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Bug

2020_0717 ▶ 2020_0823 / 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은희Eunhee Kang_파올라 에스트렐라 Paola Estrella 제니 아마야 Jeny Amaya 레아 콜렛 & 마리오스 스타마티스 Lea Collet & Marios Stamatis 톰 칼린 Tom Kalin_비토 아콘치 Vito Acconci

기획 / 임진호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웃사이트 out_sight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가길 12 GF (혜화동 71-17번지) Tel. +82.(0)2.742.3512 www.out-sight.net

2020년 봄,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가 도시를 비우자, 광장과 시장에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갈 곳이 없어진 관계들은 빠르게 매개 되어 재현과 통신의 네트워크로 전송되었다. 손을 잡고, 얼굴 맞대고 대화하며, 같은 공기와 음식을 먹는 일들은 네트워크상에서 글로 이야기되거나, 알고리즘으로 쓰여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체온이나 입꼬리 근육이 뒤틀리는 찰나처럼 언어적으로 표상되지 않는 것들을 간과하는 네트워크상의 관계에 대한 피로를 호소했다. 다시 예전 같아질 수는 없을 거라며 대면 시대의 낭만을 그리워했다.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톰 칼린_They are lost to vision altogether_영상_00:13:16_1989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하지만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공유하는 현실은 하나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우리만큼 많은 삶과 내면의 세계들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1).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다고 해도 마음이 제각각의 어느 차원을 비행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저마다의 영혼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저마다의 영혼에게 다른 영혼들은 세계 너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삶을 다른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사는 것 이상의 무엇이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마음이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분명 있다 2). 소파에 둘러앉은 가족이 각자의 단말기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난 거실의 적막처럼, 몸은 지척에 있지만 마음은 멀기만 하다.

강은희_Call3–스페이스 오디세이 Space Odyssey_단채널 영상_00:07:55_2019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강은희_Call1-디스턴트 콜링 Distant Calling_2채널 영상_00:08:00_2019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우리는 저 단절된 개인들의 우주를 불완전한 언어의 다리로 이을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나의 세계 안에 상대의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나의 기억은 그에 대한 나의 픽션일 뿐이다. 때로 서로 너무 다른 둘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못하고 허공에 고인 채 둘을 밀어낸다 3). 현실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들은 이따금 상대에 대해 멋대로 지어낸 이야기를 사실인 양 공표 하며 상대의 존재를 자기 구미에 맞게 왜곡시킨다 4). 그리고 마음속에서 멋대로 자라나 상대를 둘러싼 현실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기억은 사랑의 환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저 화면 속 남자는 최면을 거는 최면술사처럼, 없던 일도 꾸며내는 협잡꾼의 능숙한 언어로 화면 너머 없는 공간에 연인의 존재를 소환해낸다 (비토 아콘치 「Theme Song」).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연인의 몸을 세 치 혀로 끌어안는다. 사랑에 꼭 육체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도 같다. 사랑은 원래 비대칭적이고 (일방적이고) 망상적이다. 사랑은 하나의 세계와 그 세계 너머를 매개할 뿐 아니라, 육체의 충동을 연정으로 표상하고 마음의 떨림을 육체적 욕망의 장으로 전송시키며 차원과 경계를 넘는 질서의 교란자이다 (사랑이 그것을 경계하는 가문과 계급과 시공의 질서를 교묘히 속이면서 멀리 떨어진 연인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로맨스물의 인기는 시공을 초월한다).

제니 아마야_MAMA VIRTUAL: Ana & Aleyda_영상_00:12:35_2018
제니 아마야_MAMA VIRTUAL: Carmen_영상_00:17:30_2015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그러나 언어로 빚어지고 기술로 매개된 사랑이라고 해서 살갗을 맞댄 사랑보다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5). 그곳에서의 사랑은 이곳에서의 사랑만큼이나 실재한다. 얼마나 피상적으로 보이든 간에 그곳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서로에게 반한 채로 함께 지낸다 (레아 콜렛 & 마리오스 스타마티스 「Apex Body」). 기술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대한 영혼의 사랑을 현실에서 이루어지게 하려는 듯,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시점에서 가본 적 없는 장소를 내려다보며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친구와 함께 투명한 이미지의 상공을 비행하며 영혼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해준다 (강은희 「Distant Calling」). 그러나 현실 너머, 보다 더 나은 곳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현실을 견딜 수 없이 황폐한 것으로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천국을 숭배하고, 하얗고 깨끗한 몸을 우상시하거나, 절대적 이상의 세계를 흠모할 때엔, 이생은 한계이거나 걸림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Love Bug展_아웃사이트_2020
파올라 에스트렐라_Cyberastronaut_영상_00:02:03_2020

