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무게

안경진展 / ANGYEONGJIN / 安京眞 / sculpture.installation   2020_1006 ▶ 2020_1018 / 월요일 휴관

안경진_신의바람_합성수지에 채색, 철_가변크기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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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홈페이지_www.angyeongjin.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2:00pm~05:00a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라이프 GALLERY LIFE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51-93번지 2층 Tel. 070.4232.6761 www.gallerylife.co.kr

지난 10년 동안 나는 조각과 그림자를 통한 표현을 지속해 왔다. 조각과 다른 형태의 그림자를 만들어 인간의 내면이나 무의식 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최근 나는 비어있는 공간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다.

안경진_바라보다_합성수지에 채색, 나무_가변크기_2020
안경진_life-1_합성수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0
안경진_life-1_합성수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0

내가 그림자나 여백을 주된 표현방식으로 삼은 것은, 비물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늘 존재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고, 삶에서 소중한 가치는 물질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기에 그림자를 통해 비물질적인 것들을 표현하고자 하였고, 그러한 생각이 깊어져 비어있는 것에 주목하며, 여백을 조각의 재료로 삼고자 한다. 현실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아 실존을 뽐내는 기존의 조각이나 회화의 표현 방식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그늘이나 구석, 여백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의 작업은 기존의 규범이나 질서, 가치체계와는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다.

안경진_life-2_합성수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0
안경진_life-3_합성수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0
안경진_찰라_합성수지에 채색, 나무_가변크기_2020

여기 한 사물이 있다. 이것은 괴이한 형상으로 뒤틀린 나무 같기도 하고 유려한 곡선의 도자기처럼 볼 수도 있으며, 마치 춤을 추는 몸동작으로 하늘을 향한 손짓을 뻗는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그 의도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각에서 사물이 만들어내는 빈자리를 바라보면, 여백에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과 어깨의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사물은 여백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일 뿐 작품의 주인공은 여백이며, 사물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작품으로 품는 것이다. 여백을 형상의 배경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을 향한 적극적 조형으로 사용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눈을 뜨고자 함이며, 때로는 내게 여백의 무게가 꽉 채운 형상보다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안경진_코로나_합성수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0
안경진_길_합성수지에 채색, 나무_가변크기_2020
안경진_신의바람_합성수지에 채색, 철_가변크기_2019

구석지고 그늘진 곳에서, 현현하는 덩어리에 가려진 존재들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그동안 가볍게 치부되던 것들에 세심한 배려와 관심, 의미를 두고자 하는 자세이자, 눈앞의 것들만 쫓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나의 의지이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 찰나로 기억될 인생이 춤을 춘 듯 경이롭기를 바라는 나의 소원이다. ■ 안경진

Vol.20201006c | 안경진展 / ANGYEONGJIN / 安京眞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