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숲 Owl's Forest

장재민展 / JANGJAEMIN / 張宰珉 / painting   2020_1014 ▶ 2020_1115 / 월요일 휴관

장재민_부엉이 숲 Owl's Forest_캔버스에 유채_194×259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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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본관 Hakgojae Gallery, Space 1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Tel. +82.(0)2.720.1524~6 www.hakgojae.com www.instagram.com/hakgojaegallery www.facebook.com/hakgojaegallery

낯선 중력의 세계 ● 장재민의 회화는 폭우가 잦아드는 순간의 고요 같다. 습윤한 공기를 걷어내고,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시선의 움직임을 떠올린다. 매 순간 방향을 달리하며 끈질기게 응시하는 눈. 사라지는 감각의 흔적을 포착하려는 고집이다. 그의 회화는 그림이라기보다 그리기다. 화면은 끝맺음을 명시하지 않으며, 신체적 율동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몸의 거름망을 거친 풍경은 새로운 질서로 정돈된다. 원근이 뒤섞이고, 형상은 어스러진다. 대상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끊임없이 재조정된다. 하나의 정체를 추적할 때마다 미지의 공백이 고개를 든다. 소란한 붓질로 채운 화면은 이내 적막해진다. 이곳은 잔상이 원본보다 선명하게 기억되는 세계다.

장재민_저수지 상류 Upper Region of Reservoir_캔버스에 유채_312×235cm_2020

1. 작업실로 옮겨온 작가의 몸이 장면의 그늘을 되새긴다. 장재민이 그리는 풍경은 닿지 않는 원경인 동시에 그림자 속에 발 디딜 수 있을 법한 근경이다. 거리를 가늠해 본다. 대상과 화면, 작가의 몸 사이 자리한 공간의 크기를 상상한다. 물리적 간격과 정서적 원근을 유추해 본다. 붓질은 수시로 무거워지고, 또 가벼워진다. 「나무 유령 #1, 2」(2020)는 천안 레지던시 인근에서 본 풍경을 담은 회화다. 나무와 땅이 뒤엉켜 한 몸이 된다. 가까운 대상과 먼 배경, 살아 있는 것과 아닌 것들이 동등한 질량으로 다루어진다. 그림자가 주인을 밀어내고, 세상이 재정렬된다. 시선의 무게와 감정의 높낮이를 반영하며 새로운 중력의 세계를 짓는 일이다. ● 장재민은 회화를 도구 삼아 대상과의 "평등한 접촉 1)"을 시도한다. 단일한 초점이 없는 응시는, 그렇기에 시야 내 모든 요소를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다. 현실 아닌 회화의 세계에서 가능한 시선 두기다. 그의 화면은 주변시(周邊視)를 담는다. 초점을 둔 중심부에 비해 시력과 색각이 약하지만 미세한 빛과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포착한다. 화면은 장소의 고정된 의미를 내세우지 않으며, 오직 감각에 집중한다. 이곳에서 서사와 문맥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단편적인 장면이 드러내는 시각 요소와 그에 대한 반응을 탐구하는 일이 과제다. 「바위의 온도」(2020)에서 사람과 바위는 서로를 투과하고, 잠식한다. 경계가 스러진다. 인물이 풍경에 스미고, 풍경은 다시 인물이 된다. 돌산의 용도를 유추할 만한 단서나 사람의 정체에 대한 묘사는 끝내 없다. 이름을 가린 장면이 역설적으로 더 큰 해석의 여지를 연다.

장재민_나룻배 Rowboat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0

2. 풍경이 지닌 최초의 이미지는 "일단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시작하면" 영원히 유실된다. 2) 장재민은 본연의 형상을 추적하는 대신 복기하며 새롭게 재구성한다. 과거의 경험에 도달하기 위하여 지나간 기억을 끊임없이 발굴해낸다. 화면에 그리는 이의 '현재 상태'라는 또 다른 시공간의 겹이 더해진다. 「저수지 상류」(2020)의 광활한 화면에는 필연적으로 더 다양한 '지금'이 침투한다. 기억하려는 이성과 감각하려는 감성이 지속적으로 충돌한다. 움직임이 크고 빠를수록 직관이 강하게 작동하고, 우발적 사건들이 난입한다. ● 그의 회화는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다분한 노력의 결과물 같다. 미끄러지는 지금의 순간이 붓 끝에 붙들린다. 장재민은 큰 붓을 쥔다. 도구가 비대할수록 그리는 이의 호흡이 길다. 부피가 큰 붓은 물감을 많이 머금고, 존재감 있는 질량으로 중력에 대응한다. 가라앉으려는 붓을 계속해서 일으켜 세우며 수평의 방향으로 획을 눌러 담아야 한다. 붓은 수평면을 짓누르는 와중에도 바닥을 향해 자신의 흔적을 흘려보낸다. 작업에 대한 사전 계획은 이제 무의미한 것이 된다. 되풀이할 수도, 예견할 수도 없다. 바삐 움직이는 화가의 손이 현재의 회화를 행한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시간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끊임없이 잠시 후의 미래로 간다.

