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자의 도시

김지은展 / KIMJIEUN / 金智殷 / painting.installation   2020_0917 ▶ 2020_1030 / 일,공휴일 휴관

김지은_모델하우스 화성1_리넨에 유채_112.1×145.5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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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블로그_jieunkim25.blogspot.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공휴일 휴관

레이블갤러리 LABEL GALLERY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 (성수동2가 278-40번지) labelgallery.co.kr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풍경 ● 컨테이너 박스란 화물수송에 주로 쓰는, 쇠로 만들어진 큰 상자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 박스는 최소한의 거주공간으로, 또는 창고 건물로도 활용된다. 모든 사물은 본래 주어진 용도를 떠나 사용자의 의도와 목적에 의해 다양하게 가공되고 재배치된다. 그것이 사물, 물건의 운명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박스 또한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집이 없는 이들이거나 수납공간이 필요한 자들에게 또는 사무실 공간이나 일시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여러 용도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 컨테이너 박스다. 도시 근교나 외곽지대, 혹은 개발 지역에서 흔하게 접하는 사각형의 이 구조물은 간편하고 실용적이며 최대한의 효율성을 간직한, 우리 삶에서 가장 최적화된 공간일 것이다. 그러한 편리성과 경제적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차갑고 획일적인 이 구조물은 자본주의의 요구에 가장 충실한 얼굴을 하고 있다. 김지은은 바로 그 컨테이너 박스에 주목했다.

김지은_화성 풍경-바리케이트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20
김지은_만능 컨테이너 프로젝트 #3-임시 숙소_ 알루미늄 판에 시트지_91.5×91.5cm_2014

특정 상황, 풍경에서 분리되어 출현한 컨테이너 박스는 납작한 표면에 올라온 사각형의 추상적인 사물로 다가온다. 직선으로 마감되고 약간의 명암의 차이를 거느리고 있기에 색 면이나 선으로만 이루어진 모더니즘 회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얼핏 외형적으로는 디자인이나 상업용 시각이미지로 출몰하지만 동시에 논리적인 추상회화의 틀을 아우르고 있고 그런가 하면 개발과 발전,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도시 풍경에 대한 고도의 비판적인 은유로도 다가온다. 풍경의 맥락으로부터 날카롭게 분리된 컨테이너 박스는 순수하게 미적인 시각적 이미지이자 우리 삶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라는 양날을 거느리며 화면에 박혀 있다. 그것은 이중적인, 혹은 다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러 여지를 품은 채 하나의 오브제로, 추상적인 패턴으로 자리한다.

김지은_모델하우스 화성시1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20
김지은_만능 컨테이너 프로젝트 #5-운송용_ 알루미늄 판에 시트지_91.5×91.5cm_2014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처리되고 가능한 평면적으로 마감된 컨테이너 박스는 실재 박스의 재현인 동시에 그로부터 미끄러져 나와 유사한 이미지로, 일종의 기호화 된 풍경의 구조물로 치환되고 있다. 그리고 이 단일한 박스는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은유하는 언어적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 풍경의 한 단면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면 주거 공간의 여러 문제점을, 간편하고 효율성만을 염두에 둔 자본의 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불구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삶의 방편을 암시하는 상징 등을 두루 탑재하고 있다. 이는 좀 더 초점을 맞추면서 모델하우스 내부로 좁혀진다. 모델하우스는 일종의 모조적 풍경이다. 그것은 분명 향후 이어질 집의 내부를 암시하지만 실은 그것과 닮은 유사성 속에서 모종의 환영을 극도로 연출한다. 이른바 진짜와도 같은 가짜 풍경이자 일종의 허상이고 신기루다. 작가는 모델하우스의 내부 공간과 창 바깥으로 펼쳐지는 '현장'을 극도로 대비시킨다. 흡사 화성과도 같은 황량하고 건조한 자연 풍경이자 온갖 건축용 자재의 파편들, 쓰레기들이 가득 찬 그 풍경은 모델하우스 내부가 보여주는 황홀한 약속(?)과는 정반대 지점을 지시하면서 시선을 가득 채운다. 주거공간에, 유토피아에 대한 욕망이 그 욕망을 감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하는 상처와 어두움을 한 공간에 잔인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그림의 진정한 주제는 모델하우스 내부가 아니라 창 바깥에 자리한 풍경이고 사물인 셈이다. 단색으로 마감한 실내와 색상을 거느린 바깥 풍경의 이 대조는 단색주의 추상과 구상적인 풍경화의 대비 만큼이나 커다란 낙차를 안겨준다.

