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1. 디테일

강세리_함진 2인展   2020_1008 ▶ 2020_1112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갤러리 유진목공소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갤러리 유진목공소 디렉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유진목공소 GALLERY EUGENE CARPENTERSHOP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89-2번지 1층 www.facebook.com/gallery.eugene.carpentershop

갤러리 유진목공소의 연속 기획물 '투썸Twosome'의 첫 회에 초대된 커플은 강세리 함진이다. '투썸'은 법적인 부부 또는 포괄적인 파트너 관계로 볼 만한 미술인 한 쌍을 초대하는 2인전 형식의 기획이다. 여느 직업군이나 평범한 부부/연인 관계와 비교할 때, 미술인은 미대라는 출신 성분, 더 이르면 예중/예고라는 예술전문학교의 경력에서부터 삶의 행동반경이 좌우되는 편이다. 같은 미술 전공자끼리 어울리는 만큼 노는 물이 정해지고, 유유상종의 관계는 부부나 연인으로 발전하기 쉬운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 ● 이처럼 파트너로 발전한 미술인의 수는 적지 않다. 그렇지만 커플이 모두 미술판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할 수 없다. 혹은 창작 활동 면에서 대칭적이건 비대칭적이건 커플이 서로에게 미적 영향을 주거나, 둘의 미감이 닮은 경우를 찾긴 어렵다. 같은 단체전에 커플이 참가하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커플이 2인전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예가 흔치는 않다.

강세리_무제_패션잡지를 이용한 모자이크_36×28cm_2016

강세리의 작업은 단조로운 수직수평선이 복잡하게 교차하며 직조된 패턴을 종이 위에 손으로 옮긴 작업과, 기성 인쇄물을 모자이크라는 고전적인 조형기법으로 재구성한 작업으로 크게 양분 할 수 있다. 일점투시도나 설계도를 연상시키는 회화나 드로잉에선 어떠한 내용도 담지 않는 기계적인 반복 패턴의 형식에 집중한 작업, 수행의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광고 전단지, 생활정보지, 지역 일간지의 일부 지면을 노동집약적인 모자이크로 옮겨온 작업은, 재료로 쓰인 종이에 무수한 정보가 담겼지만, 무의미하게 해체된 채로 제시된다. 모자이크는 동로마제국 시대 이탈리아 라벤나의 산비탈레 성당 벽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막시밀리아누스 주교 그리고 수행원 등의 도상을 옮긴 모자이크 벽화에서 보듯, 유구한 시각 재현 기법이었다. 그렇지만 파편의 총합으로 형상을 완성하는 이 옛 재현술은 현대사회에서 검열 장치를 빗대서 칭하는 용어로 더 자주 쓰인다. 오래전 재현 기술인 모자이크는 속도전이 중요해진 오늘날의 시대정신에는 어떤 면에서 비효율적인 재현술이기도 하다.

강세리_무제_종이에 신문지 등을 이용한 모자이크_갤러리 유진목공소_2020

강세리의 모자이크 작업들은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듬성듬성 색종이를 손으로 뜯어붙이는 정상적인 학생들의 방법이 아니라, 집요한 성정을 극소수의 학생만이 시도하는 샤프 펜촉으로 색종이를 눌러 한땀 한땀 색점을 놓는 모자이크 기법을 따랐다. 정보를 담는 신문을 거의 고스란히 옮긴 작업이지만 내용은 파악하기 힘들다. 한 화면 안에 박근혜 대통령의 상반신도 보이고, 헌화를 하는 정치인인 듯한 이의 보도사진도 인용되었으며, 농염한 여성 아이돌의 비키니차림 화보인 듯한 이미지도 섞여있다. 각기 연관성이 없는 다양한 도판들의 묶음을 ㅤㅎㅡㅀ어보면, '음 맞아. 이런 사건이 있었지'하고 우리는 넘겨짚을 뿐 그 이상의 추론을 하진 않는다. 그것은 동시대에 우리가 뉴스를 소비하는 공통된 태도다. 사진 속의 인물과 사건은 보도 당시에만 해도 너무 위중한 사건이자, 최고 끗발있는 인물이었으나, 그러한 비중도 순식간에 전자를 능가하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쓰나미 속에 밀려나 잊히는 일이 다반사가 된 동시대 삶이다. 실검 1위란 그 순간만 국내 최상의 관심사일 뿐, 유행의 썰물에 밀려 금새 잊힐 운명과 마주한다. ● 강세리가 시간과 장소가 각기 다른 생활정보지나 신문 따위에서 멋대로 옮겨와 짜깁기한 이미지는 '실검 1위'라는 는 동시대의 과유불급한 뉴스의 풍경을 긴 말 없이 보여준다. 정보의 과잉은 내용 자체를 지우거나 무의미할 정도로 가볍게 만든다. "물감이 신문이나 잡지로 대체된 회화 작업"을 한다고 밝힌 작가의 진술처럼, 동시대 뉴스의 과잉 현상은, 뉴스를 소식지의 기능이 잃은 재료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뉴스 인플레이션.

