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SPROUT_행복이 새싹처럼 자라나요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鐘皓 / painting   2020_1007 ▶ 2020_1020

박종호_Rain D_캔버스에 유채_33.4×24.2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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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조성운(에브리아트 대표)

관람시간 / 11:00am~07:00pm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THE ART PLANT Jo Gallery 서울 중구 명동길 74 (명동2가 1-1번지 명동성당) 명동 1898광장 B117호 Tel. +82.(0)2.318.0131

박종호의 Rain D, 새벽에 새기는 그림일기 ● 박종호 작가는 최근 'Rain D'라는 제목의 그림과 개인전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위 늦깎이 작가데뷔이지만, 그 누구보다 귀추가 주목되는 작가다. 앞선 개인전마다 소개한 바와 같이, 'Rain D'는 인디언들의 기우제 춤 rain dance 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인디언들이 기우제 춤을 추면 반드시 비가 내리는데, 이는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춤을 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이 춤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의 그림과 전시뿐만 아니라, 생활하고 활동하는 장소도 모두 'Rain D'라고 부른다. ● 기원행위가 곧 성취이자 기정사실임을 전제한 춤 Rain D. 마치 자기에게는 이 이름밖에 없다는 듯이 한 이름을 고수해온 작가 박종호에게 이번 개인전 제목은 이례적이다. 기획자의 제안이든 공동기획이든 작가의 동의하에 정했을 제목의 변화는 흥미롭다. 여전히 「Rain D」라는 이름의 작업선상에서 「Happy Sprout 행복이 새싹처럼 자라나요」는 다양한 어감과 의미로 다가온다. 전시기획자나 관람자에게는 'Rain D'라는 이름다운 응답의 확인, 혹은 안부인사와 한결같은 기원을 나누는 의미로, 작가에게는 그림 작업에 대한 자문과 점검, 확신의 다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더불어 표현매체와 기법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조각전공자로 나무를 좋아했다는 그는, 유학시절 수인목판화와 전각을 공부하고, 돌아와서는 캐릭터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등 전공과 장르, 매체, 활동영역의 전환과 시도에 유연한 편이기에, 매체와 기법의 변화 자체만으로는 굳이 언급할 거리가 못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 제목와 더불어 오일파스텔에서 유화로의 변화는 미소하지만, 짚고 갈 필요가 있다. ● 이전 작품들에서 형광빛이 감도는 오일파스텔을 문지르는 방식은 동화 풍의 그림에 정서적 교감과 촉각적인 친밀감을 전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반면, 이번에 시도한 카툰 톤의 매트한 유화는 캐릭터화와 삽화형식과 연관하여 박종호 특유의 화면구성과 시각적 화법에 집중하도록 한다. 즉, 만화나 삽화 도안, 동화 등 일반언어 위주의 스토리텔링과는 차별화 지점이다. 다시 말해서, 그림 고유의 시각언어와 화법을 통해서만 전할 수 있는 무언가, 언어의 한계지점에서 펼쳐지는 그림이야기로서, 작가 박종호의 회화세계를 주목하게 한다.

박종호_Rain D_캔버스에 유채_33.4×24.2cm_2020

옹기종기 작은 캔버스들, 전각(篆刻)에서 차용한 액자구조, 액자 속 그림과 등장인물들의 캐틱터화, 액자 밖 하얀 테두리에 작가의 친필사인과 붉은 인장(印章)... ● 이번 개인전에도 변함없는 박종호 그림의 독특한 구성요소로, 작가 특유의 형식과 개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가둬둠'이라는 말을 썼다. ● "가둬둠'이요?" 예술가 입에서 나온 말로써는 다소 생소한 단어이기에 재차 되물었다. "예, 가둬둠이요!" "저는 '가둬둠'이 중요해요." 조심스레 운을 떼며 어눌하게 말을 이어가던 작가지만, 잽싸게 잡아채듯 되물음을 거두고, 자신의 말을 정확히 제자리에 짚어 세운다. 작가에게 몹시 중요한 '가둬둠', 그에게는 매우 익숙하고 당연한, 하지만 필자에게는 생소하고 듣기 불편한 '가둬둠'. 이에 관한 작가의 두서없는 설명과 변론, 아리송하니 애매한 리액션과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박종호는 수줍게 말을 덧붙인다. "그래도 자유로울 수 있어요." "그리고 그림은 따뜻해야 해요. 그림이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박종호_Rain D_캔버스에 유채_33.4×24.2cm_2020

