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 묵시의 풍경

최재란展 / CHOIJAERAN / 崔在蘭 / photography   2020_1005 ▶ 2020_1011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p#005_잉크젯 프린트_66×45cm_2020

초대일시 / 2020_1006_화요일_05:00pm

후원 / 수원시_수원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복합문화공간 행궁재갤러리 Complex art space Haenggungjae Gallery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22번길 27 Tel. +82.(0)31.244.2739

자연의 은유적 해석과 소리의 징후전성기(全盛期), 감춰진 인간의 소리 우리는 전성기(全盛期)란 단어를 떠올리면 찬란했던 과거 시절이 생각난다. 그것은 역사적, 개인적인 것을 불문하고, 영광스러운 시대는 특정 장소, 건축, 심지어 작은 돌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어진다. 당시 수많은 관심은 영원할 거라 믿고 싶었지만, 영광과 상징은 노화되고 세월의 흐름에 퇴색되기 마련이다. 지금 남아있는 대상들은 예전의 관심과는 차이가 벌어졌지만, 현재까지 숭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재란은 경기도 수원시에 자리 잡은 수원화성(水原華城)을 '핀 홀(pin hole)'을 사용해서 전성기에 그러한 관심의 대상들 - 과거의 명성은 화려했지만, 현재는 퇴색한 인간의 마음 - 의 숨어있는 성곽을 관찰한다. 성곽 주위는 소나무, 꽃, 인공적인 불빛, 선명하지 않은 하늘은 그림자의 거대한 몽상이 둥둥 떠다니는 듯하다. 환영처럼 보이는 대상 뒤에는 뭔가 확실하지 않은 적막한 깊은 망각이 둘러싸고 있다. 작가는 과거에 쓰임새가 있었기에 마음이 갔던 것들이 현재는 버려진 대상에 집중한다.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사라진 것들은 사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존재하며, 의미를 잃었으나 존재한 것들에서 다른 의미를 찾으려 한다. 최재란의 카메라는 긴 세월을 품은 화성의 풍경과 함께, 팔달산, 숙지산에 여기저기 흩어진 채석장의 돌들에서 작가는 "고요한 침묵을 상상하고 마주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릴 때가 있다."고 한다. 작가는 돌에서 입을 보았다. 그것은 하나의 구멍이었다. 코를 보았다. 그 또한 하나의 구멍이었다. 두 눈 역시 구멍들이며, 갈라진 돌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어떤 돌에는 인간적인 모습이 남아 웃음을 간직한 듯 보였다. 새어 나가지 못한 말이 열릴 것처럼 보이는 입속에서 희미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 소리는 작가의 말처럼 들리지 않은 것을 들을 때와 같다.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p#010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18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p#004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19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p#008_잉크젯 프린트_66×45cm_2019

돌의 해석, 자연법칙과 은유적 표현 ● 돌을 사진의 문제로 해석해 보면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Alfred Stieglitz)의 이퀴벌런트(Equivalent)로 연결된다. 스트레이트 한 사진은 은유(metaphor)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해서 작품화하는 경우가 있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후기에 객관적인 현실에 은유라는 상징성을 부여해서 자신의 감정 이입을 구름 사진으로 발표했는데 자연의 모습을 자신의 심적 체험과 동등한 등가물로 이해한다. 이퀴벌런트 시리즈는 '자연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한 시도이다. 그 이후 그의 사진은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이 구름과 여인의 누드를 결합해서 은유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하게 된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최재란의 사진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에서 에드워드 웨스턴으로 이어지는 은유적 방법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된다. 최재란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가득한 수원화성(水原華城)의 모습에서 '핀 홀(pin hole)'의 사진적 기법을 사용해서 잊힌 문화의 전성기(全盛期)를 희미한 기억의 잔상과 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팔달산, 숙지산에 버려진 채석장의 돌들에서는 '비밀스러운 추상의 세계'를 감정의 충만함과 정신의 무감각으로 인지한다. 사진의 역사적 측면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에드워드 웨스턴으로 이어지는 은유(metaphor)적인 표현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런 의도는 '자연법칙'에 역행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에서 인간이 만들었던 질서, 경계, 경직을 넘나들면서 대상을 발굴하는 정신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그런 사고의 이면에는 한국인의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감각의 지평을 거느리면서 작가가 즐겨 찍은 산과 돌, 나무와 꽃, 성곽과 소나무 등은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이미지가 시간을 거슬러 가면서 영원히 잊히지 않은 것으로 남겨진다. 최재란의 새로운 영감이 깃든 작품은 자연에서 몽몽한 소리를 엿듣게 되는데, 그 소리는 인간을 넘어선 인간 이상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기존에 갖던 풍경에 대한 해석의 방법을 시간의 흐름으로 확장하고, 심오하고 숭고한 정신을 환기해 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 김석원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p#007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19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p#039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19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028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20

