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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미展 / CHOIJUNGMI / 崔貞美 / painting   2020_0826 ▶ 2020_0831

최정미_꽃을 떠올리며_캔버스에 유채_46×53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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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인사아트 GALLERY INSA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1층, B1 Tel. +82.(0)2.734.1333 www.galleryinsaart.com

터너(Turner), 세잔(Cezanne), 반 고흐(van Gogh),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마티스(Matisse), 샤갈(Chagall), 말레비치(Malevici)... 더 많은 화가들이 있지만 작업을 할 때면 이들이 자주 떠오른다. 색채는 단지 물질적인 요소일까? 아니면 정신적인 가치를 지닌 질료이거나 감정을 창조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일까? "피에르 프랑카스텔(Francastel Pierre)은 '시멘트가 현대 건축에서 기본 재료이듯 색채는 현대회화의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자연의 빛에서 나오는 색채는 현실을 묘사할 수 있으며, 눈에 보이는 세계를 재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나는 눈이 지각하는 외적 현실을 모방하고 색을 통해 내적 현실을 표현하면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는 많은 화가들이 외부 세계에서 점차 내면적, 정신적 세계로 그들의 관심을 옮겨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내 작업에서 색채의 본질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나만의 고유한 개념을 만들고,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

최정미_봄의 잔상_캔버스에 유채_46×53cm_2018~20

미술사를 들여다보면 고대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색보다는 데생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특히 선택된 주제나 이야기의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데생을 선호했다. 색은 매력적이었지만 보조적 수단이었고, 색의 유일한 목적은 이야기가 만들어낸 효과를 뒷받침하고 이야기의 신빙성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회화가 대상을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가가 아니다. 나의 눈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나만의 감각으로 섞어낸 색을 빌어 내면의 자연을 재현하는 것, 이것이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에게는 미술의 회화사에서 정의된 미학이나 규칙에 맞추어 자연을 복사하려는 마음도 의무감도 전혀 없다. 현대 회화사에서 우리는 뛰어난 색채가나 천재적인 화가들을 수없이 만나지만 그들에겐 그들의 색채가, 나에겐 나만의 색채가 있고 화가로서의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최정미_초록정원 II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16~9

색채는 현대 회화의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의 머릿속에서, 실제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이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괴테(Goethe)는 자신의 저서 '색채론'에서 색채의 이론을 설명하는 물리적, 수학적 특성 즉 개념적 특성은 개인의 경험적 특성으로, 감각적 인지적 영역이나 감정적 영역으로 변화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색의 이론이 '사각의 세계, 온전히 형태와 색으로 형성된 세계를 통해 사각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였으며, 인간의 외부를 내면에 연결시키는 시선의 도움을 받아 자연은 이상적이고 지고한 형태로서가 아니라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체험으로 우리에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고 하였다. 이렇듯 괴테는 색채를 눈과 연결된 생리적 현상으로, 정신적 감정에 연결된 심리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현상으로 고찰하였다. 그리고 프란스 게리슨(Franz Guerison)은 색이나 형태와 같은 시각적 요소들을 해석하는 것이 창작의 심리적, 생리적 과정과 다름없다고 정의한다면 그것은 가시적인 세계의 아름다움이 우리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색은 인간과 세계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느낌으로서의 색은 외면적이며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다. 그것은 수동적인 요소이면서 물질세계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리고 표현으로서의 색은 주관적이며 감수성과 사고에 연결이 되는 것이다. 이때 색은 적극적으로 세계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현대 화가들은 빛과 색을 동일시하였으며, 이러한 시각은 색에 인간과 세계 사이의 '중재적(仲裁的)' 위상을 부여하였다. 이 위상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외적이며 객관적인 요소로 색과 빛은 우리들의 눈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며, 내적이고 주관적인 요소로 그것은 회화를 통해 가시적 세계를 조형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색과 빛에 자연을 재현하고 묘사하는 기능 외에도 시적이며 상징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은 밖의 세상을 비추고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다. 눈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결합이 이루어지는데, 화가들은 저마다 색을 지각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 최정미