장재민_바위의 온도 Temperature of the Boulder_캔버스에 유채_259×194cm_2020

3. 장재민은 몸이 겪은 풍경을 물성화한다. 장소에 대한 공감각적 경험이 동인이 된다. 주로 자연으로 둘러싸인 저개발 지역을 소재 삼는다. 미지의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곳이다. 작가는 겪어낸 시공간을 시각화하고, 촉각화한다. 브르타뉴 지방의 밤 풍경을 소재로 한 「부엉이 숲」(2020)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우거진 붓질 가운데 여섯 마리 부엉이가 은둔해 있다. 시야가 제한된 까마득한 밤, 기이한 부엉이 울음소리가 보일 듯 생생하게 들렸을 테다. 「나룻배」(2020)의 화면은 시각에 앞서 촉각을 자극한다. 특유의 점도 높은 붓질이 재료의 물성을 강조한다. 개어 바른 진흙 같고, 움푹 젖은 들판 같다. ● 장재민은 멈추어 있는 것이 생동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 것이 울부짖는 것처럼 그린다. 현실의 풍경을 감각에 용해하고 또 다른 물성을 지닌 존재로 탈바꿈한다. 오감을 곤두세우고, 몸이 지각한 모든 것을 회화의 살갗에 담으려 한다. 대상과 함께 경험을 재차 겪어내는 일이다. 화면은 역사와 현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구하고 감각에서 감각으로 이행한다. 풍경은 원본의 경험에서 묻어 나온 최소한의 흔적을 유지한 채 현실 세계에 놓인 새로운 몸을 얻는다. 모호한 표정으로 설득력을 갈망하는 이것은, 환영을 믿는 회화의 몸이다. ● 세상을 대하는 전지적 시점에 날마다 익숙해진다. 3) 가상 현실로 옮겨 가는 내일의 조감도를 전망해 본다. 비물질 이미지에 큰 자리를 내어 준 무대에서, 회화는 과연 어떠한 호소력을 지녀야 할까. 장재민의 화면이 드러내는 것은 지표면에 발 디딘 사람의 시야다.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지닌 채 미래로 밀려가는 몸짓의 흔적이다. 풍경은 화가의 몸을 거름망 삼아 본연과 전혀 다른 정체가 된다. 화면이 저마다의 부피로 현실의 벽에 기대어 우리를 본다. 늘 그래온 것처럼, 회화는 물성을 가진 존재로서의 가치를 여실히 드러낸다. 무엇도 닮지 않은 유일한 존재로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호소한다. 회화의 몸이 여기 살아 있다. 묵직하고도 선명한 잔상을 품고, 낯선 중력의 세계를 거쳐 온 또 하나의 실체다. ■ 박미란

* 각주 1) 장재민과의 대화,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천안), 2020년 8월 28일. 2)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사유이미지』. 김영옥, 윤미애, 최성만 옮김. (서울: 도서출판 길, 2007), p. 120. 3) 히토 슈타이얼. The Wretched of the Screen. (Berlin: Stenberg Press, 2012). 『스크린의 추방자들』. 김실비 옮김. (서울: 워크룸 프레스, 2016/2018), p. 16.