화성(華城), 묵시의 풍경 ●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水原華城)은 우리나라 성곽문화의 백미로 꼽힐만큼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팔달산에 위치한 서장대(西將臺)에서 내려다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속에 버들잎 형상으로 만든 장엄하고 고풍스러운 화성성곽이 수원시 전경과 함께 한 눈에 들어온다.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 의하면 화성의 아름답고 견고한 성곽을 완성하기 위해 총 187,600덩이의 돌들이 필요했다. 이 돌들은 팔달산과 숙지산, 여기산, 권동 등에서 조달되었는데, 바위 군데군데 정을 사용하여 구멍을 판 뒤 그 속에 물푸레나무나 밤나무 등을 박고 물을 부어 팽창하는 힘으로 돌을 잘라낸 뒤 옮겨졌다. 그래서 팔달산과 숙지산 곳곳에는 채석하던 돌들이 쓰임을 다한 후 상처 입은 채 버려져, 비와 바람에 깎이고 오랜 풍상을 묵묵히 견디며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봄이면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의 연분홍빛 두루마기를 입고 봄바람과 춤을 추는 듯하고, 여름이면 담쟁이의 초록 갑옷을 입고 습습한 솔 내음을 내뿜는 청량한 바람과 속삭이는 듯하다.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조각보로 만든 이불처럼 서로 다른 조각의 빛깔들과 어우러져 파란 하늘을 친구 삼아 누워있는 듯하고, 겨울이면 하얗게 뒤덮인 눈을 입고 겨울잠을 자는 듯하다. 또한 팔달산과 숙지산에 흩어져 있는 쓰임을 다해 버려진 돌들에서는 숭고한 표정이 읽힌다. 때로는 고요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자연의 섭리를 모두 흡수하는 고독한 표상처럼, 때로는 정조시대의 용감무쌍한 장용영 군사가 되어 화성을 지키는 조각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렌즈 너머로 바라본 긴 세월을 품고 있는 화성의 소소한 풍경과 팔달산, 숙지산에 흩어져 있는 채석장 돌들의 고요한 침묵을 상상하고 마주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릴 때가 있다. 나의 작업은 이런 고즈넉한 풍경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방향에 따라 보여지는 화성의 모습을 아득하고 희미한 기억의 잔상들로 표현하기 위해 핀홀을 사용하였으며 빛과 그림자로 변화되는 돌의 표정들을 담고 버려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나의 아련한 감정을 표현하였다. 소나무 잔가지 사이로 투과되어 내려 앉는 햇살과 코 끝에 스치는 솔 내음에 취해 걷다보면 세월의 흔적들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화성, 자연의 숨결을 품고 있는 풍경과 마주하고 사색할 수 있는 화성. 이것이 내가 시간의 방랑자가 되어 마주한 풍경이며 무심히 흘러가버리는 시간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춰 그 존재를 다시 상기하고픈 화성만이 품고 있는 묵시의 풍경이다. ■ 최재란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046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20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023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20

The signs of sound as Metaphorical interpretation on natureGolden age, hidden human voice When talking the word of golden age, we are thinking of the brilliant past. No matter historical or personal, glorious times are fair to everyone, from specific places to architecture, to even small stones. Everybody believed full of attention would be last forever, but the glory and symbols got aged and faded with the passing time. The interest on current objects remained are far differ from their previous one, however they have kept their position sublime even today. Choi Jae-ran uses a 'pin hole' to captures the hidden castle walls located in Suwon city, the objects of her interest. In its heyday of the past, the fame was splendid, but now the glory has now faded in the human mind. There are pine trees, flowers and artificial lights around the castle. And the gloomy sky seems to float around shadows of huge dream. Behind an object or an illusion is surrounded by a deep, silent oblivion of something uncertain. The artist focuses on objects that used in the past but now abandoned. Those seemed to be disappeared from interest of the people actually exist in their place. They have lost their meaning, but they never stop recovering a different meaning from those left. ● Choi Jae-ran's camera is featuring on the landscape of fortress Hwaseong that has stood for a long time, as well as on the stones scattered around Mt Paldal and Mt. Sukji. The artist said, "when I imagine and face with silence, sometimes I feel I can see things that are invisible and hear things nobody can't hear." The artist noticed the mouth on the stone. It was a hole. And she saw the noses with holes. Both eyes had also holes as cracked stone did same. Some stones seemed to smile retaining their humanity. The mouth of stone seemed to be making faint sound as like those of revelation words that shouldn't be leaked. According to her, the sound is something that only the artist is listening while nobody is realizing.