최정미_봄의 교향곡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17~9

2020 성신학보사 인터뷰지난 10월 전시 'we dream night and day'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에는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강의와 전시를 기획하며 지내고 있다. 오는 8월 열릴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전을 준비한지는 몇 년 됐다. 한 작품을 5~6년 이상 작업할 때도 있다. 보통 작가들은 주제가 있는 하나의 작품을 빨리 완성하는 편인데 내 작품의 주제는 '시간의 기록' 이라 천천히 진행된다. 자연의 빛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화가 완전히 마르는 시간을 기다린 후에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작품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만큼 전시에 대해 느끼는 바가 남다를 것 같은데, 매 순간의 마음가짐이 어떠한가? 전시라는 말은 모든 예술가에게 늘 새로운 의미일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모든 전시에 끌리는 것은 아니다. 정체성이나 작업을 향한 신념 등이 느껴지는 작가들과의 전시는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참여를 고사할 때가 많다. 전시는 기획 의도에 따라 형태, 종류, 취지가 다를 수 있는데 대체로 많은 작가가 참여한 단체전보다는 소수의 작가가 참여한 기획전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가장 설레는 전시는 역시 내 작품만을 보여주는 개인전이다.

최정미_흔적_캔버스에 유채_82×65cm_2016~9

저서 '그림으로 만나는 풀꽃이야기'의 머리말에서 자신을 '자연의 색을 통해 빛을 그려내는 작가'라고 표현했다. 최정미 작가가 포착하는 자연의 색이란 무엇인가? 나무, 꽃, 하늘 등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든 색에 마음이 간다. 그런 감정을 더 느끼고 싶을 때는 무작정 차를 타고 도시를 떠난다. 아마도 프랑스로 유학을 간 이후부터 그렇게 된 것 같다. 넓은 평야에 있는 집 몇 채, 끝이 없어 보이는 길 끝에 보이는 하늘과 구름,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꽃들이 햇볕에 빛나는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유학 당시 다니던 대학이 숲에 지어진 유리 건물이어서 그때부터 자연과 자연의 색에 대한 관찰이 시작됐던 것 같다. 그 안에서 5년 동안 바람과 빗소리, 사계절을 겪었다. 그 시간과 당시 내가 느꼈던 색을 아직도 기억해내고 있다. 특히 그림을 그릴 때 더 기억이 난다. ● '시간의 기록 - 자연의 빛, 바람, 물, 공기 그리고 대나무' 등의 개인전에서도 빛과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빛과 자연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이유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4학년쯤 우연히 고흐와 피카소의 도록을 접하고 프랑스를 동경했다. 색을 조화롭게 쓰는 이들이 있었던 곳에 가면 나도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프랑스로 떠났다. 불어와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후, 프랑스 미술대학에 입학해 다양한 수업을 접했다. 2학년 때 만났던 교수님과의 개념작업시간에 자연을 주제로 작업한 적이 있다. 당시 하나의 매체를 선택해 반 추상, 추상적인 작업을 하며 색상을 관찰했다. 그때부터 빛에 의해 드러나는 자연의 다양한 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정미_겨울바다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17~20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외국에 머물렀던 기간이 길다. 외국에서 미술을 배우며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불어를 모르는 채로 무작정 프랑스로 갔기 때문에 2년은 불어를 배웠고 2년은 프와티에 대학에 미술사 학사로 편입해 서양미술사를 수료했다. 이후 프랑스 리모주 국립고등미술학교에 입학시험을 치고 들어갔다. 그때까지 그림실력으로는 어디서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무척 기고만장했었는데 미술대학 1학년 데생시간에 미셸 빠뉴(Michel Pagne) 교수님께 큰 가르침을 받는 일이 있었다. 움직이는 누드모델을 따라다니며 크로키를 했던 평소와 달리 하루는 전신 석고상 하나를 가져오시고는 그리라고 하셨다. 석고 데생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전신상을 관찰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그리는 동안 나는 한국에서 입시를 치를 때처럼 빠르게 석고의 흑백 명암을 최대치로 그려냈다. 친구들이 내 주위를 감싸며 감탄하고 있을 때, 교수님은 내가 그린 데생 위에 '하얀 석고 위에 선이 교차하는 것이 보이니?' 라는 문장을 쓰고 미소 지으며 지나가셨다. 나는 사물을 볼 때 그 자체가 가진 물성이나 색상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 후로는 내가 보는 사물의 느낌에 주목한다. 외면보다는 내면을 관찰하는 계기가 됐다. ●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동시에 전시를 기획하는 디렉터로 활동했다. 전시에 화가로 참여할 때와 디렉터로 참여할 때 다른 점이 있는가? 현재 DAIN Art Gallery의 디렉터로의 활동도 하고 있다. 좋은 전시에 참여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 하는 작가들을 골라 그들과 함께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유학 당시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아다닌 터라 검증된 작가들의 작업을 많이 봤다. 그 경험이 한국에서 작가를 찾아내는 안목을 더해줬기 때문에 전시기획에도 흥미가 생겨 지속해왔다. 유학할 때 알았던 작가들을 모아 동문과 함께 안산 단원 미술관에서 Ansan Art Memory 라는 이름으로 전시기획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전까지 단원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전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가 단원미술관 현대미술 전시의 시초였다. 반응이 좋아서 미술관의 요청으로 1년에 한 번씩 3~4년 동안 시의 지원을 받아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된 작업을 보는 관객들이 좋아할 때와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만족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최정미_봄의 교향곡_캔버스에 유채_73×73cm_2017~20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매니저로도 활동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매니저가 생소할 우리대학 학생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2006년부터 1년간 광주 의재미술관의 의재창작스튜디오 국제레지던시의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했다. 레지던시의 목적은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모여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지역 작가들과 교류하며 지역 미술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당시 지방에서는 최초의 레지던시였고 지원비도 많아 경쟁력이 있었다. 나는 프랑스 작가 섭외, 통역편의 제공, 세미나 보조, 해외 홍보 등을 담당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합격하면 작업실과 작업 비용, 전시 기획, 전시 홍보 등 많은 혜택을 받으며 작업한다. 한 작품만으로 작가의 전체 작업을 논할 수 없기에 작가의 작업 과정을 통해 정체성이 드러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작가에게 중요한 경력이 된다. 나도 프랑스 코레즈 국제 레지던시 와 대담미술관 국제 레지던시에 작가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 최정미 작가에게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 내게 작업실이란 숨 쉬는 곳이다. 다시 말하면 그림 그리는 것이 내가 숨을 쉬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활공간이 작업실이다.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하는 것이 내겐 맞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혹은 유명해지려고 작업해본 적이 없다. 그냥 색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과 그리는 행위가 좋아서 그림을 그린다. 작업공간인 아파트에 20~30개의 캔버스를 늘어놓고 돌아가면서 색을 칠한다. 한 겹을 바른 후 3~4개월 뒤에 또 한 겹을 바르는 식의 작업이다. 새벽에도, 낮에도, 식사하다가도 밥 먹듯이, 숨 쉬듯이 눈에 보이는 작업에 말 거는 것처럼 작업한다.

