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_리두기

가창창작스튜디오입주작가 초대展   2020_0713 ▶ 2020_0808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박용화_이미솔_이민주 임지혜_정민규

▶︎ 전시내용 영상 사이트

주최 / (재)행복북구문화재단 기획 / 정연진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어울아트센터 대구시 북구 구암로 47 갤러리 금호 Tel. +82.(0)53.320.5120 www.hbcf.or.kr

거_리두기 ● 『거_리두기』 전시는 올해 2월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 창작공간인 '가창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정연진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그곳에서 함께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박용화, 이미솔, 이민주, 임지혜, 정민규 작가 5인이 참여한다. ● 년 초 발생한 코로나 19에 의한 팬데믹은 많은 이들의 삶을 불안과 고립으로 변화시키고 어쩌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를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필수로 착용해야만 하는 마스크, 열 체크 없이는 어디에도 출입할 수 없는 달라진 일상, 거리두기로 왕래가 끊긴 홀로 남겨진 외로움, 그로인해 한 일상의 그리움...... ● 현재의 우리 사회모습을 전시로 기획하고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들의 태도에서 현실을 마주한 젊은 예술가들의 회화적 고민과 응답은 무엇일까. 오늘에 대해 공감하고 인식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미술은 우리와 결코 떨어져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어울아트센터

예술에서의 거_리두기 ● 예술의 공리 중 하나는 '예술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이나 처한 현실을 심미적으로 환원하여 작품에 반영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대유행병(Pandemic) 역시 섬세한 감수성과 예민한 감각을 지닌 예술가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함께 있다. 아니 더 심각하게 팬데믹을 몸과 마음으로 이겨내고 있을 터이다. ● 이런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및 '생활 속 거리두기'를 제시하였다. 이에 사람들은 불필요한 만남을 줄이고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거리는 한산해졌고, 마스크는 생활 속 필수품이 되었으며, 개인적으로 계획되어 있던 여행 및 나들이 계획은 물론 다양한 행사 및 예술 전시와 공연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이로 인한 답답함이 숨을 조여오기는 하지만, '나와 남을 동시에 배려하기' 위해 많이 이들이 거리두기라는 방식을 일상 속에 적용하고 실천해오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가 지속됨으로써 달라져버린 일상에 생겨버린 심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코로나 블루(Corona blue)와 같은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술가들 또한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각자 자신 만의 거리두기 방식으로 팬데믹 상황을 관찰하고 공감하며, 더 나아가 이로 인한 피로감과 우울함을 예술로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예술가들은 작품 속 존재(Being)를 통해 그들의 태도를 나타낸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는 그의 저서 「예술작품의 근원(Der Ursprung des Kunstwerks, 1952)」에서 사물에 담긴 '존재(Being)'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빈센트 반 고흐의 「한 켤레의 구두」를 예로 들었다. 작품의 존재자인 고흐가 원했던 것은 단순히 낡고 닳은 구두의 외형적 특징 묘사가 아니며, 구두의 주인 즉, 농부의 고단하고 힘든 삶의 표현으로 읽을 때 비로소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거리 두기가 요구된다. 작품 속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조금 떨어져서 그 속의 사물의 본질을 파악해야 진정 예술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거_리두기』의 작품들 또한 감상에 있어 이러한 거리두기 방법이 요구된다. 작가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 세태를 보여주는 이 전시에서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공유하고자 하며, 우리는 이러한 그들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예술적 거리두기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보아야만 한다. ● 작가 박용화는 일상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경험 또는 사건을 토대로 발현한 생각과 감정을 공간(Space)으로 구성한다. 이렇게 보여 지는 그의 공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으로 거리 두게 만들면서 불안한 현시대의 본질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그는 주로 동물원의 우리(Cage)의 공간을 차용하여 무기력한 동물들, 고깃덩어리, 해골 등의 이미지들을 병치시킨다. 익숙한 공간 속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의 나열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과 인공의 경계 속에서 이도저도 아닌 혼란을 야기한다. 작가는 이러한 갈등의 구조를 통해 정체성을 상실한 현재의 불안을 나타낸다. ● 작가 이미솔은 작가의 작업실 속 버려지는 것들에 집중한다. 직업의 특성상 마치 세상과 격리된 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그 곳에서 쓸모를 다해버린 것 같은 사물들에 그녀는 집중한다. 작가에 의한 시각적 거리두기를 통해 새롭게 배열된 이들은 우리가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조각적이고 회화적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작품 속 오브제들은 버려진 존재도, 작품이 되지 못한 존재도 아닌 작품을 위한 작가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화려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 작가 이민주는 평화로운 일상과 사랑스러운 소재들을 다룬 연작을 통해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간 봄에 대한 아쉬움, 작가의 가족인 고양이들과의 에피소드, 부처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과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녀의 작업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관람객에게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지만 동시에 펜데믹 이전의 일상에 대한 그리움 또한 느끼게 한다. ● 작가 임지혜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신문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펜데믹 기간동안 사람들이 집중했던 뉴스 속 심각하고도 우울한 이미지들이 그녀의 손에서는 새로운 이미지로 나타낸다. 다양한 정보를 가진 이미지들이 한 곳에 모여 더욱 복잡한 정보를 가진 거대한 백과사전이 되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 하나의 재미있는 동화로서 나타나기도 한다. 현실을 보도하는 신문 속 어둡고 우울한 사건을 거리를 두고 보니 또 다른 존재가 된다. ● 작가 정민규는 펜데믹 속에서 그가 직접 목격하고 느낀 감정을 표현했다. 대구에서 팬데믹 상황이 가장 고조되었던 그 때, 대구 지역에서 작가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작품이 되었다. 매일같이 뉴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섭고도 두려운 사건들과 텅 빈 거리, 보이지 않는 질병과 싸우는 사람들 등암담한 상황 속에서 그가 느꼈던 인간으로서의 무력감과 감정적인 반향이 간절한 기도와도 같은 작품으로 변모했다. ● 점점 길어지는 펜데믹 기간으로 인해 지처만 가는 요즘이다. 힘듦과 우울함이 지속되지만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시간일수록 방심할 수 없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그저 손을 놓고 지켜만 보기만 한다면 이 시간은 더욱 벅차고 길 게만 느껴질 것이다. 이를 위한 돌파구로 예술가들의 다양하고 우울하면서도 유쾌한 작가적 거리두기 방식을 살펴보고, 그들의 작품 속 존재들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통해 새로운 나만의 거리두기 방식을 개발한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트여 보는 것 또한 슬기로운 펜데믹 생활이 되지 않을까 한다. ■ 정연진

