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송이

황도유展 / HWANGDOYOU / 黃道裕 / painting   2020_0910 ▶ 2020_1022 / 일,월요일 휴관

황도유_서른세송이-황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7×290.9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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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COVID-19 감염증 확산을 이유로 별도의 오프닝 리셉션이 준비되지 않습니다. 전시 중 소규모의 Artist Talk 이벤트가 준비될 예정이며 예약방문을 원하시면 김리아갤러리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김리아갤러리 청담점 KIMREEAA GALLERY CHUNGDAM 서울 강남구 선릉로148길 48-1(청담동 19-20번지) Tel. +82.(0)2.517.7713 www.kimreeaa.com

김리아갤러리에서 황도유 작가의 『서른세송이』展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리아갤러리에서 진행하는 황도유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층 추상적이고 간결한 풍경을 위해 작가는 그리는 행위의 각 단계를 압축하고 붓질 횟수도 줄여 작품을 완성했다. 풍경의 순간을 확대하거나 축소해 부분적으로 화면에 담은 이번 작품은 황도유 작가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와 같은 몽환적인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 김리아갤러리

황도유_서른세송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1.8×259.1cm_2019

미적 순결주의, 유미주의와 불안이 혼재된 ● 회화 재현의 방법론을 실험하는 모색기를 통과한 후 다다른 곳에, 황도유 작업의 지난 이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붓질이 차곡차곡 쌓여 화면을 완성시키는 회화 재현의 일반론에서 비껴나, 석도의 일획론같은 중국화론에서 착안하여 물감이 캔버스에 처음 닿은 접착면들을 완성작에서도 드러나도록 궁리한 회화 작업들을 그는 이어왔다.

황도유_서른세송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19

"태곳적엔 법이 없었다. 순박이 깨지지 않았다. 순박이 깨지자 법이 생겼다. 법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한 획에서 나왔다. 한 획이란 존재의 샘이요, 모습의 뿌리다(太古無法, 太朴不散, 太朴一散, 而法立矣, 法於何立, 立於一劃, 一劃者, 衆有之本, 萬象之根)." (석도의 「일획론」 가운데 일부) ● 석도의 일획론를 소개할 때 원문에서 빈번하게 인용되는 이 지문은, 불순물 없는 시작점을 향한 미적 순결주의라고 평할 수 있겠다. '하나의 획이 존재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동양미학의 일획론을 문자 그대로 서양회화에 적용한 황도유의 그림은 짧은 붓자국들의 중첩되지 않은 집합체라 하겠다. 황도유가 완성한 화면의 첫 인상은 150여년 전 유럽에서 등장한 얇은 표면의 인상주의 그림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대상의 디테일을 제거하고 핵심만을 꼭 찝어서 드러내는 인상주의 스타일의 회화 재현법은, 인상주의를 평가절하하게 만든 요인이었지만, 후대에는 평가절상시킨 역전의 요인이기도 했다. 단속적인 붓질들이 모여 전체 화면을 구성하는 인상주의 풍의 황도유 그림은 설명적이지 않고 즉물적으로 지각된다. 일련의 인상주의 화풍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화면을 채운 붓질들이 서로 중첩되지 않도록 최대한 캔버스 표면에 닿은 '일획'만으로 화면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황도유가 내놓은 전작들은 화면 위로 툭툭 던져진 불연속적인 붓질이 얹히면서, 어렴풋하되 분명한 어떤 대상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림의 연보였다. 이처럼 화가의 그리는 행위가 화면 위에 드러나는 즉흥적이고 직감적인 붓질의 계보는 인상주의 이래 후대에서 간판급 화가들로 이어져왔다.

황도유_서른세송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200cm_2020

2020년 발표되는 신작 「서른세송이」는, 앞선 연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꽃밭을 담은 그림들의 묶음을 동일한 제목으로 묶은 연작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정원이나 화분이 아니라, 야산에서 자란 꽃을 옮긴 '부분적인 풍경화'처럼 보인다. 이 같은 그림은 구체적인 대상을 재현한 형상 회화임에도, 평면적인 패턴으로 지각되며 장식적인 가치도 담고 있다. 중첩되지 않은 일획들로 완성된 「서른세송이」 속의 꽃과 수목은 재현된 내용보다 얇고 평면적인 형식에 방점을 찍힌 화면으로 인식된다. ● 화폭에 처음 닿은 붓질을 보존하려는 황도유의 미적 강박은 2017년 개인전에선, 물감이 화폭에 처음 닿은 접촉면(물감이 쌓인 완성작의 가장 밑바닥 면)을 역으로 그림의 표면으로 제시하고자, 투명 아크릴판에 물감을 얹은 후 접촉면이 보이는 아크릴판의 뒷면을 그림의 앞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당시 개인전 제목의 부제가 '거꾸로 그리기'였을까. 앞과 뒤를 치환시켜서, 첫 붓질의 흔적을 보존하려는 결벽적인 재현방식은 미적 순결주의의 정점일 것이다.