최정미_빛은 어디에나 있다_캔버스에 유채_67×55cm_2018~20

최정미 작가의 삶에서 그림은 어떤 존재인가? 그림은 사색의 대상이다. 화가는 어떤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리거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감각으로 그린다. 나는 오랫동안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했기에, 그때그때 감동했던 순간과 색들을 기억했다가 정리해서 그려낸다. 그리면서 그림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자연을 상상할 수도 있고 꿈을 상상할 수도 있다. 매번 한없는 생각에 빠진다. 사색의 대상이 될 수 없거나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는 작업은 흥미롭지 않다. ● 우리대학에서의 배움이나 활동 중 작가로 활동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 부분이 있는가? 성신여대는 내 삶에서 4년을 아름답게 성숙해 갈 수 있도록 해준 학교다. 작가로서 존경하는 교수님의 작업을 직접 보고 가르침을 받았다. 작업이 훌륭하셨던 박복규 교수님, 따뜻하셨던 이광미 교수님. 동문으로서 후배들을 사랑하시고 철저하게 수업을 준비하셨던 홍기자 교수님, 그 당시 처음으로 현대미술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셨던 윤동천 교수님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좋은 친구들을 만나 '다른 친구들도 예술가를 꿈꾸고 있구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연락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같이 미술을 하며 4년을 함께했기에 예술관련 이야기를 할 때 통하는 게 많다. ● 미술 작가를 꿈꾸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미술과 연관되든 아니든 직업이 필요하다. 전시를 하고 싶다면 돈이 들더라도 달려가서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직업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공간을 기획하고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니 작품이 좋다면 나에게 먼저 어필하라.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책을 읽어라. 기술적인 것만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사색하기를 즐거워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작가는 창작하며 살아간다. 그 모든 것은 정신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갖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 이후에 가장 잘 다루는 미술적 도구를 가지고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그리거나 만들어나가면 언젠가는 괜찮은 작가가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우소영

Vol.20200826a | 최정미展 / CHOIJUNGMI / 崔貞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