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그리고 못 다한'

김성욱展 / KIMSUNGWOOK / 金成旭 / sculpture   2020_1007 ▶ 2020_1018 / 월요일 휴관

김성욱_물고기 네 마리 Ⅰ-Four Fish Ⅰ_옥(玉)_52×50×18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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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1010_토요일_05:00pm

故 김성욱조각가 1주기 추모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가고시포 갤러리 GAGOSIPO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가길 16(화동 99번지) Tel. +82.(0)2.722.9669 gagosipogallery.com

허심(虛心)과 무욕(無慾)의 정신, 자전적 서사'별'이 된 친구를 기억하며 글을 쓰는 이는 故김성욱 작가와 서로 다른 예술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오래된 벗이며 인생의 동료로 지냈었다. 작가가 2018년 개인전을 했을 때 다음 전시회는 글을 써 주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본래 시각예술과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조각은 문외한이기에, 조각가의 입장에서는 나의 글이 조각의 조형적 해석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이유는 살아생전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고, 조각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의 글이지만 오히려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도 유익하지 않을까? 라는 나름의 위안 때문이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작가가 고인(故人)이 된 시점에서 평론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평론 글을 쓰려면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눈 후에 글을 쓰는 것이 순서에 맞지만, 고인(故人)이 된 상황에서는 이런 과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글의 성격은 평론보다는 개인적으로 느낀 생각을 기록한 '기록서' 와 '해설서'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참고로 글을 쓰기 위해서 故김성욱 작가의 미완성 박사 학위 논문 '몸의식'(Body Consciousness)과 인체 조각의 상관성 연구- 연구자의 인체 조각을 중심으로 - 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김성욱_기러기 엄마 Ⅰ_France Marble_32×45×18cm_2010
김성욱_유영 Ⅲ_이태리 대리석_130×80×27cm_2012

허심(虛心)과 무욕(無慾)의 정신 ● 故김성욱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품의 주제 의식은 '허심(虛心)'이다. 허심의 일반적인 의미는 마음을 비우다란 뜻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온전히 비울 수 있다면 어떤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괴롭고, 혼란스러울 일이 없다. 일상에서 우리가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은 너무 많이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비울수록 채워진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것이 비움의 철학이다. 작가는 비워져 있어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무욕(無慾)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돌이라는 오브제를 통해서 작가의 미학적 정수인 '허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돌은 고요함 그 자체로서, 소박하고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사치스럽지 않은 대상이기도 하다. 허심(虛心)과 무욕(無慾)의 정신으로 이루어진 故김성욱의 추모 전 전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주제로 진행한다. ● 유년 시절의 추억과 자전거: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에는 유년 시절에 각인된 다양한 추억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과거의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 작품에 매진한 노력을 발견한다. 작가의 대표적 연작인 자전거 「내리막길, 2017」는 어린 시절 신나게 달렸던 내리막길 자전거의 추억을 다시 상기하게 한다. ● 운동 그리고 가족: 작가에게 유년시절이 각인된 추억은 현실에서 가족으로 대상이 옮겨진다. 작가의 아내 모습과 자식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이 목격된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웃는 남자, L'Homme Qui Rit」에 따르면 자신의 사생활을 타자에게 드러내는 것이 17세기에 유행이었고, 그것을 열쇠를 준다고 표현한다. 故김성욱은 신뢰의 열쇠를 두 개 주었다. 하나는 가족에게, 다른 한 개는 독자들에게 였다. ● 물고기와 꽃: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물고기와 꽃을 통해서 평소 못다한 얘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삶의 환희를 나타내는 몸의 동작이 나타난다. 작품의 내용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개인, 가족 등 작가에게 중요한 삶의 부분들이 소재로 사용된다.

김성욱_내리막 길_마천석_118×40×20cm_2012
김성욱_적층된 얼굴 Ⅱ_현산석_165×65×60cm_2017
김성욱_장날에 병아리를 사오다_이태리 대리석_45.5×20×20cm_2018

