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斷考察

송창展 / SONGCHANG / 宋昌 / painting   2020_1005 ▶ 2020_1020

송창_大兄 Godfather_스팽글, 실크스크린, 출력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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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층 Tel.+82.(0)2.722.7760

망원경. 그리고 북쪽 방향 보기. DMZ를 방문한 미국대통령들의 공통된 행동이다. 로널드 레이건(1983)-빌 클린턴(1993)-조지 W. 부시(2002)-버락 오바마(2012)-도날드 트럼프(2019). 남한 단독 정부수립 이후 이곳을 순시한 12명의 한국 대통령도 모두 같은 제스처였다. 그들의 레토릭은 한결같았다.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아젠다나 정치적 실천 없이, 한반도 긴장 완화-동북아시아 안정-세계평화에 대해서 별처럼 반짝이는(Spangle)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워딩 말이다. 그 화려한 수사와는 달리 분단체제 강화를 통한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시도가 차라리 더 많았다. ● 마찬가지로 북한의 실권자인 김일성-김정일-김정은도 모두 망원경을 통해 DMZ 남쪽을 봤다. 다만 그 워딩은 한반도에서 "미 제국주의"와 그 "괴뢰도당"을 축출해서 남쪽을 해방하자는 결연함으로 그 내용이 달랐다. 아마 이도 북한내 정치적 포석을 위한 말이었을 게다.

송창_바라보기_스팽글, 실크스크린, 출력_2020
송창_분단고찰-2_스팽글, 실크스크린, 출력_2020
송창_분단고찰-바라보기_스팽글, 실크스크린, 출력_235×545cm_2020

이 공통적인 행위가 시위하는 바는 결국 이곳이 각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라는 것. 동시에 이곳에서 망원경을 통해 DMZ 건너편을 바라보는 행위는 곧 자신의 권력에 대한 명분과 정당성을 반증하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라는 것. 그러니까 20명에 이르는 3개국 권력자들이 70년간 상대방 진영을 확대해서 '바라보기'와 허수로 '말하기'는, 국제정치 정세, 자국 이익, 자국에서의 권력 토대 강화 등 숱한 경우의 수가 얽힌 정치적 책략의 클리셰였던 셈이다. ● 한반도 평화와 분단 해법의 매듭을 찾기에 이 고차방정식은 난해하다. 그리고 지난 70여 년간의 이런 행위들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자동적으로 방해하는 기제였다. 남/북, 북/미, 한/미 간 한반도에서의 군사·외교적 긴장 완화나 궁극적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자국민들의 지지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바라다보이기'가 주목적이었다. 이들을 한꺼번에 섞거나 겹치면,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전쟁과 평화 등이 마구 얽히면서 이상한 판단지체(遲滯)가 드러난다. 분단 극복보다는 오히려 긴장과 갈등에 의한 피해의식만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그런 현상의 대표적인 메커니즘에 의한 국내용 정치적 프로파간다 레토릭이다. 국민들을 억압하는 그 추상성은, 그러나 조작된 채 수십 년간 남한 사회를 주도한 이념적·집단심리적 패러다임의 실재이기도 하다. 한국 극우의 깊은 증오와 병리적 현상은 그 결과다. 결국 남·북·미 권력의 정치적 행보로는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명제는 실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란 뜻이다.

송창_分斷考察展_나무화랑_2020
송창_分斷考察展_나무화랑_2020

송창의 이번 전시는 그런 한계에 대한 질문이자 고찰이다. 정치적 권력에 의한 한반도 평화정착이 어려울 때,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 40여 년의 작업행위를 통해서 일개 민간인이자 화가인 송창은 그 질문을 지속해오고 있다.'분단 고찰(分斷 考察)'은 남·북·미 정상들의 DMZ에서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공고화된 분단 현실에 대한 반성적 접근이다. 분단현장에서의 분단 정서를 표현하던 감성적 회화로부터 일탈해서, 분단 이후 역사적 사실의 소환과 재구성에 의한 서사적 인식으로의, 개념적 실험의 방법적 변주이기도 하다. ● 기존 안료와 붓질 대신, 스팽클·보도사진·실크스크린, 프로젝션 등의 차갑고도 중성적인 재료와 미디어로 분단고착을 고찰하는 이 어법과 작업과정은 흥미롭다. 가볍고 통속적인 재료로 구성된 대통령들의 초상과, 엄중하고도 역사적인 행동인 DMZ에서의 남·북·미 정상들의 망원경 바라보기가 중첩되는 프로젝션 화면의 가벼운 반짝임과 묵직한 서사들. 평면과 영상이 만나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관객의 판단과 감응이 어떤 소통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전시장에서 관객과의 만남이 불러일으키는 소통현상도 작업의 한 과정이다. 그걸 겪고 난 이후 송창의 다음 작업 행보가 기다려진다. 69세 작가의 쉬지 않는 주제에의 집중과 형식 변주에 존중의 마음을 담고서 말이다. ■ 김진하

Vol.20201006h | 송창展 / SONGCHANG / 宋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