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ible Error

듀킴_언메이크랩_이영주_장파展   2020_0825 ▶ 2020_0926 / 일,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준영(d/p 기획지원프로그램 08 선정) 그래픽디자인 / 우유니 주최 / d/p 주관 / 새서울기획_소환사 후원 / 우리들의낙원상가_한국메세나협회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d/p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악기상가 417호 www.dslashp.org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 『저자로서의 인류학자』에서 레비스트로스, 에번스프리처드, 말리노프스키, 베네딕트라는 4명의 인류학자가 세운 각자의 '언어의 극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낯선 문화에 대해 기술함에 있어 '어떻게 정확한 묘사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선택한 글쓰기의 방식은 놀랍도록 제각각이다. 문학적인 수사가 가득한 글에도, 관찰하는 자신의 내밀한 심경을 구체적으로 적은 글에도, 혹은 철저한 거리 두기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글에도 어쨌든 공통적으로는 독자를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그곳에 있도록' 데려다 놓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이 숨어 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말하는 방식이 곧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그들은 하나의 '연극'을 만드는 동시에 담론(discourse)의 역할을 하는 일종의 '극장'을 만들어 낸다. 이는 미술가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마치 인류학자와 같이 관찰하고, 연구하고, 기록하고, 참여한다. 또한 작업의 주제와 결합한 작가 고유의 접근방식은 그 자체로도 말을 하며, 내용과 떨어뜨려 볼 수 없는 내적인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 ● 『Tangible Error』는 4명(팀)의 미술가들이 인류학자처럼 인간과 문화,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만들어 낸 고유의 극장 각각이 만들어내는, 그리고 서로가 만나며 만들어내는 서사에 주목한다. 전시는 인간을 둘러싼 시스템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하여 개별자로서의 인간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인간 인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비인간으로의 관점 전환으로 이어진다. 각각의 미술가들은 작업을 위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와 자료 조사, 관찰을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소재나 대상과 동화(assimilation)되는 등 다양한 변화나 효과를 몸소 겪기도 한다. 다만 미술가에게는 좀 더 넓은 길이 열려있고, 미술가들은 인류학적인 탐구의 과정에서 피해야 할 것들을 오히려 전략적으로 취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이 학문의 관점에서는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으나, 작업들은 이러한 '오류'를 통해서 비로소 의미를 생산한다. 미술가의 열정적인 리서치의 시작을 가능케 하는 직관, 그리고 리서치와 작업 과정에 다시금 개입하는 직관들 간 긴장 사이에서 탄생한 결과물을 두고 누군가는 관점과 지식을 얻을 수도, 다른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오류로 여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업이 가진 고유의 오류는 각각의 미술가들이 가진 윤리,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그들의 해석의 총체이다. 서양 사유에서 이성의 대립항으로서 감각은 예부터 오류의 온상으로 여겨져 왔다. 본 전시가 보고, 듣고, 맡을 수 있는, 마치 손에 잡힐 것 같은 그런 오류만이 열 수 있는 어떤 지평에 대한 탐구가 되길 바란다.

이영주_성공_향수, 향수병, 시멘트_32×3.5×14cm_2019

이영주는 미시사적인 관찰을 토대로 인간을 둘러싼 시스템과 이데올로기를 시각적, 후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영주의 「장벽 The Wall」과 「경계 Borderline」는 과거 미국 원주민과 유럽 이민자의 이미지를 병치시키고 이를 추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의 멕시코와 미국 간 국경 문제가 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와 모순을 드러낸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더 강화된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려 했던 트럼프의 계획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그 두 작업 사이에 자리 잡은 「마법의 왕국 Magic Kingdom」과 「성공 SUCCESS」은 트럼프가 만든 '성공'이라는 이름의 향수가 뿜어내는 특유의 향이 자연스럽게 상기시키는 출세한 남성의 이미지를 통해, 일상에 자리 잡은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 보이지 않지만 더 굳건한 장벽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듀킴_Dancing in the Night of Kiss_혼합재료_250×60×15cm_2020_의상 디자인: 손대한_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

듀킴의 자전적 접근은 스스로를 탐구 대상에 적극적으로 동화시킴으로써 대상을 보다 개인적인 차원으로 포섭하고 재해석하여 고유의 서사를 형성한다. 듀킴은 이번 전시에서 순수함과 더러움, 성스러움과 비천함, 주체와 객체 등의 이분법적 사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바탕으로 하였던 지난 작업들을 종합하면서 자신의 케이팝 아이돌 자아 호니허니듀의 두 번째 싱글 「우리의 밤이 미래가 될 때까지 ☆ Kiss of Chaos」의 음반 발매 현장을 수메르 여신 이슈타르 신화와 결합시켜 전시의 형태로 구현한다. 아이돌 문화가 상정하는 이성애규범성, 정상성 앞에서 좌절된 욕망과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종교에 대한 관심은 작가로 하여금 아이돌과 샤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동일시에의 시도와 완전한 동화의 불가능성 사이의 긴장 속에서 듀킴은 미술가가 자신이 될 수 없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데서 느껴지는 이질감과 불편함이 과연 실패로 규정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장파_입 싼 보석들_변형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170×200×80cm_2020

장파는 과거의 이미지들이 축적되어 형성된 지층을 토대로 하는 시각 체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안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관점을 새로이 기입한다. 이를 위해 「여성/형상 Women/Figure」은 남성중심적 미술사와 이미지의 역사를 소환한다. 여성살해(Lustmord), 여성에게 강요되는 감정과 기대되는 외형, 여성 괴물, 파편화된 신체 등 여성에 대한 비하나 대상화의 이미지를 아카이브하고 차용하여 여성의 자기 재현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입 싼 보석들 The Indiscreet Jewels」은 여성혐오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쓰였지만 동시에 페미니즘적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드니 디드로의 동명 소설을 참조한다. 소위 말하는 '여성적' 색채와 형상은 불가해하거나 열등하다고 여겨진 여성의 다양한 단면들, 욕망, 감각들을 모순과 화해 사이의 어느 지점에 놓는다.

언메이크랩_신선한 돌_돌, 웹캠, 컴퓨터비전 학습, 실시간 영상_가변크기_2020

언메이크랩은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 비인간의 관점으로 전환해 봄으로써 인간 인식의 지층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 질문한다. 시시포스 신화는 '신을 닮은 인간'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서사이지만, 「시시포스 데이터셋 SISYPHUS Dataset」은 인간이 아닌 돌의 관점에서 현상을 다시 보기를 제안한다. 이 작업에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지층과 인간 인식의 저변을 이루는 인식론적 차원의 지층은 단순한 유비관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존재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현대의 지층인 동시에 우리 인식과 감각의 지층을 이룬다. 컴퓨터비전의 시선과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인식론적 차원의 지층 간 어긋남은 우리를 둘러싼 '새로운 지층'에 대한 발견을 요청한다. 이는 개별자로서의 인간 시선에 개입하고 심지어 그것을 대체하기도 하는 '(인간적인) 어떤 것'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 이준영

Vol.20200823d | Tangible Erro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