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STIC LANDSCAPE

박경일展 / Roy Park(PARKKYEONGIL) / 朴京日 / mixed media   2020_1008 ▶ 2020_1024 / 일요일 휴관

박경일_Plastic Landscape_Red Flower01_ 플라스틱 필라멘트 드로잉 & 디지털 프린트에 레진_200×120cm 박경일_Plastic Landscape_Red Flower02_ 플라스틱 필라멘트 드로잉 & 디지털 프린트에 레진_200×120c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웅 갤러리 GALLERY WOONG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99 Tel. +82.(0)2.548.7371 www.woonggallery.co.kr

인다라망 - 박경일의 플라스틱 랜드스케이프 ● "인류세"와 팬데믹, 이 위기의 시대에 박경일 작가가 『플라스틱 랜드스케이프』으로 다시 국내 화단에 복귀했다. 그의 삶과 작가적 이력은 늘 변화의 폭이 컸다.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다가 홀연히 호주로 이주했고, 국내에 돌아와 웹에이전시를 설립하고 디자인 비즈니스를 하며 웹 아트에 몰두했다. 그는 국내 웹아티스트 1세대로서, 명성이 자자하던 국제적 플랫폼 "헬닷컴"을 조직하며 한동안 주목할만한 활동을 펼쳤다. 그랬던 그가 오랜 침묵을 끝내고 인류세를 화두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박경일_Plastic Landscape_The End 01_ 플라스틱 필라멘트 드로잉 & 디지털 프린트에 레진, 오래된 나무, 스테인레스 박스_ 80×200cm, 16×220×12cm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변화의 순간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와 그것이 야기한 감염병이 새로운 삶의 조건이 되었다. 스티븐 호킹은 지구 온난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에 도달했고 그로 인한 인류의 대멸종을 경고했다. 인간의 몸과 지구는 같다. 인간의 체온이 1-2도만 올라가도 각종 질병에 휩싸이고 죽음에 이르듯이 지구의 몸도 그렇다. 제레미 리프킨은 지난 200여 년 동안 지속된 화석연료 문명을 이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특히 20세기 중반에 발명된 플라스틱은 70여 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에도 환경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했다. 효율성과 이익만을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와 화석 문명의 결합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지구상의 모든 생물계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박경일_Plastic Landscape_The End 02_플라스틱 필라멘트 드로잉 & 디지털 프린트에 레진_90×180cm
박경일_Plastic Landscape_Silver Flower_ 플라스틱 필라멘트 드로잉 & 디지털 프린트에 레진_80×200cm

작가는 "인간의 손길이 멈춘 그 이후의 풍경"을 상상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대붕괴와 대멸종 이후 모든 생명이 사라진 죽음의 시공간을 담고 있다. 그곳은 우리가 만든 물건들로,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우리가 욕망했던 것들로 가득 찬 곳이다. 영원불사하며 구천을 떠도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땅과 바다가 모두 오염됐고, 숨 쉴 때마다 공기속에 전염병이 퍼지는 곳이다. "인류세"와 "자본세"가 이미 휩쓸고 지나간, 시간마저 박제된 공간이다. 작가는 이곳을 통해 윤리나 감정마저 증발해버린 삭막한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인터스텔라나 설국열차가 숨겨 놓는 일말의 희망마저 무참히 삭제된, 철저하게 무의미하고 무미건조한 공간이다. ●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시대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다. 그 앞에서는 어떤 문제들도 사소한 것으로 보인다.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고 절규한 아도르노처럼, 대붕괴 이후에도 시와 그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역사의 종말과 마주한 최후의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팬데믹은 인종이나 빈부와 상관없이 인류가 공통의 적을 마주한 최초의 사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 만물이 모두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고, 너의 건강이 곧 나의 건강이며, 공동 대응만이 살길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바로 화엄경에서 말하는 인다라망의 세상이다. 박경일 작가가 직관하는 『플라스틱 랜드스케이프』는 우리가 쌓아온 화석 문명의 야만성을 성찰하고 파괴하는 묵시록적 예언이다. 만약 그 폐허의 공간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면, 그 꽃들은 분명 더없이 아름답고 향기로울 듯하다. ■ 윤재갑

박경일_Plastic Landscape_The End 04_ plastic filament drawing & regin work on digtal print_90×180cm
박경일_Plastic Landscape_The End 05_플라스틱 필라멘트 드로잉 & 디지털 프린트에 레진_90×180cm

팬더믹 그 이후의 풍경 ● 인간의 손길이 멈춘 그 이후의 풍경을 상상해본다. 익숙하던 풍경 위로 정체 모를 플라스틱 덩굴과 흔해빠진 조화, 그 위로 글로시한 레진이 더해져 또 다른 풍경이 드러난다. 공교롭게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고 연약한 기반 아래 위태롭게 존재하는 인간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이후의 풍경이란 어쩌면 또 다른 진화의 과정이고 예견된 풍경이다. 그 모티브는 내 작업과 맞닿아있고 '스스로 그러한' 내일의 풍경에 대한 상상이다. 그렇게 눈앞에 펼쳐지는 뜻밖의 정서는 또 다른 작업을 부추긴다. (2020.09)

박경일_Plastic Landscape_The End 03_플라스틱 필라멘트 드로잉 & 디지털 프린트에 레진_90×180cm

박제된 풍경 ● 사진을 프린트한 후 그 위에 얹혀지는 대부분의 물성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3D 펜을 이용해서 천천히 거미줄을 뽑듯이 형상을 다듬어 간다. 그 한정된 속도와 굵기는 형태의 속성을 만든다. 중간에 자리 잡은 꽃과 잎사귀 또한 플라스틱으로 성형된 조화다. 마지막으로 글로시하게 덮혀지는 레진 또한 투명한 액체의 플라스틱이다. 얼핏 살얼음 같기도 한 박제된 풍경을 완성시킨다. 각각의 다른 속성과 물성을 가진 플라스틱이 만나 또다른 의미의 풍경이 드러난다. ■ 박경일

Vol.20201008c | 박경일展 / Roy Park(PARKKYEONGIL) / 朴京日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