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몸-이식된 것들의 생태

Unsettled Body-The Ecology of Being Transplanted展   2020_1008 ▶ 2020_1018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강주리_안준영_이샛별

기획 / 변경주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녹번동 5-29번지) 4,5전시실 Tel. +82.(0)2.2124.8813 sema.seoul.go.kr

보이지 않는 세계에 머물던 것들이 갑자기 존재를 드러낼 때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것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존재의 장소를 확장하며 예측할 수 없는 궤적으로 나를 끌어들일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알 수 없는 것에 잠식당한 몸은 나와 타인을 분명히 가르며 모두의 몸은 불온한 것이 된다. 우리를 위협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체계 속에서 원래의 서식지를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이식된 것들이다. 이제 종들의 이식은 전 지구적 흐름으로 모두의 신체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교차점이 되는 생태적 공간으로 작용한다. ●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극대화된 지금 타인을 향한 시선에는 오염된 몸이라는 불온함이 자리 잡고 있다. 몸은 타인으로부터 나를 정의하는 물리적 실체이자 생명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생태의 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각자의 고유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만 현미경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몸은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와 끊임없이 교환함으로써 생명을 지속하는 유기체임이 드러난다. 자신만의 고유한 몸이라는 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견고한 물성일 뿐 몸은 이식된 것들이 만들어 가는 생태이다. ●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표현한 몸은 신체의 확장된 개념으로 지구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들의 신체와 그들이 만들어 가는 생태공간을 포괄한다. 작가들은 신체의 고유한 형상과 경계를 해체하고 뒤섞으며 다른 무언가가 되는 몸에 집중한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 중에 미미하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세계에 눈을 돌리게 하는 작가들의 작업 태도는 우리의 시선을 생물학의 범위를 넘어 인간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로 연결시킨다. ● 지금도 끊임없이 생성되는 불온한 몸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나와 타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방식이 절대화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각각의 고유한 개체성이 소멸된 자리에 들어서는 변성의 신체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생태는 서로의 몸을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들여다보기를 요구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타인에 대한 불온한 시선을 거두고 나의 일부를 다른 생명체 속에서 해석 가능한 것으로 확대시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주리_카오스(Chaos)_종이에 펜, 잉크젯 프린트_가변설치_2020 / 사진_권오열
강주리_카오스(Chaos)_종이에 펜, 잉크젯 프린트_가변설치_2020 / 사진_권오열
강주리_카오스(Chaos)_종이에 펜, 잉크젯 프린트_가변설치_2020 / 사진_권오열

강주리는 욕망으로부터 추동하는 진화의 모습을 단색의 볼펜을 사용한 회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식물의 변이된 형태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생태를 구축함으로써 문명사회에 감춰진 혼돈의 현실을 드러낸다. 작품 「Chaos」는 인간이 만든 질서가 개입되면서 변형되는 자연의 생태를 보여준다. 결핍과 과잉으로부터 변형되는 돌연변이들의 모습은 비단 자연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순수한 동심을 먹고 자라나는 동화 속 친근한 돌연변이들은 이제 거대한 기술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그들만의 질서를 확장하며 인간의 삶을 끌어들인다. 인간의 욕망이 인간 아닌 것들의 욕망으로 치환되면서 전개되는 불온한 생태는 우리 모두를 잔혹동화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안준영_잉크 스팟(Ink Spots)_종이에 펜, 연필, 아크릴채색_42×30cm×78_2020 사진_권오열
안준영_잉크 스팟(Ink Spots)_종이에 펜, 연필, 아크릴채색_42×30cm×78_2020 사진_권오열
안준영_잉크 스팟(Ink Spots)_종이에 펜, 연필, 아크릴채색_42×30cm×78_2020 사진_권오열

안준영은 지속적으로 겪어왔던 불안과 강박을 시간을 쌓아 올리듯 밀도 있는 선 드로잉 작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뇌와 신경계를 거쳐 신체 특정 부위에 이상 증상을 남기는 신경증의 병리적 현상은 감각하는 몸의 주체가 누구인지 의심하게 되는 불온함을 가져온다. 다른 종(species)으로 정교하게 치환되는 해부학적 신체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기능하는 장기들의 유기적 결합을 부정하며 강제로 뜯겨지는 분리의 과정을 동반한다. 폭력의 현장성을 담고 있는 작품들은 타자로부터 나를 분리해내려는 실존적 물음과 맞닿아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개개의 작품이 다양한 분열과 결합의 가능성을 가지고 증식하며 무한히 진화하는 거대 생태의 서사를 보여준다.

이샛별_스키너(Skinner), 특이점6(Singularity6), 스키너, 특이점, 스키너5, 스키너, 특이점_캔버스에 유채_각 90.0×72.7cm_2018~9 사진_권오열
이샛별_스키너(Skinner), 특이점6(Singularity6), 스키너, 특이점, 스키너5, 스키너, 특이점_캔버스에 유채_각 90.0×72.7cm_2018~9 사진_권오열

이샛별은 인간 신체와 밀착되며 얽혀버리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불온한 몸을 구현하고 있다. 인간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할 때 대상으로 존재하던 초록의 생명들이 불현 듯 나와 마주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 자연은 이해할 수 없는 실체가 된다. 캔버스에 담긴 배경 없는 인물들은 자세, 옷, 머리 모양을 통해 저마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얼굴을 들춰낸 자리에 드러난 초록의 식물과 신체 장기의 모습은 우리가 익숙하게 읽어내던 사회적 기호로서의 표정이 기능하지 않는 혼돈의 공간이 되어버린다. 미처 마르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물감의 흔적들은 움직임이라는 생명의 징후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여전히 생성되고 있는 생태공간으로서의 신체를 보여준다. ■

Vol.20201008i | 불온한 몸-이식된 것들의 생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