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품다, 유연하게(Embracing the world, Flexibly)

김시현展 / KIMSIHYUN / 金始炫 / painting   2020_1014 ▶ 2020_1019

김시현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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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현 블로그_blog.naver.com/art765280                          페이스북_www.facebook.com/sihyun.kim19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0 The Artist Project Ⅲ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 라메르 GALLERY LAMER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26 (인사동 194번지) 라메르빌딩 1층 제1전시실 Tel. +82.(0)2.730.5454 www.gallerylamer.com

보이는 보자기가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매력 ● 보자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단순히 가난과 구시대의 산물은 아니다. 일찍이 이어령 선생은 보자기를 통해서 한국 문화의 원형 그리고 나아가 한·중·일의 문화를 비교하고 서양 문화와의 비교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자기를 물건을 싸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알다시피 가방은 우리나라 고유의 물건이 아니다. 가방에 밀려 구식으로 밀려난 보자기는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유연함(flexible)을 자랑한다. ● 접고 휘어지는 플렉시블(flexible) 휴대폰이 원형이 보자기의 원형과 같다고 본다. 가방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넣는 것' 밖에 없지만, 보자기로 할 수 있는 행위는 다양하다. 깔다. 뒤집어쓰다. 덮는다. 늘어뜨린다. 묶는다. 닦는다. 싸다 등이 그것들이다. 융통성과 관련해서 대조적인 가방과 보자기의 관계는 의자와 방석에도 적용된다. 의자는 융통성이 없이 누가 앉건 간에 정해진 모양을 유지한다. 반면 방석은 융통성이 넘치는 물건이다. 쌀 물건을 꺼내고 나면 납작 엎드려서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보자기처럼 방석은 공간의 여백을 쓸데없이 차지하지 않는다. 사람이 일어서면 벽장이나 장롱으로 들어간다.

김시현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0
김시현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20

물건이 둥근 모양이든, 각진 모양이든, 세모난 모양이든 보자기는 그 물건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쌀 수도, 입을 수도, 묶을 수도 있다.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내도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가방과는 달리 보자기는 제 임무를 다하면 다시 아무것도 없는 평면으로 돌아간다. 마치 알라딘의 램프와도 같은 편리함이 있다. ● 가방은 물건을 '넣는' 물건이고 보자기는 '싸는' 물건이다. 넣는 것과 싸는 것은 둘 다 물건을 보관하고 이동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같은 개념으로 보이지만 가방은 '딱딱한 것'이어야 하고 보자기는 부드러운 것이어야 한다. 소중하고 값비싼 물건을 딱딱한 금고나 가방에 두면 안전하겠지만 막상 살아 있는 사람이 상자나 가방 안에 들어가면 감옥이 된다. 반면 보자기는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게 감싸준다. ● 짚신과 고무신도 보자기의 포용을 닮았다. 서양의 구두는 오른쪽과 왼쪽을 엄격히 구분해서 서로 바꿔 신을 수 없지만, 짚신과 고무신은 오른쪽 왼쪽 발을 모두 받아들인다. 보자기가 네모난 것이든, 둥근 것이든, 딱딱한 것이든, 부드러운 것이든 상관없이 품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김시현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20
김시현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145.5×89.4cm_2020

우리의 옛 어머니들은 큰 포대기를 접어서 아이들 업고 다녔다. 반면 서양의 어머니들은 요람이라는 상자 안에 넣어서 아이를 재웠다. 포대기는 아이와 엄마를 연결해주고 한 몸이 되게 하지만 요람은 둘을 분리한다. 요람은 엄마가 편하거나 불편한 극단의 생활을 하도록 한다. 요람에 재우면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할 수 있지만 일단 아이를 안으면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면 '어부바' 문화는 아이를 돌보면서도 다른 일을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다. ● 아이를 업는 것과 요람에 따로 두는 것은 과학적인 자료에 의해서 차별된다. 마이애미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에게서 분리된 아기는 30분 이내에 단백질 효소가 낮아진다. 우리의 '어부바' 문화는 정서적인 측면과 아울러 생화학적인 장점을 갖는다. ● 보자기와 가방의 문화를 엄격하게 분리해서 규정하는 것은 다소 비약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용도가 없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보자기 문화야말로 가장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양식이라는 기대마저 버릴 필요는 없다.

김시현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19
김시현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17

김시현 작가의 보자기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보자기의 매력과 따뜻함을 느낀다. 김시현 작가가 일관되게 보자기 그림에 몰두하는 이유는 타인을 향한 배려와 따뜻함을 모으고 품는 것이 보자기이기 때문이다. 보자기는 어떤 물건을 담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매력과 느낌으로 다가가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 김시현 작가의 보자기를 만나면서 우리는 각자의 추억과 각자의 사랑과 각자의 엄마를 만난다. 우리가 김시현 작가의 보자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전에 없던 포근함을 느끼는 이유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우리를 덮어주고 감싸주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이는 보자기로 한 몸이 되듯이 우리는 김시현 작가의 보자기를 통해서 그림에 쏟은 따뜻함을 함께 나눈다. ● 김시현 작가의 보자기는 굳이 풀어보지 않아도 숱한 아름다움과 사랑이 담겨 있음을 누구나 안다. 김시현의 보자기는 화사하지만 자랑하지 않고, 싸여있지만 보이며, 말하지 않지만 들린다. 따뜻함과 사랑이. ■ 박균호

Vol.20201014b | 김시현展 / KIMSIHYUN / 金始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