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시스템: tmi(Art Work System: tmi)

이다희_이아름 2인展   2020_0914 ▶ 2020_0926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콜렉티브 그룹 AF 기획 / 김정아(Jung-A Kim) 후원 / 서울문화재단_서울특별시 디자인 / 조수현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캔 Space CAN 서울 성북구 선잠로2길 14-4 (성북동 46-26번지) Tel. +82.(0)2.766.7660 www.can-foundation.org

대상을 받아들이고 체화시켜 다시 뱉어내는 행위를 감히 예술이라 말해본다. 그렇다면 뱉어낸 것치고 꽤 정성스러운 것을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체화되는 과정이 눈에 보였다면 수많은 작가 노트가 덜 쓰였겠다만, 공교롭게도 그러지 못해 작가 자신조차 스스로 되물어야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은 언제나 다른 꼴을 하고 있었기에, 그 사이를 알아야 했다. 그곳에는 필연적인 이유와 의식적인 선택의 합으로 만든 관계식이 자리 잡았다. (물론'채워 넣었다'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리겠다) 식이 위치한 곳 주변으로 살이 붙고, 색이 덧입혀지며 합이 꼭 맞는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을 받아들이고 체화시켜 다시 뱉어내는 행위를 감히 예술이라 했다. 스스로 묻던 작가는 다시 제 것을 꽤, 정성스레, 뱉어낸다.

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1층 아카이빙 섹션_2020
이다희_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1층 아카이빙 드로잉_2020
이아름_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1층 아카이빙 드로잉_2020

'시스템 System'이란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로, 투입(input) - 전환(process) - 산출(output)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전시의 제목인'작업 시스템 Art Work System'은 창작의 대상이 되는 투입물을 작가 스스로 구조화한 자신만의 공식에 따라 시각 언어로 변환해 예술작품을 산출해내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이다희와 이아름은 각기 다른 것을 창작의 대상으로 삼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견고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시스템의 정립은 삶과 예술이 종이의 앞뒷면처럼 맞닿아 있는 두 사람이 자신의 언어를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산출된 이미지는 그들 자신의 감각과 사유를 표현하기 위한 최소 단위이자 수용자와의 약속인 셈이다. 두 사람이 흘린 작은 단서는 제법 두꺼운 흐름으로 만나 너와 나의 언어가 접점을 이루는 곳에 당도할 것이다. 예술과 생(生)이 대응하는 바로 그 점을 마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다희_The Chord Composition_종이에 혼합재료_42×29.7cm_2020
이다희_The Chord Composition_종이에 혼합재료_42×29.7cm_2020
이다희_The Chord Composition_종이에 혼합재료_42×29.7cm_2020

이다희는 음의 집합이 법칙을 통해 음악이 되는 순간에 주목하며 음악의 시각화 방법을 연구한다. 듣는 경험과 보는 경험은 서로 다른 감각에 의한 다른 예술로 상정되지만, 그에겐 무의미한 구분이다. 이다희는 음악과 회화가 인간의 감각을 공유하며 호혜적으로 발전해왔기에 서로 1:1의 대응 짝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가 고안한'컬러 그래픽 노테이션(Color-graphic Notation, 그림 악보)'은 특정한 색과 형태, 크기 등으로 음표를 표시해 음악의 각 요소를 표현하며, 이때 보이는 시각 요소는 추상적 열거가 아닌 구체적인 알레고리를 통해 구현된다. 이다희는 이번 전시에서 「The Chord Composition」시리즈 신작을 선보인다. 서양 고전음악의 대가(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곡 번안에 집중하던 그는 시선을 돌려 음악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화음(chord) 구성을 연구한다. 화음이란 높낮이가 다른 음이 같은 시간 동안 함께 진동하는 것으로, 소리의 중첩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작업에서 색의 중첩을 통해 화음 효과를 연구했다면(「The Chord Study」), 이번 10점의 신작은 색과 형태의 배열에 스스로 고안한 화음 규칙을 반영하여 규칙의 유효성을 실험하였다. 우리는 논리적인 규칙과 체계의 예술적 구현이 감각적 조화로움을 이룰 때, 쾌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아름_a: project_혼합재료_42×29.7cm_2020
이아름_a: project_혼합재료_42×29.7cm_2020

이아름은 문학, 미술사, 만화, 자신의 경험 등 단편적으로 분류할 수 없는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예술 언어 자체에 개념적 관심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각각의 주제를 오랜 기간 리서치하고 분석하며 자신의 생각을 견고하고도 유기적인 도식으로 만들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의 원칙」시리즈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자 시도한 결과이다. 총 6단계로 구성된 원칙은 각각의 단계별로 하나의 이미지와 한 편의 글이 짝을 이룬다. 하나의 단계 안에서 글과 이미지가 호응하고, 각각의 단계와 단계가 연결되는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명확하지 않은 삶에서 선명한 무언가를 찾아 부단히 애쓰는 사람, 이아름을 발견할 것이다. 그땐 그에게 물어보아라, 당신은 무얼 포착하였느냐고.