김지은_택지개발자의 도시展_레이블갤러리_2020
김지은_택지개발자의 도시展_레이블갤러리_2020

어쩌면 김지은의 주된 관심은 풍경화의 장르를 빌어 오늘날 한국자본주의가 낳은 여러 욕망과 모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풍경이자 동시에 한국사회의 진정한 초상으로도 보인다. 컨테이너 박스와 모델하우스 내부가 이토록 심오한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 박영택

김지은_택지개발자의 도시展_레이블갤러리_2020

The Scene with Containers ● An intermodal container, known simply as a container, is a large shipping container built with steel and primarily used for freight transport. Containers are also used for other purposes, such as living spaces and warehouse buildings. All objects can be multifariously processed or rearranged in accordance with its user's intended purpose. A thing or an object is destined to be that. A typical example of this is found in containers. Containers are used extensively for those who have no home, or need an office or temporary space. These quadrangle blocks commonly found in suburbs, outskirts of a city, or redevelopment areas are probably the most optimized space in our lives with the maximum amount of simple, convenient, and practical utility. These cold, uniform structures made for convenience and out of economic necessity respond faithfully to capitalistic demands. Kim Ji Eun takes notice of and contemplates these containers. ● Detached from any specific situation or scene, a container appears as a quadrangular abstract object placed on a flat surface. It reminds us of a modernist painting made up of only color fields and lines since it is finished with lines and entails a little difference in light and shade. In terms of its outward appearance, the container emerges as a design or commercial, visual image that resembles a logical abstract painting when stacked. And, it is seen as a bitterly critical metaphor for a cityscape led by the concept of development and progress and the logic of capital. Such containers, distinctly detached from the context of landscape, are embedded in Kim's works as purely aesthetic visual images and stinging sarcasm of our lives. These containers are objects or abstract patterns with the room to be interpreted through dual or multiple meanings. ● The container simply processed and two-dimensionally finished by the artist is a representation of a real container or a similar image derived from it, and is also replaced with the structure of a symbolized landscape. This single block assumes a linguistic role and works as a comprehensive metaphor for everything. It reveals a cross section of Korea's capitalistic landscape, explicitly clarifying the view of capital that focuses primarily on simplicity and efficiency despite the problems pertaining to residential space. A show house, also called a model home, is a sort of artificial scene. This obviously suggests the interior of a house to be built, but it's an illusion of actual home. This is a realistic forgery, a mock up, or a mirage. The interior of a show house in Kim's work stands in stark contrast to the "site" outside the window. A scene jam-packed with various building materials, their pieces, and waste is also a bleak, arid natural scenery that looks like Mars. That fully occupies our eyes, referencing the polar opposite of a splendid promise offered by the interior of a model home. This residential space cruelly reveals our desire for a utopia along with scars and darkness one has to inevitably undergo to endure such desire in one space. The veritable subject matter of her painting is not the interior of a show house but these things outside the window. This contrast between the interior finished in monochrome and the exterior scene in color has a gap wider than the contrast between monochrome abstract painting and figurative landscape painting. ● Her primary concern is perhaps to touch on a variety of desires and contradictions brought on by Korean capitalism today by borrowing the genre of landscape painting. In this sense, her work seems to be a political landscape and a portrait of Korean society as well. As a result of her work, the container and the interior of a show house become profound images. ■ Park Young-taik

Vol.20200917d | 김지은展 / KIMJIEUN / 金智殷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