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ook+Off Kawara

권남희展 / KWONNAMHEE / 權南喜 / installation   2020_0716 ▶ 2020_0806 / 월요일 휴관

권남희_A Book+Off Kawara展_아마도예술공간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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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강원도_강원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한남동 683-31번지) Tel. +82.(0)2.790.1178 amadoart.org

권남희는 이번 개인전에서 「A Book」(2020)과 「Off Kawara」(2020), 「하얀 벽 사진」(2020)을 선보인다. 이 작업들은 그간의 작가의 예술적 태도와도 결부되어 있고 예술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의 산물들이다. 그는 어떤 경험이나 사건의 주된 의미를 찾기보다 대상의 인상을 지워나가면서 최소한의 형식으로 자신만의 의미를 정립해 왔다. 이번 전시는 책에 대한 해석을 담은 네온 설치와 온 가와라(On Kawara)를 오마주한 회화, 흰색의 빈 벽을 찍은 사진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상상력과 경험에 맞닿고자 의도한다.

권남희_A Book-1-_네온_8×24×6cm_2011
권남희_A Book-3-_네온_8×24×6cm_2011 권남희_A Book-1-_네온_8×24×6cm_2011

전시의 시작점이었던 「A Book」은 작가의 이전의 작업인 「번호 그림들」(2007)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는 "나름의 스타일로 회화를 만들고자 시도하면서 회화는 각기 다른 캔버스의 나열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고 캔버스 하단에 번호만 남은 시리즈 작업"을 하게 된다. 이 아이디어는 캔버스 작업에만 묶여 있지 않고 책이라는 매체 그리고 공간으로 나아간다. "서점을 채운 많은 책에 압도되었던 경험과 지식이 주는 현기증을 느끼면서 서점 안 모든 책이 페이지 번호만 남은 하얀 책이 되는 상상을 했을 때 느껴졌던 청량감이 있다." 이러한 맥락 아래 「A Book」은 "나뉜 방에 번호를 붙여 공간이 하나의 빈 책이 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네온 숫자들의 나열로 실현한다. 한편 네온은 작가가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재료이기도 했다. 「A Book」에 이르러 중첩되고 교호했던 아이디어와 재료는 완결되고 공간에 안착하게 된다. 작가는 이곳에서 관객들이 공간을 이동하면서 책의 한 페이지 혹은 한 장을 넘기는 것과 같은 지각의 경험을 통해 각자 만의 '어떤 책'을 만들기를 소망한다.

권남희_A Book-7-_네온_8×24×6cm_2020
권남희_A Book-8-_네온_8×24×6cm_2020
권남희_A Book-9-_네온_8×24×6cm_2020

책의 부록처럼 상정된 혹은 이 전시의 부록으로 작용하는 「Off Kawara」는 개념미술작가 온 가와라에 대한 오마주다. 작가는 앞서간 미술가나 작가에 대한 오마주를 작업으로도 종종 표현해 왔다. 피터 한트케 소설의 한 대화를 흐릿하게 찍은 사진, 비트켄슈타인의 글귀를 사용한 표지판 작업,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필사한 「작가의 일기」(2014) 등이 그것이다. 온 가와라 역시 작가의 작업 스타일에 확신을 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On Kawara라는 이름에 이미 그의 작업 세계가 담겨 있다고 보았다. 가와라가 살아 있는 때가 'On'이라면 그가 사라진 후는 'Off'가 된다는 상상으로부터 「Off Kawara」를 도출한 것이다. 인간의 유한성을 현존하는 작가 자신의 시간으로 증거한 「오늘(Today)」 연작을 차용한 이 작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2월 13일까지 작가 자신의 날짜를 그린 것이다.

권남희_A Book-11-_네온_8×24×6cm_2020 권남희_A Book-8-_네온_8×24×6cm_2020 권남희_A Book-9-_네온_8×24×6cm_2020
권남희_Off Kawar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16×22cm_2020
권남희_하얀 벽 사진 1, 2, 3_사진인화_각 33.5×45cm_2020

다른 컨셉을 가진 세 작업은 전시로서 서로 연결성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네온의 숫자와 캔버스의 날짜, 흰색의 벽들은 구체적인 의미나 내용을 지시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사인(sign)처럼 추상화된 작가의 작업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전 작업들에서도, 네온 표지판, 손수건, 철재, 캔버스 등에는 '역에서 만나자', 'Foggy Area', 'I am safe', '빈 바람, 빈 하늘, 빈 글, 그리고 빈 강물', 'Are you dreaming or are you speaking?', 'When you cry…I will cry too', '-1-. -2-, -3-, -4-…'와 같이 직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의미가 새겨졌다. 구체적인 사건, 대상, 상황이 존재했지만 그것들을 사상(捨象)함으로써 압축된 인상이 남은 것이다. 작가가 포착한 인상이 지향하는 바는 "침묵(Silence)"과 "비움(Emptiness)"이며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한 고독(Solitude, Sorrow)과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한 이유 없는 슬픔과 아픔을 마주하고 위안(Comfort)"이 되는 것이다. 그는 자극을 유도하기보다 누군가의 곁에서 쉼이 되고 사소하게 이야기를 건네고자 하는 예술, 누군가의 곁에서 그저 숨 쉬고 있는 예술이 되고자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 신양희

Vol.20200716g | 권남희展 / KWONNAMHEE / 權南喜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