바 가벼운(디지털 원본) 이미지와 무거운(미술 작품) 이미지가 교차하는 아이러니를 부각한다. 이를 위해 갤러리 공간은 원본 JPEG에 미술의 전형적 형식과 물리적 형태, 질감을 부여함으로써 예술작품의 요건을 갖추고, 그 고유의 '아우라', '차별성'을 감상자에게 서비스하는 플렛폼으로 설정된다. '밈meme'은 그런 작가의 의도를 집약해 풀어내는 중요 키워드이다. ● 이번 전시는 우선 작가의 디지털 원본 이미지가 회화, 조각 등 예술작품의 전통적 형식부터 굿즈, 앨범, 커스텀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가상, 미술과 비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출력되고, 전유된다는 데서 출발했다. 그리고 작가는 이미지가 하나로 고착되지 않고 그 안과 밖에서 상호작용하며 여러 형태와 질감으로 구체화되는 과정, 그리고 출력된 외피가 빚어내는 이른바 가벼움과 진지함이 공존(무한 복제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와 유일성이 강조되는 회화, 조각이 대비되는)하는 모순을 강조해 동시대성의 틀 안에서 작가적 질문을 상정하고자 한다. ■ 갤러리 기체

옥승철_Golden Spike_나무에 도금_높이 30cm_2020

밈 효과1. 인터넷에서 확산하는 밈(meme)은 한 사용자가 유포한 원본 콘텐츠가 다른 사용자들이 변형시킨 다양한 복사본을 낳고 그것이 원본보다 더욱 널리 퍼뜨려지는 현상을 가리킨다.1) 옥승철의 회화는 인터넷에서의 밈과 몇 가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돌연변이다. 그의 회화는 1970~2010년대 다양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려낸 인물 이미지 원본을 복제하고 각 요소를 재조합하여 기존의 맥락을 삭제한 상태로 제시한다. 하나의 밈이 무수히 다른 버전으로 바뀌어 번지는 것처럼, 그의 회화 속 서로 닮아 보이는 얼굴은 자신이 제작한 JPEG 파일을 작품의 원본 삼아 다양하게 변형을 가한 일종의 돌연변이들이다. 또 하나는 온오프라인에서의 편재성(omnipresence)이다. JPEG 파일을 투사한 캔버스에 손으로 정밀하게 베껴 그린 회화 작품은 특히 온라인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모으며 작품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서 밈처럼 순환한다. 그의 인스타그램 ID인 해쉬태그 '#아오키지(#Aokizy)'를 달고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중국 웨이보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떠돌고 있다. 옥승철은 일련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작품의 물리적 성격을 실험하고자 새로운 매체를 시도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두 번째 개인전 『JPEG SUPPLY』다.

2. 옥승철 회화의 외피는 아크릴 물감이지만, 그 속성이 JPEG 파일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그의 회화는 JPEG 파일을 내장한 또 하나의 밈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전시의 제목 『JPEG SUPPLY』는 작가가 디지털 세계의 스케치를 아날로그 세계의 캔버스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도구로 사용한 JPEG 파일의 가능성에 주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 때 전시장은 옥승철이 창작한 디지털 이미지(JPEG)를 현실 공간에 물질의 형태로 배급(SUPPLY)하는 장소가 된다. 전시는 아이러니와 돌연변이에 초점을 맞춘 신작을 선보인다. 물성이 부재한 JPEG 파일에 물성을 부여한다는 아이러니를 바탕으로 하여, 가장 가벼운 형태의 JPEG 파일을 기반으로 만든 무거운 목조각을 선보인다. 목조각을 위한 일종의 스케치인 3D 렌더링 파일을 거꾸로 디지털 영상으로 만든 설치작품도 있다. 이렇게 원본성(originality)이 모호해진 돌연변이 파일들이 전시공간에 나타날 때의 효과를 탐색한다.