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2층 프로덕션 섹션_2020
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2층 프로덕션 섹션_2020
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2층 프로덕션 섹션_2020

전시는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지'와 같은 물질적 제작 과정이 아닌, 작가의 사고 체제 내에서 성립되는 논리적 흐름에 기인한 '사유적 과정'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첫 번째 공간인 아카이빙 섹션에는 이다희와 이아름이 다년간에 걸쳐 축적한 드로잉과 자료 약 300 여장이 전시된다. 음악 노트, 작가의 글, 책의 인용구, 사진과 같은 자료는 창작 대상을 연구한 흔적으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작업 공식을 도출하는 기반이 된다. 두 사람은 연구와 분석으로 대상의 질서를 찾아 거듭 해체하고 재조립한다. 드로잉에는 이러한 투입과 전환의 과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두 번째 공간인 프로덕션 섹션에서는 수많은 드로잉이 각각의 결과물로 종합되어 나타난다. 개별 작품에는 작업 공식을 통해 만든 새로운 질서가 모두 응축되어 있다. 응축의 정도는 매우 조밀하고 끈끈하여 높은 밀도를 자랑함으로 단번에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조밀함을 하나씩 풀다 보면 두 사람이 정립하고자 한 시스템과 세계관이 기존의 세계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창조되었는지 알 수 있다. 두 공간은 이다희와 이아름의 접점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작품목록 서지함」을 통해 연결된다. 작품목록 서지함은 과거 도서관에서 자료검색을 위해 사용하던 카드목록함(Card Catalog Cabinet)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번 전시에 공개된 모든 작품 정보를 담고 있다. 제목과 주제, 제작 날짜에 따라 식별 번호가 부여된 드로잉은 목록화되어 서지함에 축적되고, 시스템 구축을 위한 또 다른 자료가 된다.

이다희_The Chord Composition_종이에 수채_56×75.5cm_2020
이다희_The Chord Composition_종이에 수채_56×75.5cm_2020
이아름_Principleof Artwork_혼합재료_130.3×162.2cm_2020

작업 시스템은 완성됨 없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한다. 이러한 유기적인 변화는 새로움을 받아들일 틈을 만들어 세계관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그 '새로움'이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될 또 다른 대상일지, 질서일지, 혹은 변화한 스스로일지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세계는 오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세계와 맞닿을 것이다. 이제, 이들의 삶의 언어가 우리의 예술 언어로 자리매김할 시간이다. 종이의 앞뒷면을 떠올린다. ■ 김정아

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1층 작품 목록 서지함_2020
작업 시스템: tmi展_스페이스 캔 2층 작품 목록 서지함_2020

작가 소개 - 이다희 :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수와 문법으로 이루어진 클래식 음악을 번안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생물, 심리학을 통해 연구 방법을 학습하였고 독학으로 악보분석을 수행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는 국내와 영국을 무대로 다양한 맥락에서 그 작업 시스템을 체계화 했으며,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의 형식에 따른 시스템 구축과 연주된 소리의 시각적 기록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는 피아니스트 Milly Holroyd, Mianoora Kosonen와 「Visions of Sound」콜라보레이션 전시 콘서트(Royal Conservatoire of Scotland, Glasgow, 2018), 전자음악작곡가 Daniel Kantinsky, 2018), 마림바 연주가 우리(2015)와 작업하였다. 주요 개인전으로 『음악을 번안하는 방법』(팔복예술공장, 전주, 2019), 『시청각장애인 기부전』(1898갤러리, 서울, 2015), 『색(色)계(階)』(오!재미동 갤러리, 서울, 2015) 등 10여회의 개인전을 기획, 참여하였으며, 주요 그룹전으로 『RSA Annual Exhibition 2019(Royal Scottish Academy, Edinburgh, UK, 2019), 『감각 수업』(소다미술관, 화성, 2019), 『Togetherness』 (The Vacant Space, Glasgow, UK, 2018) 등 30여회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9년에는 팔복예술공장 기획입주작가로 '완판본 문화관', '한지산업지원센터'와 협업하여 서양고전음악을 전주의 전통매개로 담는 프로젝트도 진행하였다. 또한 생명, 환경, 예술을 공간에 구현하는 『New Breath LEA 프로젝트』 디렉터로 활동하였다.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아카이브 14기 작가로 등록되었으며, 「모짜르트-작은별 변주곡」(2017)은 한국 창의재단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자료 STEAM프로그램에 작품이 인용되기도 하였다.

- 이아름 : 이아름은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술계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기 전, 만화비평 활동을 펼치며 현재 작품활동의 동력이 되는 무수한 드로잉을 축적해왔다. 2003-2004년 만화창작비평웹진 「두고보자」에서 편집위원과 필진을, 2004-2006년 여성만화웹진 「여성만화프로젝트」에서 필진을, 2006-2012 독자만화대상 심사위원을 맡으며 이미지와 언어가 함께 제시되는 만화라는 매체에 대한 분석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분석적 태도는 곧 작품의 주요한 방법론이 되었다. 당시 집중적으로 탐구한 정치, 사회, 인권, 페미니즘에 대한 주제와 무수한 문학과 철학, 예술 서적은 이아름의 드로잉 주제로 연결되었고, 2018년도의 개인전 『건축적 사원의 열원』전(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종합되어 선보여졌다.

Vol.20200918g | 작업 시스템: tmi-이다희_이아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