Interpretation on stone in natural laws and metaphorical expressions ● Interpreting the stone under photography history leads to the 'Equivalent' of Alfred Stieglitz. A metaphor is used to make straight photography works in some cases. Alfred Stiglitz presented his empathy to so called cloud photography by adding the symbolism of metaphor to the objective reality in his later period. He understands the appearance of nature as an equivalent same to his mental experience. His equivalent series was an attempt to look at the 'natural landscape' from a new perspective. After Stiglitz, the nature of American landscape photography have changed significantly in the psychological way in approaching to objects. Photographers approached to the subject, away from the pictorial method and escaped from the custom of taking famous or unusual places. Later, Edward Weston expanded the concept of metaphor by combining the clouds and the nude of a woman in his photographs. Mirroring from this fact, we can tell Choi Jae-ran's photograph could be another extension from the metaphorical method of Alfred Stiglitz and Edward Western. ● Choi Jae-ran used the photographic technique 'pin hole' for making the image of Suwon Hwaseong Fortress, which has full of historical and cultural significance. She effectively captured the heyday of the forgot culture together with the afterimages and oblivion of faint memories. In the stones of abandoned the quarry at Mt. Paldal and Mt. Sukji, We can perceived the "secret world of abstraction" through the fullness of emotions and the insensitivity of the mind. In photography historical aspect, she follows a metaphorical way of expression linked to Alfred Stiglitz and Edward Weston. Her intention leads us to the spirit of discovering objects by crossing the order, boundaries, and rigidity set by humans. She created a way that stand not against the laws of nature but changes with the flowing time. On the inner side of the spirit, the artist's favorite images of mountains and stones, trees and flowers, castles and pines will remain as unforgettable things residing deep into Korean culture as it was familiar to the society for long time going back to the past. From Choi Jae-ran's new inspirational works, we can hear dreamy sound of the nature communicating with some existence beyond humans. Through this exhibition, I hope she will expand the method of interpretation on the existing landscape along with the flow of time, by evoking profound and noble spirit. ■ Kim Seok-Won

최재란_화성,묵시의 풍경#251_잉크젯 프린트_45×66cm_2020

Fortress Hwaseong, The Silent Landscape ● Suwon Hwaseong Fortress, a World Heritage Site, has historical and cultural values that are considered to be the top of Korea's fortress culture. Looking down from Seojangdae located on Mt. Paldal, I am admired by the magnificent and antique atmosphere of Fortress Hwaseong wall shaped like willow leave showing the past mixed with the modern view of Suwon City. According to Fortress Hwaseong Construction Reference, a total of 187,600 stone blocks were used to complete the beautiful and sturdy fortress. These stones were procured from Mt. Paldalsan, Mt. Sukjisan, Mt. Yeosan, and Gwondong. After drilling several holes in the rock using chisel, ash trees or chestnut trees were staked in the holes together with water, to cut the rock into moveable blocks utilizing expansion power of ice at winter season. Now in Mt. Paldalsan and Mt. Sukjisan, The remains of the stones have been discarded under the rain and wind. Silently enduring the weather, the remains became the part of nature again as they are today. In spring, the mountains are wearing a pink robe of azaleas as if dancing with the spring breeze. In summer time, it wears a green armor of ivy whispering to the refreshing breeze that emits moist aroma of pine tree. In autumn, it is lying down under the blue sky as if a friend covered with the splendid colors of cult blanket made of shaggy cloth. While in winter, it is like hibernating in white snow. I am reading the sublime face of the stones scattered in Mt. Paldal and Mt. Sukji. Sometimes, they look like lone figures keeping consistent silence to absorb the laws of nature, and time to time they look similar to statues protecting fortress Hwaseung like a brave soldier in the period of King Jeongjo. Through the camera lens, when I face with the lonely landscape of fortress Hwaseong mixed with the silence of the stones scattered in Mt. Paldal and Mt. Sukji, I feel sometimes I am seeing things that are invisible and hearing things that nobody can listen. In my work, I used a pin hole to express the image of fortress Hwaseong in the calm landscape that are changing according to the different direction of light. The are the afterimages of faint memories of long ago, also they are the expressions of stones that change into light and shadow. I like to expose my faint emotion for the things that were forgotten for long time. Fortress Hwaseong keeps the traces of time whispering in a low voice. When walking in the light of the sun that torches the tiny twigs of pine trees dripping the scent of freshness, I feel the spreading aroma on the tip of my nose. At fortress Hwaseong I contemplate the scenery that embraces the breath of nature. This is the very landscape I am facing with as a time traveler, and this is the very landscape of silence that only the fortress Hwaseong is breathing with. Whenever I want to pause walking for a moment contemplation, Fortress Hwaseong always suggests silent landscapes reminding me of its existence, even the existence of the times that has gone. ■ Choi Jae Ran

Vol.20201005a | 최재란展 / CHOIJAERAN / 崔在蘭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