연결은 사랑을 매개하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육체 없이 사랑하고 몸을 소외시킨 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게 하는 단절의 기술이기도 하다. 마음을 어디로든 매개해 주는 오늘의 통신과 재현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없애는 동시에, 모두의 얼굴 앞에 뚫을 수 없는 방화벽을 세운다. 연결은 모든 이들의 고립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모든 이들의 고립은 다시 네트워크의 밀도를 높인다. 거리를 매개하는 기술이란 결국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다. 연결과 단절은 서로의 조건이자 결과이고, 단절된 육체와 연결된 정신은 그 속에서 사는 오늘의 인간의 모델이다. 네트워크 속 관계의 가능성은 고립된 개개인의 고독만큼이나 실재하는 현실이며, 존재의 단절 또한 디지털 유심론의 낙관적 들뜸 아래 그림자처럼 실재한다. ■ 임진호

* 각주 1) 프리드리히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 파올라 에스트렐라 「Cyberastronaut」 3) 미셸 우엘벡 「소립자」: "공간은 살과 살을 갈라 놓는다. 말은 통통 튀면서 살과 살 사이의 공간을 가로지른다. 타인의 이해도 얻지 못하고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 그의 말은 허공에 고인채 썩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건 누가 보기에도 명백한 일이었다. 그러고보면 말도 살과 살을 갈라놓을 수 있는 셈이다." 4) 톰 칼린 「They are lost to vision altogether」: 80년대 에이즈의 발병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의 기록들을 엮은 칼린의 영상은 타자에 대한 픽션이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도구로서 현실규범을 날조하는데 동원되었던 역사를 조명한다. 때로, 타자 혐오의 터무니없는 근거들은 신화처럼 (믿거나 말거나) 전승되며 사회의 규범으로 현실에 실재한다. 미국내 에이즈 백신의 상용화에 앞서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실험하자는 어느 연구자의 30년전 주장은 놀라울만큼 오늘의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시감을 선사한다. 5) 제니 아마야 「Mama Virtual」: 어린 자식들을 고향집에 두고, 엄마는 십몇년 전에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왔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엄마는 인터넷에 접속해 가족의 소식과 고향 풍경을 보고 듣고 쓰다듬는다. 엄마는 남의 자식을 키워 받은 월급을 고향의 자식들에게 송금하고 국제전화 선불카드를 충전한다. 고향의 아이들을 키운것은 전산화된 엄마 목소리와 달러화이다. 매개의 기술 덕분에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이 그래도 버틸 만하지만, 그렇게 타향살이를 이어가는 동안에는 그 기술의 충실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노동시장과 금융과 통신의 네트워크 안에서 엄마는 노동과 사랑의 상품으로 납작 해졌을지라도, 수화기 너머로 자식을 키워낸 모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비토 아콘치_Theme Song_영상_00:33:15_1973
레아 콜렛 & 마리오스 스타마티스_Apex Body_영상_00:09:57_2020

