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이

안소현_엄아롱_우병윤_정고요나展   2020_0925 ▶ 2020_1011 / 월요일,추석당일 휴관

우병윤_No. 20-05-50, 51_혼합재료_각 53×45.5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성남문화재단 기획 / 이경민_이승미_차성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추석당일 휴관

성남큐브미술관 SEONGNAM CUBE ART MUSEUM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성남대로 808 반달갤러리 Tel. +82.(0)31.783.8142~9 www.snab.or.kr

성남큐브미술관에서 2020 인턴기획전 『, 새로이』를 개최한다. 올해 3회째를 맞이하는 인턴기획전은 학예인턴쉽을 수료한 세 명의 전시기획자가 자신들만의 예술적인 경험과 시각을 전시 기획으로 풀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올해는 쉼표의 순간에서 오는 새로운 가능성들에 주목하였다. ● 복잡다단한 문장 속 쉼표는 각 단어의 사이에서 잠시 호흡 고를 틈을 제공하고, 우리는 그 호흡 속에서 문장의 의미를 찬찬히 곱씹으며 더 깊은 여운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쉼표가 찍힘으로써 전과는 다른 새로운 흐름으로 글이 전개될 가능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이렇듯 끊임없는 불안감과 그로 인한 피로감에 지쳐가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이 쉼표의 의미 속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다. ● 우리는 현재, 짐작도 예측도 어려운 지점 위에 있다. 이 위기는 너무나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 구조와 질서를 흔들었다. 평범한 일상이 어긋나면서 생기게 된 멈춤의 순간, 사람들의 관계는 느슨해진 채로 제각각의 불안과 답답함을 마스크로 가리며 일상이 주는 작은 감동마저 희미해진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 하지만 익숙한 것이 어긋날 때 생기는 틈은 새로운 환기의 순간을 만들어 낸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의 느린 호흡을 자각하고, 고요함과 정적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렇듯 너무나 익숙해 별다른 감응이 없었던 존재들을 새롭게 느끼는 경험은 그동안 속도에 이끌려 지나쳐 버린 것들을 되돌아보며,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새로운 치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안소현, 엄아롱, 우병윤 그리고 정고요나 작가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그 존재가치를 잊고 있던 것들을 유의미한 존재로 가시화시켜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환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병윤_No. 19-03-12_혼합재료_163.2×130cm_2019

우병윤의 작품세계에서 자연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공존과 균형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모색해 가고 있다. 주 매체로 석고를 다루며 유사 색채를 중심으로 직선과 곡선, 채움과 비움, 양각과 음각 같은 대조적 요소들을 고려하며 캔버스 위에서 조형작업을 한다. 반복적으로 무수히 많은 점을 찍거나, 선을 긋고, 하나씩 쌓아 올린 두터운 표면을 다시 지우고 뜯어내는 식의 비우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흔적, 깊이, 호흡을 담아낸다. 반복적 행위이자 일정한 힘의 분산과 집중에 의한 노동집약적인 작업과정은 추상의 이미지로 나타나며 이는 작품 속 지배적인 의미와 대상을 지우고 전체 화면의 균형감을 불러온다. 이때 그림의 의미가 맺어지는 곳은 관객의 눈이 된다. 그림 속 흔적들은 만져지지 않고, 가늠되지 않아 그 가치가 격하된 것들을 보다 유의미한 존재로 환원시키고, 산란한 현실 속 망각해가는 우리 본연의 모습에 균형을 되찾는 매개체가 된다.

엄아롱_이사 그리고 이사_시멘트, 철, UV인쇄_가변설치_2019
엄아롱_이사 그리고 이사_시멘트, 철, UV인쇄_가변설치_2019

엄아롱의 작업은 버려지거나 쉽게 잊혀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물에 시선을 두면서 시작된다. 「이사 그리고 이사」는 '이사'라는 단어의 개념에 주목한 작품으로, 단순한 주거지의 이동에서 나아가 재개발과 같은 사회적 현상을 통해 남겨지거나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는 동물과 사물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또한 작품이 입체적 사물을 사용하지 않고 압축된 평면의 이미지로 표현된 점에서는 작품의 이동성과 보관 문제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민이 더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동'과 이 행위를 통해 '남겨진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한다.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한 요즘, 엄아롱의 작품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왔던 중요한 것들을 환기시키고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모색하게 한다.

정고요나_The moment I remember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9
정고요나_잠시 멈춤_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19

정고요나에게 그리는 행위는 일상에서의 사색을 통한 '기억의 목적'을 찾는 과정이다. 어떠한 대상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의식을 그리며 생각의 흐름을 통해 기억을 쫓는다. 정고요나는 개인의 사적인 이미지와 평범한 일상생활, 그리고 이것들이 타인에게 공유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주목하며 SNS에 올라오는 다양한 사생활들을 포착해 작업의 소재로 사용한다.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격차가 제한되지 않는 SNS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을 노출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고, 기억되고 싶은 욕망을 내비친다. 이런 욕망을 작가는 자신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는 의식을 바탕으로 무심하게 재현한다. 이렇듯 작가의 기억으로 필터링 된 작품 위에서 관객은 자신들의 경험을 투영시키며 기억을 되짚는 시간을 제공받는다.

안소현_화분의 방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90cm_2017

안소현은 우연히 마주하는 사소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풍경, 그 안에 내재한 '안온함'과 '쉼'의 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시각화한다. 실제 여행을 통해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타국의 일상 혹은 미지의 세계와 같은 상상적 공간을 그려내는 작가의 작업 대부분은 캔버스에 아크릴 페인팅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사실적인 기법과 빛의 표현 그리고 조화로운 색감이라는 큰 중심 요소들을 통해 본인이 직접 느꼈던 감각과 감정기억을 극대화하고 이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안소현의 작품들은 복잡하고 막연한 현실의 틀에서 벗어난 여백이 담긴 은유적인 시공간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자리하는 비움의 공간은 공허함과 외로움이 아닌 따스한 시선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다. 낯선 경험으로부터의 특별한 감정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고요함이 더 애틋한 지금, 작가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온기와 쉼의 온도를 공유하며 새로운 사유의 시간을 향유하게 한다.

안소현_0의 휴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100cm_2017

이렇듯 네 명의 작가들의 섬세한 호흡이 가지런히 담긴 작품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쉼표의 순간이 각자의 삶에 있어 결코 무용하지 않을 것임을 전하고자 한다. 앞에 마주하고 선 작품들 위에 복잡한 마음을 잠시 맡기고, 그 순간만큼은 친밀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보고 느낀 것을 오롯이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이경_이승미_차성혜

Vol.20200925b | , 새로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