'가둬둠'과 '자유' '따뜻함' ● 작가 박종호가 추구하는 그림 세계에는 분명 어폐가 있다. 말은 안 되지만, 말도 안 될 것 같은 일을 작가는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인 양 천연덕스럽게 그림으로 펼쳐내고 있다. 물론 모든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의도대로 다 된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강조하는 '가둬둠'에 관하여, 작가 박종호의 장소 Rain D 와 그림 Rain D 을 살펴보고자 한다. ● 장소는 Rain D 는 작가로서의 작업과 생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이다. 해 질 녘 시작되는 생업의 일과가 동 틀 녘까지 이어지고, 생업 일과를 마치면 그림 작업이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공간 주인인 박종호는 제공간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내어주고, 정작 자신은 제공간 한 켠에 가둬둔다. 그는 그들 곁에서 그들과 함께 그 안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제공간이 온전히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때를 기다린다. 새벽, 바로 그 짧은 시간을 작가 박종호는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고, 그 새벽에 자신을 온전히 가둔다. ● 작가의 꿈, 한결같은 바람,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단순한 믿음으로 날마다 새벽을 기다렸으련만, 막상 그림 Rain D 에서도 작가는 또 다시 한 켠에 자리한다. 그는 액자 바깥, 하얀 테두리에 사인과 인장, 즉 이름으로만 존재한다. 그림은 온통 어린아이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주인공 여자아이와 친구들의 소소한 놀이와 행복한 상상으로 충만한 일상이 액자 안에 단순한 선과 따뜻한 색감으로 명랑하게 펼쳐진다. ●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여자 아이의 자유롭고 따뜻한 일상에도 '가둬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전각이 주는 각인의 이미지와 액자구조, 인장 사인, 그리고 단순한 선과 형태, 제한된 색 사용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이중 삼중 겹겹이 가둬둠의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화면 속 액자를 경계로, 여자아이는 액자 안에, 작가는 액자 바깥 테두리에 각자 위치한다. 액자 안 여자아이는 무관심한 건지 무관심한 척하는 건지, 액자 밖 작가, 혹은 그림 밖 관람자의 존재와 시선에 무심하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 작가 박종호는 무심히 어린아이를 따라가 본다. 단순한 선으로 애당초 대상의 존재나 의미, 사물 고유의 용도, 논리 정연한 스토리텔링에 무심한 아이가 되어 본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고 집중할 뿐이다. 그리고 여자아이에게 작가도, 아이의 세상 모든 것들도 -고양이, 친구, 인형, 장난감, 책상, 놀이터, 집, 학교, 성당- 단지 거기 그렇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아이는 그것들과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마음에 와 닿는 대로 시선과 손길이 가 닿는 대로, 가족이 되고 친구와 이웃이 되어 어울려 지낸 이야기를 그림으로 펼쳐낸다. 날마다 아이의 일상을 아우르는 그림들은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 Rain D 는 박종호의 소박한 삶의 장소이자 성실한 기록이다. 작가는 여자아이를 통해서, 여자아이와 함께, 여자아이의 일상 안에서, 아빠이자 아들로, 남편이자 친구로, 그리고 공간 주인이자 작가로 함께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어린아이의 그림 안에서 작가를 암시하는 형상의 단서나 흔적을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는 그림 바깥에서 '나 여기있다'를 표할 뿐이다. 어린아이와 다르지만 명백히 한 공간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하얀 테두리, 그 안에 이름을 새기고 자신의 자리와 존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곳이 자신에게 합당하다는 듯, 가족 친구 이웃으로 주인 보호자 증인으로의 역할 소임을 다한 그림일기에 친필 서명과 붉은 인장으로 절대봉인한다.

박종호_Rain D_캔버스에 유채_33.4×24.2cm_2020

오늘은 어제와 같지 않고 아이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아이의 눈도 세상도 변한다. 그럼에도 그는 가족 친구 이웃 세상을 향한 한결같음으로, 함께 머무르고픈 마음과 기억해주는 손길을 거두지 않는다. 이는 서로를 소유하지도 밀쳐내지도 않는 사이, 경계를 사이에 둔 '가둬둠'을 전제로 한다. 겹겹이 '가둬둠'에서 묵묵히 드러나는 작가 박종호의 온유하고 절제된 시선이 새로움을 향한 희망과 미덕으로 돋보인다. ●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그는 또 다른 하루를 맞이했을 것이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그렇게 첫째날 둘째날 셋째날. 새벽에 새기는 그림일기 Rain D 가 이어져온다. 믿음의 기도와 행위가 반복되면 신념이 되고 확신을 펼치듯, 되뇌어본다. ● '행복이 새싹처럼 자라나요. 행복이 새싹처럼 자라나요? 행복이 새싹처럼 자라나요.' 작가 박종호의 Rain D 와 함께 우리 모두의 건승과 행복을 희망하며... ■ 조성지

Vol.20201007f |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鐘皓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