돌, 몸, 그리고 자전적 서사 ● '나의 몸은 항상 무언가를 느끼고 육화된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지각하고 감각한다. 지각하고 감각하는 몸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창조된다. 무디고 거친 돌을 통하여, 몸을 말하고 꿈꾸고 상상하여 왔다.' - 故김성욱, 「호흡과 감각의 몸짓」, 2018년, 개인전 작가노트 발췌 ● 작가의 논문을 들여다보면 작품 제작 과정에서 돌이 가진 단점 중 무게의 하중을 줄여서 형상을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몸의 감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의도이다. 故김성욱은 돌을 다루는 방식에서 자신의 몸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여 돌을 깎고 다듬는다. 작가의 이런 태도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에겐 직접적인 몸의 사용이 무생물인 돌에게 몸의 의식이 돌 속에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다. 돌의 물성(物性)이 지닌 표면의 딱딱하고 거친 성질은 몸의 제작행위의 단계를 거치면서 '몸의식'을 작품 속에 구현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이론적으로는 슈스터만(Richard Shusterman)이 주장하는 '몸의식'을 작품에 드러내는 과정이다. 김성욱은 슈스터만의 프라그마티즘(pragmatism)의 원리에 따라서 최종적인 지향점은 몸의 의식을 바르게 수련한 후에 자기성찰의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돌과 작가의 관계에 행위가 개입되면서 몸이 돌의 물성을 자각하고, 감수성과 합쳐지면서 작품의 조형성을 결정하게 된다. 故김성욱은 지난 과거의 삶은 몸과 관련한 다양한 시각적, 정감어린 환경의 요소와 함께 작품의 중요 테마가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과 친척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통합적인 경험의 산물로 작품에 투영된다. 작가의 몸은 타자(他者)에 대한 감정과 함께 그때 느꼈던 감정이 체화되어 돌의 물성과 결합하여 형상을 창조하게 된다. 인체를 조각하는 과정을 몸에 비유하자면 껍질과 살을 깎아내는 반복의 행위다. 이런 고단한 과정을 겪으면서 각자의 존재감을 나타내게 되며, 존재하는 사람의 경험적 실체를 찾아내는 것이다. 조형적인 입장에서 풍만하게 보이는 형상은 생명 에너지의 충만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자전적 서사는 실천적 삶의 경험과 연관된다. 이런 태도는 일상의 경험을 작품 제작의 동기로 삼는다. 작가가 소소한 일상에서 느꼈던 친밀한 삶과 경험들은 조각 작품에서 '자전적 서사'로 전환된다. 결과적으로는 몸의식과 돌이 상호작용(interaction)하면서 시공간전 차원에서 특정한 형식의 조형 형태로 완성된다. 자전적 서사는 경험한 주체의 기억과 해석에 의존하여 형성된다. 따라서 여기에는 반드시 진정성(authenticité)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품의 내용은 개인적 진실성(personal truth)에 있다. 이것은 작가의 내면적 성찰을 수행하면서 본연의 진실한 에고(ego)와 만나게 된다. 동시에 이런 행위 - 자신에 대한 진실성- 은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동반된 것이다.

김성욱_Gomukhasana (소머리 자세 )(미완성作)_대리석_35×30×20cm_2019

친숙한 대상의 성찰: 고양이, 자전거, 물고기 ● 예술가들의 작품에는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김성욱의 조각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발튀스(Balthus)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작가가 어린 시절 길렀던 고양이가 행방불명되었고 한동안 상실감을 겪었던 경험이 작품 속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故김성욱의 조각에 등장하는 「수줍은 고양이,2011」 는 일본의 전통 복고양이인 '마네키네코'로서 한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한쪽 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손님이나 재물을 불러들인다고 해 일본에서 '행운의 인형'으로 부른다. 오른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돈을 부르고, 왼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손님을 부른다고 한다. 故김성욱의 작품은 오른손을 들고 있다. 조용히 앉아있는 고양이는 누군가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듯 보인다. 「귀여운 고양이,2012」도 같은 일본의 고양이로 느껴진다. 「수줍은 고양이,2011」와 본질적으로 다른 차이는 고양이의 동작이 사람의 모습을 의인화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故김성욱은 어떤 의미에서 고양이를 조각 작품으로 형상화 했을까? 고양이는 크리스 마르케(Chris Marker)의 영화에도 단골로 등장하는데 장르와 관계없이 고양이는 작가의 영혼을 위로하는 대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전거Ⅰ, 2007」 작품은 작가처럼 보이는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어딘가를 관조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자전거는 유희의 도구이자, 자신의 심신에 활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이런 근거는 작업 공간에 실제 자전거를 사용한 흔적이 있으며, 이동수단 뿐만 아니라 작가에게 활력을 주는 친근한 존재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故김성욱의 조각 작품 「물고기 네마리Ⅰ, 2007」, 「유영Ⅲ, 2012」, 「물고기 꿈, 2017」을 보면서 일본감독 '이누도 잇신(Inudou Isshin)'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2003)'을 보면 바다 속 심연에서 끌어 나오는 물고기의 환상을 떠올려 본다. 이 영화에서 쿠미코와 츠네오의 이별은 물고기들에서 나타난다. 쿠미코는 그동안 어두웠던 내면의 세계를 고백하면서 물고기의 환상을 얘기하지만, 츠네오는 듣지 못한 채 잠이 들었고, 그 여행은 마지막 이별 여행으로 상징한다. 故김성욱의 물고기 작품에서 이별을 암시하는 흔적(index)을 찾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물고기가 지닌 상징적인 기표를 통해서 동화적 환상과 은유적 해석은 가능해 보이며, 희미하게 느껴지는 존재자체에서 뿜어 나오는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말했던 '사후작용(retroaction)'의 단서를 암시하고 있다. 故김성욱 작가는 무욕(無慾)의 아름다움과 돌을 통해서 '허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돌을 주된 재료로 다루면서 슈스터만의 프라그마티즘의 자기성찰을 지향하고, 일상에서 친숙한 대상인, 가족과 이웃사람, 고양이, 자전거, 물고기 등을 정감어린 시각으로 형상화하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작가의 창작물은 우리들에게 주체와 인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따뜻한 정서를 환기하게 해준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며 숙고의 과정을 지낸 모습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진실성과 동시에 삶에 대해서 끝없이 반성하고 성찰한 자전적 서사를 되새기게 한다. ■ 김석원

Vol.20201007e | 김성욱展 / KIMSUNGWOOK / 金成旭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