Spring 2020, cities were emptied as people left to home. No body was to be found in markets and plazas. Left behind the gone bodies, contacts and relations seemed as they have lost their places to nest. But before long, the technology of representation and communication has mediated private and public contacts, and transferred the interactions to the network. Affairs like holding hands, talking face to face, or sharing foods and moods are now written as texts, scripts, manuals, articles, and algorithms. Then, there was the fatigue: people got worn out of the datafied relationships, which overlooked those flashes such as slight fever of a humble admirer or a faint twist on the edge of the smiling lips. We all grew nostalgic about the time of physical contact. The concern that things would never be the same made the separation more lonesome. ● However, even when bodies were gathered together, we were not unlonely at all. Even when we say we share a reality, there are piles of lives and inner worlds as many as the number of 'I's. Even when we share time and space, we have no idea in which dimension each of us sails. After all, to every soul, there belongs another world; and for every soul, every other soul is an afterworld 1). Sharing life with another should be more than just sharing time and space. There are moments when one feels deeply disconnected from the loved one, even when they have breakfast face-to-face 2). Like in the solitude of a living room after everyone has entered into one's device, bodies could be within a foot, but minds worlds apart. ● Supposing words, that flawed bridge, can traverse the abyss separating one from another, we build stories of others in our inner worlds. But my memory of you is nothing but my fiction of you. At times, two disparate fictions would fail to cross the space between one skin and another, thus push away from each other 3). And at times, those who excel at manipulating reality would proclaim fictions about others as if they were true to fabricate social order for their profits and interests 4). And now and then, memories would be deformed, embellished, or hyped beneath one's consciousness, thus forge illusions of love and fabricate a universe of the two. Look at that man on the screen. Like a con artist, he summons a lover in the non-space behind his camera with his mesmerising language of a hypnotist (Vito Acconci Theme Song). He embraces the body of his unrevealed lover with his gibberish. It seems all love needs is words. Perhaps, love needs no body. Indeed, love is a unilateral one, love is mostly delusional, anyways. Love not only mediates a world and an afterworld, but can also convert bodily impulses into melodramas, and likewise, transmit romantic feelings to the field of carnal desires. Love is a trickster, a boundary-crosser: jumping dimensions, and hoaxing the order. (Love stories about affairs that connects separated lovers by tricking the order of time, space, class, and the families are universally popular.) ● But, who would say that love blossomed in language is flimsier than love moulded in the flesh? Is technologically moderated romance idler than a fleshly affair 5)? Love over there is as real as love right here. Lovers stay together there, however superficial it may seem on the surface 6). Friends logged on from different continents flight through the transparent sky on Google earth to open up the horizon of their souls by traveling the world together 7). As if technology wills to fulfill the soul's love for somewhere beyond now and here, it brings us to places we've never been and provides us visions from perspectives that we've never had. However, it must be remembered that blind love for a better place beyond reality can ruin reality as a deserted place. When one recklessly worships heaven, idolises white and clean body, or admires the absolute ideal; earthly life would be nothing but a limit or a hindrance. ● The technology of connection is a technology of love, but at the same time, it is a technology of separation that makes believe that one can love without a body and live with the body isolated. Today's technology that brings the mind wherever it adores may curtail the distance between an individual and another; but at the same time, it shall build a firewall against each face that cannot be evaded. Connection sustains everyone's isolation, and everyone's isolation makes the network denser than ever. After all, technology that mediates the distance is technology to keep the distance. Connection and isolation are each other's condition and effect. And isolated body with a connected mind is the model of the human being in today's world. The possibility of the network of relationships is as real as the solitude of individuals in the system, and vice versa: isolation of beings in the networked society really exists under the shadow of the optimism of digital dualism. ■ Jinho Lim

1) Friedrich Nietzsche Thus spoke Zarathustra 2) Paola Estrella, Cyberastronaut 3) Michel Houellebecq The Elementary Particles : "Space separates one skin from another. Words cross the space, the space between one skin and another. Unheard, unanswered, the words hang in the air and begin to decay, to stink; that's the way it is. Seen like this, words could separate, too." 4) Tom Kalin, They are lost to vision altogether : The video is a compilation of documentations of private moods and public discourses in the '80s surrounding the early AIDS epidemic. It exemplifies the history of political and financial fictions that forged society's order to exploit the condition of others. At times, allegations about minors are passed over like the myths (believe it or not) to form the basis of hatred. From an AIDS researcher's claim to choose Africans to test the safety of the potential AIDS vaccines before distributing them in the US, we see an odd deja vu of today's discourse around the COVID19. 5) Jeny Amaya MAMA VIRTUAL : Mom has left her children at home and crossed the border to the US dozens of years ago. She keeps her smartphone in her hands, with her eyes caressing her kids and grandkids on the screen. She wires her paycheck to her family, which she has received after caring other families. She buys pre-paid cards with the rest of her paycheck. It is the digitised dollar and voice of the mother that have cared her family at home. Thanks to the technology of connection, her time isolated from her family were somewhat bearable. And as she continues to live away from her family, she will remain a faithful consumer of the technology. Within the network of the global care labour, finance, and communication; Mom may have been reduced to a flat commodity of love. But her love that transcends the physical border and the distance is not at all flat. Not at all. 6) Lea Collet & Marios Stamatis Apex Body 7) Eunhee Kang Distant Calling

Vol.20200717e | Love Bu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