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튼 시대 Cotton Era

조영주展 / CHOYOUNGJOO / 趙英朱 / mixed media   2020_1007 ▶ 2020_1028 / 10월 9일 휴관

조영주_입술 위의 깃털_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_00:10:30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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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퍼포먼스 / 2020_1007_수요일_07:30pm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10월 9일 휴관

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나길 20(서교동 335-11번지) Tel. +82.(0)2.3141.1377 www.altspaceloop.com

여태껏 남성 예술가에게 하지 않던 질문. "아이를 키우면서, 작업하실 수 있겠어요?" '엄마됨'의 첫 해, 여성은 고립감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제 경험이 갖는 의미를 생각할 시간이나, 제 노동을 평가하는 시스템에 대해 반론할 여력 조차 부족하다. 여성 예술가의 경우 대부분 작업실에서 보낼 시간 조차 박탈당하기에, 고립감은 절망감으로 이어지곤 한다. '엄마됨'을 다룬 예술 작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은 이를 드러낸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사랑하는 헌신적 엄마. 가부장제가 강요하는 여성의 삶이다. 예술가라고 예외는 없다. ● 조영주 개인전 『코튼 시대』는 엄마라는 정체성과 예술가라는 정체성이 충돌하며 시작된다. 2016년 9월, 39세의 조영주는 첫 아이를 출산한다. 30개월간 아이의 수면, 섭생, 배설과 몸무게, 키의 변화를 기록한 육아일지를 작성한다. 계량적 정보만 적힌 육아일지는 엄마됨의 경험을 추상화하는 전시의 바탕이 된다. 아이가 갖는 생명의 리듬, 돌보는 자와 돌보아지는 자 사이의 감정적 긴장 관계와 그 성장의 과정을 예술 작업으로 풀어낸다. ● 엄마됨을 주제로 한 여성 예술가에게 하는 질문. "남들 다하는 육아 하면서, 왜 너만 호들갑 떠느냐." 엄마됨의 경험은 보편적인 동시에 사적이기에 충격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은 이 경험을 충격적이라 생각하지 않도록 길들여진다.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주류 현대예술계에서도 엄마됨이라는 주제는 급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엄마됨에 대한 질문은 현실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전통적인 모성애에 대한 케케묵은 반감 정도로 분류될 뿐이다. 이런 현실 정치에 아랑곳없이 조영주는 엄마됨의 경험을 자신의 예술적 주제로 삼는다. ● 「입술 위의 깃털」 영상에는 여성 퍼포머 4인이 등장한다. 흰 공간을 배경으로 퍼포머 2명씩 총 5번의 신체 대결을 벌인다. 협업 안무가인 이민경은 주짓수나 레슬링과 같은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활동적인 몸짓을 차용하여, 서로 마찰하는 움직임을 만든다. 서로의 팔이 목을 조이고, 서로의 허벅지는 몸통을 조이는 2명의 여성. 서로를 안은 채 허공을 바라보다가, 다시 신체 대결을 시작한다. 몸이 부딪히는 소리, 거친 숨소리와 기합 등 둘 간의 접촉을 기록한 사운드가 음향의 전부다.

조영주_세 개의 숨_영상 사운드 설치, 함석 배기관_00:12:37_2020

「세 개의 숨」 영상 설치에는 덕트 배기관 구조물과 함께 연주 영상을 프로젝션 한다. 탯줄을 모티브로 한 덕트 구조물은 전시 공간을 가로지르고 서있다. 영상에는 남성 연주자 4인이 등장한다. 협업 작곡가 이은지는 육아일지에서 3 시기를 기반으로 3악장 곡을 썼다. 베이스 클라리넷, 알토 색소폰, 튜바와 퍼큐션이라는 낮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는 4개의 악기로 구성된다. 엄마의 육체에서 아이의 호흡이 분리되는 과정을 표현한 1악장의 에어 사운드 air sound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2-3악장에서는 음고를 가진 소리의 형태로 변이한다. 2악장은 정주와 종bell을 사용한 금속성의 음색으로 연주되며, 3악장은 고음의 울림이 풍부한 핑거 크로탈레스 finger crotales로 마무리된다. 영상에는 관악기에 숨을 불어넣는 남성의 입이 클로즈업된다. 휴우우 허어어 흐으음. 아기를 돌보며 내쉬던 엄마의 한숨처럼 들리는 듯하다. 엄마의 좌절감과 예술가의 절박감. 엄마의 심리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요구만을 반복하는 아기, 일방적 소통이 주는 절망감. 관악기 연주 소리와 덕트를 통과해 만들어진 공기 소리의 조합은 끝없는 불협화음으로 이어진다.

'코튼'은 솜, 기저귀, 수건, 침구와 같이 아이를 돌보는 대표적 소재다. 피부를 감싸는 부드러운 코튼은 감성적으로는 따뜻한 엄마의 품을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코튼은 빨래와 같은 무급 가사 노동과 방직 노동과 같은 전형적인 여성 유급 노동을 은유한다. 『코튼 시대』는 엄마됨의 경험을 감성적 차원으로 조직된 구조적 체계에 질문하는 드문 시도이다. ■ 양지윤

Vol.20201008f | 조영주展 / CHOYOUNGJOO / 趙英朱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