강세리_무제_종이에 신문지 등을 이용한 모자이크_갤러리 유진목공소_2020

밑그림 없이 무작위로 신문을 한땀 한땀 옮겨온 이미지 중에, 흡사 곰팡이의 번식이나 최초의 회화랄 수 있는 태고적 동굴벽화를 닮은 푸르딩딩한 무정형의 이미지도 눈을 끈다. 신문 지면에 인쇄된 고정된 형상을 해체시켜 얼룩 무늬처럼 만든 이 무계획적인 상상은 외형만큼이나 생생함을 허망하게 소멸시키는 곰팡이를 닮아있다. ● 20년 전 20대 초반 나이로 제도 미술계에 등판한 함진의 브랜드는 전례가 없는 초소형 인형이었다. 보존을 감안한 작품 제작의 관행에 비춰볼 때, 미세한 압력에도 쉽게 으깨질 법한 그의 초소형 인형(들)은 작품 보존과 유통은 물론이고, 미술품과 연관지을 수 있는 다양한 고정된 공식을 넘어서는 곳에 있었다. ● 2인전에 출품된 신작들은 그의 최근 개인전 『머리』(2020 챕터투)의 연장선상에 있다. 녹아내리는 피부에 덮혀 눈과 코와 턱이 간신히 보일 듯 말 듯 한 어느 미지의 생명체의 안면은 악 다문 치아를 보고서야 그것이 무언가의 얼굴임을 지각하게 할 정도다. 그만큼 문드러진 형상의 머리들이 이번 2인전에선 더 극단적으로 변형된 머리들로 출현한다.

함진_두상 2020_폴리머클레이, 시바툴, 알루미늄호일_32×20×26cm_2020

국수 면발처럼 가느다란 컬러 점토를 실오라기처럼 늘려서 층층이 쌓은 어떤 덩어리는 정면에서 간신히 식별되는 눈・코・입 때문에 무언가의 얼굴임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지만 얼굴의 후두부와 측두부는 무언가의 타격을 맞아 통째로 날아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화려한 여러 색채의 점토를 짓이겨 만든 가장 큰 두상 작품의 경우는, 별도의 해설명이 없다면 얼굴로 인식할 수조차 없으며 다만 번뇌의 빛깔이 드리운 덩어리처럼 보일 뿐이다. ● 출품된 머리들은 정면 측면 후면의 구분이 있을 법하지만, 얼굴의 사면에서 모두 정면이 보이도록 제작되었단다. 이목구비가 쉽게 파악되는 면을 정면으로 보고 나머지 3면을 측면과 후면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얼굴의 측면과 후면의 디테일을 세심히 관찰할 때 눈코입귀처럼 정면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도록 작가는 의도했다고 한다. ● 앙증맞은 초소형 단색 인형과 함진을 연결짓는 기억은, 공격적인 채색과 형언불가의 이목구비를 가진 어떤 생명체의 얼굴 연작에선 그를 떠올리기 힘들 것이다. 실핏줄이 튀어나온 듯한 이 괴물체의 두상은 제작자의 내면에 똬리튼 그림자의 투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함진_두상 2020_폴리머클레이, 알루미늄철사_7.5×5×5.5cm_2020

