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추격자 A Rabbit Chaser

2020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사업展   2020_1013 ▶ 2020_1101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윤섭_김윤호_신용재_임승균_황민규

주최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 / 동래문화회관_쉐마미술관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동래문화회관 Dongnae Cultural Center 부산시 동래구 문화로 80 전시실 Tel. +82.(0)51.550.6611 www.dongnae.go.kr/culture

시간과 시간을 잇는 작가들 ● 시간은 존재와 세계에 관한 탐구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고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미술(예술)도 마찬가지이다. 그 역사적인 흐름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시간성을 고민하고 작품에 담아온 작가들이 꽤 많았음을 알고 있다. ● 일상에서 시간은 객관적으로 수치화된 개념이자 법칙으로 이해된다. 시간의 규칙을 따라 많은 것들이 이행되고 유지된다. 또한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를 향한다고 여겨진다. 시간은 그렇게 선형적으로 인지된다. 그러나 시간은 객관성과 절대성만을 소유하지 않는다. 시간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유동적일 수 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얽혀 있는 것이기도 하다. 미궁과도 같은 시간이다. ● 전시 『토끼추격자』에는 미로와 같은 시간 속으로 모험을 떠난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마치 앨리스(Alice)가 시계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듯 미술이란 통로를 통해 자신만의 시간 탐험 결과물을 내놓는다.

김윤섭_Landscape when smoking cigarettes-3_루핑 애니메이션_2019
김윤섭_모자의 형식 시리즈-레이어 드로잉 Types of caps-layer drawing 1_캔버스에 유채, 펜_55×46cm_2020

루핑 애니메이션(looping animation)으로 제작된 김윤섭의 풍경화는 시간과 공간, 존재와 환영에 집중해온 작가의 일관된 작업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연필이나 유화로 그려진 그의 회화 작업이 시간의 흔적을 층층이 보여준다면, 영상 이미지 풍경은 시간의 단편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상 이미지의 매끄러운 표면은 영원한 순간만 남은 세계를 체험시킨다. 흐르지만 정지한 듯한 시간이다. 한편 마티에르가 사라진 영상 이미지는 관객이 마주한 풍경이 시각적 환영임을 더욱 강조하는 데에 일조한다. 끝없이 미끄러지는 풍경. 물질적 환영을 벗어나 완벽히 만질 수 없는 진짜 환영의 풍경화가 완성되었다. 실재하는 풍경, 포착된 풍경, 그리고 그려진 풍경 사이에는 개념적 거리가 확보되고, 작가가 지속하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숙고의 깊이는 한층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신용재_Mon_8.12_나무패널에 아크릴채색_48.8×40.6cm_2019
신용재_온도_나무패널에 아크릴채색_162.2×122cm_2020

신용재는 특정한 순간에 경험하는 하늘을 기록한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기록은 기억하는 행위이다. 작가는 기억을 내면에 저장할 뿐 아니라 표현함으로써 한 번 더 저장한다. 이제 작가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한때의 시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작가가 보는 것은 기억됨과 동시에 기록되어 작품이 되었고 누구든 기억의 순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작가의 하늘 그림은 과거를 고정하고 시간성은 그렇게 더 강조된다. 시간과 기억은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순간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인상주의(Impressionism)를 떠오르게 한다. 대기의 분위기가 전달된다는 점에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와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용재의 하늘 그림에는 작가의 심상이 흠뻑 적셔져 있다. 비가시적인 영역을 가시적인 것으로 표현하여 전달하는 것이 미술이다. 보이지만 잡을 수 없는 하늘. 느껴지지만 볼 수 없는 마음. 하늘을 그리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작가 자신의 내면을 담아내는 데에 집중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임승균_Test 23_LED 패널에 사진_97×54cm_2018
임승균_Test 39_LED 패널에 사진_95×52cm×3_2019

임승균은 '일시적인 빛의 작용으로 임시적인 현상을 담아내는' 사진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는 고정된 시간의 영역을 벗어나 끝없이 유동하는 시간을 포착한다. 시간의 편린들이 되살리는 변화와 생성의 이미지들은 미묘한 감성을 전한다. 세계를 탐색하기 위해 선택된 빛(의 작용)은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자연의 부분들을 드러내는 동시에 존재들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자연은 이미 그 자체로 시간을 머금고 있다. 정지한 듯 흐르는 자연이다. 한편 물질과 이미지, 디지털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 사이의 차이와 관계를 드러내는 작업은 존재한다는 것과 본다는 것의 본질을 탐색하기 위한 작가적 실험의 결과물이다. 그렇게 감각적 경험은 철학적 사유로 이어진다.

