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TH

조창환展 / CHOCHANGHWAN / 曺昌渙 / painting   2020_1014 ▶ 2020_1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81024c | 조창환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인사아트 GALLERY INSA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1층, B1 Tel. +82.(0)2.734.1333 www.galleryinsaart.com

채움을 통한 비움 ● 한 올로 만들어진 붓으로 물감을 찍어 만든 조창환의 화면은 살아있는 듯한 동감이 가득하다. 추상적 색선의 움직임은 유연하면서도 치열하다. 그의 작품은 배경과 형상의 구별을 없앰으로써 큰 면을 잘라낸 듯한 잠재적 확장성을 가진다. 작가에게는 그림이 자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 자아는 숨으로 이루어졌는데, 무수히 찍혀진 필획 하나하나는 허공에 사라질 숨들을 기념비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의 작품은 무엇인가를 담았지만, 동시에 그려진 표면이라는 현대회화의 패러다임도 존재한다. 작가는 화면의 밀도와 열려있는 작품을 동시에 원한다. 직사각형, 때로는 정사각형의 캔버스 프레임은 명확한 한정을 통해 그 바깥을 가리킨다. 자연과의 연관이 좀 더 강했던 이전 작품들에는 배경과의 관계 속에 나타나는 형상이 있었지만, 지금 작품은 확장된 자아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한다. 화면 가득한 선들은 완전한 반복은 없지만, 작업하는 방식에는 반복적 요소가 있다. 배경/형태의 관계가 사라진 반복적 붓질은 죽음을 떠올리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활기찬 또는 명상적 평면은 일상의 사물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그것은 반복적 행위가 죽음이 아닌 무엇이 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의 작품들은 10겹 안팎의 많은 층들이 쌓여 부침(浮沈)의 과정을 드러낸다.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이 교차되는 방식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겹이 느껴지게 했다. 명확한 대상이 없는 추상회화에서 어느 지(시)점이 완성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작가는 분명한 기준을 가진다. 무조건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층이 살아있어야 한다. 화면은 밀도감이 있으면서도 숨 쉴 수 있어야 한다. 그에게 작업은 머릿속 상상이나 손끝의 행위가 아니라 온 몸의 세포가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산책을 즐겨하는 그에게 그리기는 숨쉬기나 걷기와 거의 같은 과정이다. 매일의 걷기를 통해 만난 바람, 색깔, 온도 등이 작품에 반영된다. 조창환의 작품은 추상적이지만 자연적 감각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는 자연의 외관 대신에 자연의 과정을 표현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두툼한 실재감은 생산되고 곧 쓰레기가 되는 인공물과 달리 늘 새로운 감흥을 준다. 오래된 사물은 자연과 같은 반열에 놓인다. 작가는 그러한 실재감을 자연적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무수한 붓질과 그 사이의 간격들로 표현한다. 조창환에게 작품은 무엇보다도 몸의 흔적이다. 몸은 숨부터 춤까지 다양한 강도와 양상으로 나타난다. 숨에 충실한 작품은 숨쉬기와도 같은 꾸준한 실행, 즉 참선과도 같은 수행이다. 작가는 숨과 자아를 일치시키는 산스크리트 어 '아트만(ātman)'의 예를 든다. 힌두교에서는 아트만을 궁극적인 실재로 본다. 오래된 경전 『베단타』에는 '모든 존재 속에 숨어있는 것은 아트만, 즉 정신, 자아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나를 잊음으로써 나를 찾는다는 역설적 해결책은 동서고금의 종교, 특히 신비주의적 경향에 널리 존재한다. 숨이든 흥이든 몸의 산물이다.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_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조창환의 작품 속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시간이다. 불가역적인 시간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간이다. 중층적인 화면은 저 공간의 시간과 이 공간의 시간을 연결한다. 지속적 갱신을 통한 현상의 유지는 우리 몸에서 매순간 일어나며 평생 지속되는 과정이다. 그것은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과정의 연속을 말한다. 탄생의 순간을 알리는 최초의 숨과 지상에서의 마지막 숨 사이에 수많은 들숨과 날숨, 흡입과 배출이 이루어진다. 직사각형 화면을 배경 없이 가득 채우는 검정색 작품들에서 숨구멍은 밤하늘의 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검은 평면에 하얀 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검은 선들이 계속 쌓여 허공을 채운 나머지가 하얀 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비워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조창환은 채움을 통해 비운다. 회화는 주어진 코드와 달리, 작가가 정한 일련의 구성요소에 무수한 시간성이 덧입혀져 새로운 실재로 이루어진다. 작가의 숨은 자신의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 요소임과 동시에 자신의 전부인 작품이 된다. ■ 이선영

Vol.20201014a | 조창환展 / CHOCHANGHWAN / 曺昌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