박용화_박제된 공간_캔버스에 유채_91×116.8cm
박용화_face_캔버스에 유채_60.6×72.7cm
박용화_불안을 담은 공간_캔버스에 유채_45.5×50.3cm

일상의 경험이나 사건 속에서 발현된 생각들과 반응하는 감정으로 공간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 일상은 사회가 주는 직간접적인 경험과 타자와의 관계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은 즉흥적 감각을 통해 주변의 이미지와 공간을 인지하고 작업으로 이어나가게 된다. 나는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주어진 상황이나 선택적으로 여러 공간을 이주하게 되었다. 유목적 삶 속에서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자연스레 낯선 주변을 사물과 장소를 답습하며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공간에 대하는 태도는 주변의 공간을 색다른 공간으로 환유하여 표현하거나 공간에 직접 들어가 작업을 진행하는 형태의 작품으로 확장되어 갔다. 현재 진행하는 작업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통상적인 생각들을 전복시키고 작품을 통해 이중적이고 불안한 현시대의 본질적인 모습을 표현해 보여주고자 한다. 불안한 현시대의 모습은 작품 안에서 동물원의 우리(cage) 속 인간의 군상과 동물들 고깃덩어리들이 병치되어 낯선 조합을 이루게 되는데 주변 정육점과 동물원을 배회하던 기억과 주변 이미지의 교잡을 통해 사실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서사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인간성 동물성과 자연적 인공적 경계에서 갈등하는 구성으로 본질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불안한 현재를 표현하고자 한다. ■ 박용화

이미솔_Artistic tape 1_캔버스에 유채_80×116.8cm
이미솔_Artistic tape 2, 3, 4_캔버스에 유채_각 53×65.1cm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이 한창이던 학부와 대학원시절, 눈앞의 풍경들을 작은 나무판에 나열하듯 그렸다. 그것들은 대부분 작업실의 여러 구석들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인 작업실에는 작품을 비롯하여 아직 작품이 되지 않은 것들과 앞으로도 작품이 되지는 않을 사물들이 가득하다. 공간의 주체가 자리를 비운 후에도 이곳의 열기는 쉽게 가시지 않는 듯하다. ● 처음에는 붓, 가위, 망치와 같이 어느 정도 '사물'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였다. ● 좀 더 바라보니 매일매일 만들어지는 폐기물에 관심이 쏠렸다. 휴지, 종이컵, 테이프뭉치… 더럽혀지고 망가진 작업의 배설물들의 형태와 색채는 가히 조각적이고 회화적이었다. ● 이와 함께 바닥과 벽에 묻은 물감얼룩과 먼지, 못자국은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사실적으로 재현하려할 수록 추상적 화면이 되어간다. 재현과 추상 사이 그 어디엔가 존재하는 이미지가 된다. ● 작업으로 담아오는 이것들은 모두 에너지의 파편들이다. 이렇다 할 존재감이 있지는 않지만, 이 티끌들이 모여. 작업실의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데에 큰 몫을 한다. ● 이미지의 생산자인 나는 이들로부터 이미지의 원료를 제공받고, 생산 및 가공의 과정에서 작업의 배설물을 배출함으로써 또다시 원료를 충전한다. 의도치 않은 필연적 순환 고리 속에서 작업은 계속된다. ■ 이미솔

