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夜行

한지민展 / HANJIMIN / 韓志旻 / printing   2020_1001 ▶ 2020_1231

한지민_야행 2월_라이노컷_156×75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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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인스타그램_https://www.instagram.com/h.jimjimssi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8:30am~06:00pm

서운갤러리 Seowoon gallery(Museoljeon hall/Jeondeungsa)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636번지 전등사 무설전 Tel. +82.(0)32.937.0125 www.jeondeungsa.org

전시준비는 솟대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2월 초 사전답사를 위해 전등사에 들렀을 때 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솟대를 보았다. 어렸을 때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지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날 밤, 집 근처를 배회하다 도로가에서 식물의 마른 줄기에 에워싸여 있는 철탑이 보였다. 그리고 그건 왠지 모르게 낮에 본 솟대를 연상시켰다. 이 둘의 연결 지점은 과연 어디였을까?

한지민_야행 5월_라이노컷_156×65cm_ed.10_2020
한지민_5월의 2월_라이노컷_60.8×60cm_2020
한지민_2월의 5월_라이노컷_60.8×60cm_2020

나의 작업에서 상징은 중요한 요소다. 어릴 적부터 듣고, 읽은 여러 나라의 신화들이 내 안에 공존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제의적 행위들은 곧잘 작업에 차용된다. 특히 새 형상은 내 작업에서 개인토템처럼 자주 사용되어왔다. 그래서인지 하늘과 땅 사이의 메신저를 상징하는 솟대의 새 조각상이 눈에 더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업에서도 절에서 본 풍경과 매번 산책하는 길과 철탑 주변에서 본 광경이 오버랩 되면서 솟대가 가진 상징성은 내가 보는 일상으로 재해석되었다.

한지민_밤이 앉은 자리_라이노컷_32.5×75cm_2020
한지민_새벽이 내리는 밤_라이노컷_각 33.4×19.5cm_2020

5월 말쯤 되었을 때 탑의 모습은 소원쪽지가 가득 묶인 정월대보름의 솟대 마냥 한껏 피어난 장미와 초록잎들로 모습을 단장하고 있었다. 이처럼 변모한 2월과 5월의 탑을 각각 라이노컷(볼록판화기법으로 리놀륨판에 드로잉을 하고 찍혀야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조각칼로 파낸 후 볼록한 부분을 롤러에 잉크를 묻혀 찍어낸다)으로 제작하였다. 볼록판화는 판이 찍히면서 이미지가 딱 떨어지는 느낌과 흰 배경과의 강한 대비가 마음에 들지만, 섬세한 선의 표현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기법이다.(본래 과정에서는 먼저 종이에 드로잉을 하고 이를 판으로 옮긴다. 이때 두꺼운 펜으로 선 자체에 두께를 준 뒤 그 선을 남기고 나머지를 조각칼로 파낸다.) 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판에 직접 연필로 드로잉을 한다. 종이에 데생하듯이 판에 그려내고 연필선이 뭉개져서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조각칼로 파내면서 마무리한다. 여기서 칼맛이 가미되는데 칼에 의해 표현된 선은 그리는 것보다 날카롭고, 얇게 파진 부분은 흔적을 남기듯 의도하지 않은 선이 더해진다.

한지민_철탑 위의 비둘기_라이노컷_120×74cm_2020

이번 전시는 작년까지 주를 이뤘던 소멸법 드로잉(판을 완성하여 찍어낸 후에 그 판을 점차 조각칼로 파내어 소멸시키면서 반복하여 찍어내는 방법_「새벽이 내리는 밤」)에서 좀 더 칼을 쓰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작업이 주를 이룬다. 철탑은 하늘에 소원을 비는 솟대의 사전적 의미를 담아 전체적으로 세로선을 써서 그려냈다. 조각칼은 펜이나 붓에 비해 방향을 부드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디테일한 이미지를 표현할 때 한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파낸다. 그래서 강하게 드러나는 방향성이 작업의 내용을 마무리하며 작품 전체의 느낌을 끌고 가는 것이다. ● 철탑이 도시의 솟대가 된 후로 길가에 놓인 몇몇 풍경들도 절의 기억과 겹쳐 보였다. 이후 이어지는 작업에서는 앞서 제작한 '야행_2월' 과 '야행_5월' 화면의 일부를 부분적으로 포착하거나 종교적이고 민속적인 절이라는 공간의 형상을 끌어와 교차시켜 그 상징에 대한 바람과 의문을 그림에 담고자 하였다. ■ 한지민

Vol.20201002a | 한지민展 / HANJIMIN / 韓志旻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