황도유_서른세송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1cm_2020

그의 미적 순결주의는 붓질과 붓질 사이에 중첩된 면을 최소화시키려는 제작 태도에서 우선적으로 확인되지만, 이런 방법론 뿐 아니라 그의 대표 주제에서도 확인되는 것 같다. 반복적으로 동일한 제목으로 선택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작은 단 한명의 미성년 소녀가 자연 경관 위에 등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 그림 속의 동시대 소녀는 문명이 제거된 수풀 우거진 자연에 홀로 던져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채로운 채색의 정글과, 미성년의 소녀와, 꽃밭이 펼쳐진 경관의 총합은 미적 순결주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지만, 형언하기 힘든 아슬아슬한 불안감도 함께 떠안고 있다. ● 소녀란 순수와 위험을 공존하는 문화 상징으로 쓰여왔다. 동일한 연령대의 남아인 소년보다는 소녀가 모순적인 문화 상징으로 더 자주 소환되어 왔다. 이성의 판단을 압도하는 감정의 화신으로서의 소녀의 모습은, 비단 허구적 창작물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 우리가 자주 체험하는 익숙한 소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녀라는 아이콘은 위험한 모험을 자처하는 주체로도 등장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황도유의 대표 연작 타이틀로 쓰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주인공 앨리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의 수학자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발표한 판타지물로, 그가 아는 이의 어린 딸 앨리스 리델이라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쓴 것으로, 동화 속에서 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 굴 속에 들어가 판타지 모험에 나서는 주인공은 7살 소녀로 설정되어 있다.

황도유_서른세송이-청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1cm_2020

또한 모험을 단행하는 주체로서의 소녀가 아닌, 제3의 창작자로 하여금 위험한 상상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소녀가 소환된 예는 문화예술의 계보에서 수없이 소환되었다. 병원 관리인이던 헨리 다거는 사후에 그가 생전에 남몰래 완성한 수백장의 삽화가 곁든 1만5천쪽 넘는 판타지물 『The Story of the Vivian Girls, in What Is Known as the Realms of the Unreal, of the Glandeco-Angelinian War Storm, Caused by the Child Slave Rebellion』이 발견되어, 생전 알려지지 못했던 무명의 유명 예술가로 기억되었다. 그가 남긴 판타지물의 주인공은 어린 소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의 소녀 이미지는 헨리 다거가 대중 잡지나 아동도서 삽화로 인쇄된 소녀 그림을 렌더링으로 옮긴 것이었다. 그렇지만 헨리 다거가 옮겨온 소녀들은 뭔가 변화가 있었다. 꽃밭을 뛰어노는 전형적인 소녀 캐릭터도 있었지만, 헨리 다거의 소녀들은 전쟁터에서 군을 통솔하는 남성의 역할을 도맡아 할 때가 많았다. 헨리 다거가 묘사한 소녀의 비현실성은 그가 소녀(들)에게 남성기를 달아준 데에서 분명해진다. 헨리 다거 전문가 중 일부는 이처럼 성징을 역전시킨 묘사를 두고, 헨리 다거의 성정체성을 우회적 표현일 것일 거라 해석하기도 한다.

황도유_서른세송이-황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20

이처럼 소녀는 판타지를 촉매로 열거할 수 없이 선택되었던 바, 소녀라는 아이콘이 순결주의의 원형이자 그것이 훼손될 위험성까지 함께 갖는 모순된 도상이어서 일 게다. 황도유가 숲 속에 단독으로 세워둔 소녀도 동심 아름다움 불안 등이 혼재된 도상으로 출현하는 바 아름다움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이런 구성은, 보통의 그림 제작에서 밑에 깔려 사라지게 마련인 첫 붓질의 흔적을 보존하려는 안간힘의 산물인 황도유의 전작들이 따르는 미적 순결주의와도 통하는 지점이며, 일획의 원칙으로 화초와 수목을 옮긴 신작 「서른세송이」는 화초 그림이라는 장르적 범주보다 색의 대비감이 도드라진 전체 화면에 집중하여, 전작들의 계보 위에 연결되어 있다. ■ 반이정

Vol.20200911b | 황도유展 / HWANGDOYOU / 黃道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