이민주_무릉도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444cm
이민주_나의 아름다운 생활 시리즈 中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
이민주_나의 아름다운 생활 시리즈 中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은 작가의 시와 산문을 모아 엮은 책인 『산호와 진주』(일조각, 1969)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서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나열해 나간다. 그런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박한 일상을 열거법으로 나열 해 간 피천득의 수필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서 주변에 있는 작은 기쁨이나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나열 해 보았다. ● 10호의 사이즈에 그린 그림들 속에는 한창 꽃을 볼 시기에 꽃을 보지 못한 2020년의 아쉬움으로 인한 동백꽃 그림, 본인이 키우는 고양이들의 이야기, 작년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불교, 민화적 요소, 내가 만약 부처라면 이라는 상상으로 그린 엉뚱한 이야기들이 들어 가 있다. 이 그림들은 후에 큰 작업에 요소가 될 예정이다. 「나의 사랑하는 생활」 시리즈는 당분간 연달아 연작을 할 계획이며 훗날 작업노트와 쓴 글들과 그림을 엮어서 작은 수필집으로 발간 해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 이민주

임지혜_현대세계사전부분_종이에 신문 콜라주_123×152cm
임지혜_피크닉_종이에 신문 콜라주_29.7×42cm
임지혜_수박 동동_종이에 신문 콜라주_42×29.7cm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들과 세계를 인식하고 재현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해서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풀과 가위로 직접 오려 붙이는 신문 콜라주를 만든다. 종이 신문은 사회를 간접경험 하는 통로이자 상상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매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가장 교과서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 신문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위트를 담아 재조합한다. ● 비판과 풍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뉴스 콜라주, 일상 속 즐거운 상상을 콜라주 기법으로 풀어내고 동화 같은 풍경 속으로 초대하는 작업의 두 갈래 콜라주 작업으로 풀어낸다. 이 두 축을 유기적으로 이어, 세계의 모습을 쌓고,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이자 세계시민으로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고자 한다. 콜라주는 일회성 이미지 과잉시대에 수동적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이미지를 재조합하여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놀이이다. 신문은 전 세계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이런 신문을 콜라주하여 거대한 세계 속 개인이 갖는 사소함을 극복하고 상상을 통해 이미지를 유희한다. 동시대의 이미지를 수집, 기록, 재창조하는 신문 콜라주로 현대 세계의 백과사전을 엮어내고자 한다. ■ 임지혜

정민규_현대인의 모습-대구, 2020-Self-Portrait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8×12cm
정민규_현대인의 모습-대구, 2020_마스크 30개, 펜 172개_가변설치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월 29일, 급수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계획했던 일은 무산되거나 연기되고, 이러한 시점에 기존에 계획했던 일은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했다.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구 시내의 번화가에서 사람 보기가 힘들었고 미술관 및 갤러리들은 휴관을 했다. 평상시의 이미지는 낯선 것이 됐다. 구조가 변하면서 생계의 위협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대구시와 대구 시민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인식 변화, 필수가 되어버린 마스크, 범람하는 확진자 정보, 뉴스, 지근거리에서 질병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보며 보고 듣는 것 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무력감과 함께 감정적인 반향을 느꼈다. 이러한 반향으로부터 나는 한 문장을 문장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반복해서 적기로 했는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를 기도와 같이 반복해서 적었다. 또한 대구시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목격하고 체감하면서 바이러스에 의해,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구조 속 인간의 모습을 Self-Portrait로 기록해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업은 문장을 적으며 사용된 펜과 마스크로 이루어진 설치물, Self-Portrait이다. ■ 정민규

Vol.20200713c | 거_리두기-가창창작스튜디오입주작가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