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윤애근 10주기 회고전-공(空) - 생명의 겹

윤애근展 / YOONAEKUN / 尹愛根 / painting   2020_0709 ▶︎ 2020_0803 / 일,공휴일 휴관

윤애근_공-환벽당 92×110cm_2000

초대일시 / 2020_0716_목요일_05:00pm

후원 / 광주광역시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공휴일 휴관

은암미술관 EUNAM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로85번길 8-12 2층 Tel. +82.(0)62.226.6677 www.eunam.org

새로운 세계를 펼친 직관력의 예술가 ● 무등산 자락을 바라보며 작업해 온 윤애근의 예술가적 삶은 그다지 평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의 체취가 오롯이 배어있는 작업실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거꾸로 바라보는 공간이자 자연과 소통하고 조우하는, 세상 것들을 비우는 비움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윤애근의 예술가적 삶은 맑음, 밝음, 무향, 무취 등을 엿보게 한다. 자신의 분신으로서 아끼고 사랑해 온 작업실에서 심도 있는 조형성을 표출해내는 데는 그만의 독특한 예술적 직관력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이 직관력은 남다르게 타고난 것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자신의 노력으로 온전히 발현하고 발전한 것인 듯하다.

윤애근_보길도아이들_124×95cm_1979

1970년대에 창작한 「어촌」, 「담양 아저씨」 등은 단순한 어부의 모습이 아닌, 어부의 애환이 느껴지는 본질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우리는 이 어부의 침묵의 모습을 통해서 풍랑과 싸우고 찬바람을 맞아가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어부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혹자는 어린 시절에 태양이 작열하는 바다로 나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하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상과 조응하는 윤애근의 뛰어난 직관력에 의해 그의 작품에서 다양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그의 타고난 직관력은 대상의 본질을 화면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는데, 이는 1980년대 이후 휴머니즘적이면서도 맑음이 드러나는 청색시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타고난 직관력이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밀도를 더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공(空)」 시리즈가 창작되면서 더욱 직관에 의존하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창조되었다. 마치 장자(莊子)에 나오는 나비처럼 윤애근은 자신이 나비가 되었다가 새가 되었다가 꽃이 되며, 새로운 세계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나갔다.

윤애근_공-소머리_97×130cm_1998
윤애근_공-우정2_42×66cm_2002

여기서 작가 스스로가 대상을 지각하면서 갖게 되는 의식은 엄밀히 말해 대상을 아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자신의 세계를 깨달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물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바로 작가 자신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대상의 본질이나 의미는 어떤 초월적인 영역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서로 교차하여 공존하며 드러나는 느낌이며, 일어나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원래부터 존재하는 어떤 존재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아닌, 존재가 세워지면서 만들어지는 세계이자 공간인 것이다. 이러 과정과 행위 속에서 일련의 「공」 시리즈가 연달아 창작되는 등 자신의 세계가 독특하게 펼쳐지는 작품을 남기게 되었다. 자신과 대상의 대면으로 끝나지 않고 대상과의 조응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 그의 타고난 직관력은 밝고도 자유로운 형상과 조형성으로 형과 색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아름다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윤애근_공-우정2_106×152cm_2004
윤애근_공-독도1_90×120cm_2005

이처럼 정산 윤애근은 직관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왔으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창작하였다. 이 예술적 직관은 자신의 내면에서 혹은 자신의 담아한 삶에서 체득되기도 하였다. 장자의 나비와 같은 마음으로 자연에 묻혀 조용히 그림 그리기를 즐겼던 화가로서 순수한 열정과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과 체험으로 표출해낸 「공」 시리즈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가 작고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들은 생명력을 지닌 채 우리들을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해준다. ■ 장준석

Vol.20200709a | 윤애근展 / YOONAEKUN / 尹愛根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