김윤호_굴러가는 팔_아이소핑크에 스프레이, 셔틀콕, 퍼티, 콘테,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19
김윤호_날아라 병아리_아이소핑크에 페인트, 스프레이, 콘테_132×45×30cm_2020

이번 전시에는 시간의 탐구와 함께 상상력이 강조되는 작업을 보여주는 작가들도 있다. 상상을 통해 현실로 더 깊숙이 들어오는 작업이다. 이성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상상은 현실을 초월할 뿐 아니라 현실을 더 풍요롭게 한다. 상상력은 지적 창조의 바탕이 된다. ● 김윤호의 작업에는 사회와 시대에 대한 분석과 만화적인 판타지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작가는 일상의 경험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한다. 특히 배드민턴과 만화 등은 상상의 근원이다. 작가가 받아들인 지각의 자료들은 상상력에 의해 자유롭게 변형되고 선형적 내러티브를 벗어난 작품이 만들어진다. 한정 지음을 어렵게 하는 작품들은 초현실적인 느낌까지 자아낸다. 이처럼 정의하기 난해한 결과물들은 '구획되거나 구조화된 것,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것'에 대해 작가가 갖고 있는 비판적 태도를 그대로 담아낸다. 무미건조한 현실을 벗어나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상의 시간과 상상의 시간이 지그재그로 겹쳐지고, 현실에 기반하지만 현실을 넘어서는 열린 구조를 가진 김윤호의 작업은 끝없이 펼쳐질 가능성의 잠재적 요소들을 생산한다.

황민규_Time to Live-3_디지털 프린트_61.5×61.5cm_2018
황민규_전언_HD 영상_00:03:17_2020

황민규는 현실과 가상, 새로운 시작과 세기말의 기억이 교차하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듦으로써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한다. 오늘날은 실재와 가상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라 말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삶과는 무관해 보이는 가상의 존재들이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 반대항이라 여겨지던 세계는 분명 뒤섞이고 있다. 둘 사이의 시간과 기억도 뒤섞인다. 가상의 세계는 작가(우리)의 기억에 새겨지는 순간 실제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당연시되는 세계의 구조는 해체, 재구축된다.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일련의 작업은 가상과 상상의 세계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제적 논리를 따라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량생산되는 시대를 직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황민규의 작업은 판타지 세계를 통해 이뤄낸 현실의 창의적인 재현이자 풍자와 같다.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토끼추격자展_동래문화회관_2020

전시 『토끼추격자』에서 시간의 수수께끼를 다루는 작가들의 작업은 묵직하고 진지하다. 감성적인 동시에 사색적이다. 때로는 재기발랄하며 신랄하다. 시간에 대한 신선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채워진 이 전시는 궁극적으로 인간 세상은 무엇이고,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지각하며 사유하는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이 낯설지만 흥미진진한, 이상한 나라에 들어설 차례이다. ■ 이문정

*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전시프로그램을 지역으로 확산하여 지역 유휴 전시공간의 가동률을 높이고, 지역민의 전시관람 기회 확대를 통해 시각예술분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동래문화회관 『토끼추격자』는「2020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 받아 진행됩니다.

* 코로나 19 감영증 예방을 위한 전시 관람 수칙 안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까지 회차별(1시간) 입장인원이 30명으로 제한됩니다.

* 동래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매 신청이 필요합니다. (현장 입장은 회차별 사전예매 인원에 따라 불가 할 수 있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재연장 혹은 그에 준하는 방역 조치기간으로 정해질 경우 '동래문화회관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전시로 진행 될 수 있으며 전시기간 중 제한조치가 완화될 경우 오프라인 전시로 전환 될 수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전시 전환은 동래문화회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확인 가능.

Vol.20201013e | 토끼추격자 A Rabbit Chas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