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 Elsewhere

김동희_김희천_노상호_손광주_조재영展   2020_0828 ▶ 2020_1025 / 수요일,10월 1,2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에르메스 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_12:00pm~07:00pm / 수요일,10월 1,2일 휴관

아뜰리에 에르메스 Atelier Hermès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45길 7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B1 Tel. +82.(0)2.3015.3248 maisondosanpark.hermes.com/ko

"삶은 다른 곳에', 또는 '여기 안의 다른 곳' ● '다른 곳'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행위는 긴급한 의제들로 가득 찬 ' 지금, 여기'의 치열한 현장을 외면하는 일종의 도피적인 행위일까? 그것은 이곳의 현실과는 무관한 저 너머의 세계를 향한 상상의 시선일 뿐일까? 현실은 주로 수많은 난관들과 경계로 가로막힌 곳이기에 길고 긴 역사 속에서 무수한 영웅담과 혁명사, 예술적인 비전들은 현실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방편을 모색해 왔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정치의 영역이 소환되고 도래하기를 바라는 믿음이나 행복과 자유에 대한 열망은 우리를 광대하고 낯선 '다른 곳'으로 끊임없이 인도한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현실의 바깥, 존재하지 않는 '노웨어'로서의 유토피아로 귀결되곤 했다. ● 그런데 동시대의 현실은 그 안과 밖을 구별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매순간 변모하고 확장하면서 우리 인식의 경계를 넘나든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디아스포라'는 우리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 때로는 야만이라 부르는 지리적으로 '다른 곳'을 소환하고, 근대사회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분절들은 세계 자체를 파편화 한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체상의 한 귀퉁이, 수많은 싱크 홀을 감춘 매끈한 표면 위에 조심스레 발을 붙이며 살 뿐이다. 그런가 하면, 기술적 환경이 구현하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은 현실계의 평행세계로 자리매김하면서 '동기화'라는 통로를 통해 수시로 현실과 접속하며 현실을 부풀려 간다. ● 현실 자체가 서로 공존 불가능한 여러 공간들이 겹쳐진 일종의 헤테로토피아를 구성하는 지금, '다른 곳'을 향한 시선은 역설적으로 '지금, 여기'를 향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현실을 뒤집는다'는 추리 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전략처럼, 현실의 틈을 파고 들어가고 가리워진 현실을 드러내는 일에 속할 것이다. 우리가 '현실'이라 불러온 것들이 실은 단순한 몽타주였기에, 오늘날 미술의 도전은 ' 이 몽타주를 재구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니콜라 부리오의 주장처럼 현대미술의 실천은 무수히 '다른 곳'에 대한 탐험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展_아뜰리에 에르메스_2020 (사진_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전시는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등 매체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다섯 명의 동시대 작가들을 불러 모은다. '다른 곳'이란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다섯 작가는 현실의 특이한 지점을 포착하거나 무의식의 영역을 탐험하는가 하면, 현실과 역사를 가로지르며 현재 시제를 통찰하고 팬데믹과 공존하게 될 불확정의 시대를 바라본다. '다른 곳'을 향한 시선은 '지금, 여기'를 외면하기 보다는 현실이라는 폐쇄적인 지형 속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묻고 규정하며, 벗어날 수 없는 회로를 벗어나길 꿈꾸는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개별자로서 현대미술가들은 밀실에 사로잡히거나 과거의 장소 혹은 새롭거나 불가능한 '다른 곳'을 창안하면서 각자가 직면한 현실에 의문을 제시하고 그로부터의 탈주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 전시장의 물리적 공간에 건축적으로 개입하는 김동희(1986년생)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내부, 통로, 중정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분석하고 내외부가 뒤바뀐 구조물을 설치하여 관객들의 시지각적 혼돈을 유발하는 장소 특정적인 작업을 제시한다. 점차 희미해지는 가상과 실재의 구분에 주목해 온 김희천(1989년생)은 탐정소설의 플롯을 차용하여 영상과 물리적인 공간으로 '밀실' 을 제시하며 COVID 19 확산 이후, 사망했으리라 추정되는 '세계'를 추적한다. 타인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SNS를 관찰하는 노상호(1986년생)는 먹지 드로잉이라는 기계적인 모방의 행위 위에 작가 특유의 회화적 표현을 더해 우리를 전혀 다른 상상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영화감독 손광주(1970년생)는 다큐멘터리 비디오 '가위 바위 보'에서 아이들의 놀이와 학습에 투영된 어른들의 세계 (역사)를 재확인하면서도 그것과는 다를 미래를 꿈꿔본다. 종이를 이어 붙여 조각을 만드는 조재영(1979년생)은 암암리에 다중을 통제하고 규정하는 도시공간을 뒤집음으로써 공간의 정치성에 대항하는 앨리스의 상상 공간을 제시한다. ■ 아뜰리에 에르메스

Vol.20200828b | 다른 곳 Elsewher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