강세리 함진 부부는 연애기간을 포함해서 17년을 함께 했다한다. 둘이 함께 전시를 한 적이 없거니와, 강세리와 함진이 각기 평면과 입체라는 다른 장르와 연결된 탓에 접점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 그런데 디테일에 집중된 창작 태도나, 디테일을 염두에 둔 감상에서 작품이 제대로 보이는 점이 접점일 수 있겠다 싶었다. '디테일'이라는 공통 키워드가 동반 관계가 낳은 접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투썸'은 미술가 커플이 공유하는 접점을 애써 발견하는 것보다는, 둘의 유대가 돈독하게 되길 비는 2인전 기획이기도 하다. '투썸'은 미술이라는 동일한 관심사를 한 시절 지녔거나 현재까지 지닌 커플 미술인을 미술 공동체에 환기시키려는 순진한 의도도 지닌 기획전이다. ■ 반이정

갤러리 유진목공소

갤러리 프로그램: 미술가 황소영의 요가 클래스 - 미술가 겸 요가 강사 황소영의 요가 클래스는 전시기간과 무관하게 상시적으로 신청을 받아 갤러리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 토요일 13:00~14:00 - 문의 : 010-9893-6672 / 인스타그램: @h_sososo

갤러리 유진목공소 1.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30년째 운영 중인 유진목공소 옆에 자리한 화랑으로, 2019년 12월에 개관한 이래 2020년 초『서울신문』『국민일보』등 일간지와 여러 매체에 현역 미술평론가가 디렉터로 참여해서, "과거 전성기를 누렸으나 어느 순간 잊혀진 중견 작가나 주목받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조명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로까지 연계하는 화랑"을 표방하는 보기 드문 미술 갤러리로 소개된 바 있다.

2. 14세부터 55년간 줄곧 목수로 일한 윤대오 사장이 아들 윤종현과 운영 중인 유진목공소는 KBS-TV 교양프로 『낭독의 발견』(2010) 국민일보(2020) 등 대중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3. 목공소로 유명했던 홍은동 문짝거리에 재개발 바람이 일면서 목공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와중에 현재 남은 목공소 두 곳 중 한곳이 유진목공소다. 이곳은 '전통창호'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목공소다. 2019년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방한한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배경으로 선 만찬장 상춘재의 전통 문창살 99짝의 교체를 담당한 목공소가 유진목공소다.

4.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분야가 다른 세 사람이 운영한다. - 반이정(1970) 디렉터. 공동대표: 미술평론가. 「중앙일보」 「시사IN」 「씨네21」 「한겨레21」 「한겨레」 「경향신문」등에 미술 칼럼과 시사 칼럼을 연재했다. 「교통방송」 「교육방송」 「KBS」 라디오에 미술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중앙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송은미술상 등의 미술상 심사위원과 많은 미술 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 선발 심사위원을 지냈다. 『한국 동시대 미술 1998-2009』 『예술판독기』 『사물판독기』 외에 여러 책을 썼다. 유튜브 채널 '반이정의 예술판독기'를 운영하며, 네이버 파워블로거에 선정됐다. - 이민재(1967) 매니저. 공동대표: 청운 중학교 과학 교사.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현대미술의 이해』 『모마 포토그래피』같은 시각예술 전문서적과, 물리학자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같은 과학서를 번역했다. - 윤종현(1983) 공동대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5년여를 충무로 영화계에서 『얼굴 없는 미녀』『효자동 이발사』『거울 속으로』등에 조명팀으로 참여했고, 그후 수행자가 되기 위해 해인사와 불국사에서 1년 반여 행자 생활을 하다가 하산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아버지 목수 윤대오 사장과 유진목공소에서 목수로 일하면서 평생 미술 작가로 존재하길 꿈꾼다.

5. 갤러리 유진목공소가 기획하는 전시의 지향점은 왕성한 전성기를 누렸으나 어느덧 잊힌 듯한 중년작가를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는 일과, 진가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미술가를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갤러리의 지정학적 위치에 걸맞게 목공의 미학과 홍은동 목공거리의 역사를 주목하는 전시도 계획 중이다. ■ 갤러리 유진목공소

Vol.20201011d | 투썸#1. 디테일-강세리_함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