옥승철_Golden Spike_나무에 도금_높이 30cm_2020_부분

3. 인터넷의 밈은 인터넷 바깥의 세상에서도 신드롬을 이끈다. 2020년 1월 가수 지코가 쇼트 비디오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신곡홍보로 시작한 '아무노래 챌린지(#anysongchallenge)'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챌린지에 화답하는 영상 제작과 공유가 붐을 이룬 것이 한 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JPG"나 ".GIF"란 제목으로 떠도는 '짤방'이나 '움짤'도 밈의 한 종류다.2) 다만 밈은 사진과 영상뿐 아니라 다중 사용자가 콘텐츠를 복사하고 유포하는 현상 그 자체를 통칭한다. 작가는 전시장을 찾은 관객이 밈의 전파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꾸렸다. 미니멀한 디스플레이 속에서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단 하나의 모티프를 강조하여 관객의 시지각에 스며든 이미지가 또 다른 형태로 번져나가기를 바랐다. 그런 점에서 전시 제목은 미국 셀러브리티 칸예 웨스트와 아디다스의 합작 브랜드 '이지 서플라이(Yeezy Supply)'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쉽다'는 어감과 정반대로 제품 발매시마다 웹사이트가 마비될 만큼 팬들이 몰리는 바람에 손에 넣기 어려운 운동화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4. 첫 개인전에서 회화 작품으로 인기를 모았던 옥승철이 새롭게 보여주는 조각과 영상설치 작품은 기시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준다. 작가는 첫 번째 개인전 『UN ORIGINAL』에서 자신의 디지털 드로잉을 캔버스 위에 정교하게 재현한 회화 연작을 통해 기존 회화의 숭고성과 유일성 신화에 균열을 내고자 했는데, 전시 『JPEG SUPPLY』는 이러한 의도를 더욱 극단적으로 살려 연출된 숭고함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설정됐다. 전시장은 귀중한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 내지는 성상을 모시는 절과 같은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채광이 완벽히 차단된 진회색의 가벽, 노란 빛의 은은한 조명과 푹신한 카펫으로 고요한 분위기가 감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바로 마주치는 회화 2점이 익숙하고도 낯설다. 분명 다른 작품에서 보았던 어린아이의 얼굴인데 머리색과 얼굴선이 묘하게 달라져 있다. 작가는 기존의 원본 JPEG에 또다른 레퍼런스를 추가하여 한층 더 자란 듯한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 냈다. 단발머리 소녀 그림과 함께 뾰족머리 소년 그림이 함께 자리하여 그의 회화가 상호 참조한 결과물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5. 한편 뾰족머리 소년의 얼굴이 황금색 입체 두상으로 탈바꿈하여 함께 전시됐다. 작가의 원본 JPEG 파일을 바탕으로 3D 모델링 파일을 제작하고, 이 파일을 재료 삼아 CNC 조각 공정을 거친 목조각의 겉면에 옻칠과 금박을 입혀 만든 것이다. 목조각의 최종 세공에는 충남 무형문화재 46호 김태길이 협업했고, 칠과 금박 작업은 동천 목칠조형연구소 김효란이 협업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CNC 조각의 후가공 과정에서 전통 목불상의 제작방식을 차용해 만들어낸 결과물은 마치 박물관의 여느 불상처럼 유리 쇼케이스 안에서 고고하게 빛난다. 그러나 유일해 보이는 작품이 사실은 원본 JPEG 파일은 언제 어디에서나 편재하는 상태라는 점에서 공간의 아이러니는 한층 더 극대화된다. 이것을 증명하는 작업이 전시장 다른 한편에 자리한 3D 애니메이션 「AU79」 이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소년의 금빛 얼굴이 끈적하게 늘어나거나 팽팽하게 부풀며 변신을 거듭하는데 이는 목상 제작 과정에서 쓰인 모델링 파일을 변형하여 만든 것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별도의 내러티브 없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로서 전시장 공간에서 '움짤' 기능을 수행하며 인터넷 밈의 무한 복제, 무한 증식의 양상을 현실 공간에서 보여준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출력 개념을 물리적으로 시각화하고자 투명한 모니터를 사용했다. 디스플레이의 옆, 뒷면과 기판을 노출시키는 설치 요소를 통해 액정 화면에서 이미지가 흘러나오는 장치의 구조를 드러낸다.

옥승철_Behea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0cm_2020

6. 이렇게 전시는 3가지 다른 매체로 되어 있는 출품작을 통해 하나의 밈이 또 다른 밈으로 흘러가며 순환하는 구조를 취한다. 원형으로 존재하던 JPEG 파일(기존의 밈)이 변이와 조합을 거쳐 돌연변이(새 밈)를 낳고, 다양한 버전의 돌연변이(밈)들이 상호적으로 참조하며 또 다른 서사를 파생시킨다. 전시는 옥승철의 작품 내부에 심겨진 인터넷 밈의 속성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인터넷 내부와 외부 공간의 충돌이 형상화하는 긴장을 그려낸다. 작가가 창작의 도구로 여겼던 JPEG 파일이 복제를 거듭하여 마치 바이러스처럼 멈추지 않고 공급되면서 그것이 머무는 매체의 폭을 다변화하고 결과물의 성격까지도 진화하도록 이끄는 상태를 드러내고자 한다.

옥승철_Behea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0cm×2_2020

7.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와 수차례의 논의를 거치며 작업의 뼈대로만 그쳤던 디지털 드로잉의 밈이라는 특성과 3차원의 전시 공간에서 나타날 디지털 이미지의 낯선 효과에 집중했다. 회화 작가로 출발한 그가 영상과 설치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을 때 작가의 작업 속에 담긴 포스트인터넷아트(post-internet art)의 성격을 논하게 되었고 이것이 전시 기획의 토대가 되었다.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기획과 제작 및 구현 전 과정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과 공유를 경험했다. 새로운 작업 구조는 옥승철이 앞으로 생산해낼 이미지의 장르적 확장은 물론 그 유통 범위를 전례 없이 폭넓게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 채연

* 각주 1) 본디 밈은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1976)에서 진화생물학의 주장을 유전자의 관점으로 설명하기 위해 만든 조어다. 1989년 옥스퍼드 백과사전에 등재된 정의는 '모방을 통해 복사되고 전달되는 문화적 요소'. 현재는 문화 콘텐츠의 변이와 전파를 설명하는 대중적인 단어로 자리 잡았으며 디지털 생태계에서 특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밈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확산하는 특성을 감안해 '인터넷 밈(internet meme)'으로 칭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부르는 '밈'으로 표기했다. 2) 짤방은 '짤림 방지'의 줄임말이며 온라인 게시판에 짧은 글을 올릴 때 운영자의 임의 삭제를 막기 위해 글의 내용과 상관없는 매력적이거나 특이한 사진을 첨부한 데서 유래했다. 짧게 짤이라고도 부르며 같은 맥락의 영상을 움짤(움직이는 짤방)이라고 부른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밈의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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