장재민_풀 속의 둥근 것 Something Round in the Grass_ 캔버스에 유채_40×40cm_2019

중간태의 풍경 ●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그 길의 영향력을 경험한다." 1) 장재민에게 낯선 장소는 작업이 출발하는 기점이 된다. 어릴 적부터 낚시를 즐긴 덕분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주변부터 낯선 장소의 배회는 여행과 마찬가지다. 익숙한 곳에서는 낯선 장면을, 낯선 곳에서는 반대로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배회의 기억과 몸의 경험은 곧 창작의 원천이 된다. 물론 사진으로도 기록하지만, 기억을 상기하는 수단일 뿐 재현의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사실 풍경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보는 이와 대상 사이의 일정 거리가 유지되면 나타나는 시각의 경외로 해석된다. 그래서 풍경의 탄생은 비일상적이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익숙한 것도 낯선 상태가 되어야만 풍경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상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과 문명 사이의 분리와 관계한다. 가라타니 고진은 풍경의 탄생을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알레고리로 제시한다. 근대 이전까지 인류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근대문명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개척주의 사상을 통하여 숭고한 풍경을 양산하고 미디어 문명은 이를 무한으로 소비하기에 이르렀다. 풍경은 곧 이미지인 셈이다. 그러니 풍경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장재민의 풍경이 그러하다. 그는 밖에서 보는 경관이 아닌 풍경 내부와 접촉한다. 보는 시점과 대상 사이의 거리도 중요하지 않다. 그는 과감하게 풍경의 안쪽을 향해 걸어간다. 그렇게 숲길을 걸으면서 멀리서 바라본 풍경에 가려진 실재하는 것들을 몸으로 감각한다. 빛, 색채, 온도, 습도, 바람과 냄새까지. 풍경이란 막을 가르고 내부로 향하는 작가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은 제임스 터렐의 작가론을 현상학적 걷기의 수행으로 해석한다. 자연 현상은 기본적으로 신화적 서사로 이뤄진 말의 의미를 전달하던 상징적 매체였다. 그러나 풍경은 말을 잃어버린 자연과 같다. 문명은 야생성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면서 자연의 목소리를 지우고 있다. 장재민은 풍경 속으로 진입하여 낯선 장소를 헤맨다. 목적지 없이 헤매는 것이 목적이다. 생각해보면 배회라고 하니 고즈넉한 인상을 주지만, 인적이 드문 곳을 다니다 보면 의외의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프랑스 브르타뉴의 레지던시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이처럼 장재민은 자연의 재현이 아닌 본인이 직접 겪은 당시의 기억과 감응을 그림으로 옮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풍경이 아닌 "반-풍경"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장재민_한밤중에 혼자 Alone in the Middle of Night_캔버스에 유채_54×73cm_2019

발터 벤야민은 책 읽는 아이를 두고 읽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책의 세계에 흠뻑 빠진 상태로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아직은 잠자리에 들면 스스로 이야기들을 지어내는 시절이니까. 거의 사라져버린 그 이야기들 속에 나 있는 길들을 아이는 추적해간다." 2) 장재민에게 풍경은 비밀을 품은 숲과 같다. 그는 이 숲에서 의외의 것을 발견한다. 천안 레지던시에서도 돌로 만든 애기 장승을 우연히 발견했고, 곧 자연과 초자연적 믿음은 그림이 되었다. 풍경이 완성된 이야기라면, 장재민은 아이처럼 가장 적극적으로 그 이야기의 다시 쓰기를 실천한다.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닌 손으로 만지고 주변을 배회하면서 몸으로 그린 그림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중간태의 풍경'이라는 개념도 얼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중간태란 수동태 문장이지만 능동태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를 말한다. 장재민의 풍경은 스스로 바라보는 주체의 성격을 띤다. 이 가상의 개념은 이미 2015년 포스코미술관의 전시 『이중의 불구』에서 다뤄진 바 있다. 클로드 레비-스토로스는 낯선 풍경과 보는 이의 의식 사이의 거리로 발생하는 갈등을 "이중의 불구"로 부르면서 풍경이 어떻게 문명과 자연의 틈 사이에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탐구한 바 있다. 그는 전시 이전부터 "풍경이 기억하는 사건"이란 주제로 작업을 전개해 왔고, 그의 풍경론 안에는 분명 반-풍경의 의지가 이미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14년 첫 개인전 이후부터 현재까지 장재민은 풍경이란 개념 속에 대상과 배경이 분리되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초기작에서는 대상의 형상이 비교적 명료하게 드러나는 편이었지만 시간과 함께 그림은 점점 위장막처럼 모호해져 간다. 「큰 개와 사람과 큰 나무」(2019)는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형상들이 풍경 안에서 부상한다. 작가는 풍경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 말은 아마도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표하는 방법으로 추측된다. 풍경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또한 관조하는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아닌 만짐과 만져짐을 상호교환하는 현상학적 관계로도 인식할 수 있겠다. 500호 크기의 대작인 「저수지 상류」(2020)는 한밤의 적막한 낚시터에 드문드문 일렁이는 수면의 흔들림이 주는 감칠맛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반복적으로 다루는 "낚시터"란 소재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기꺼이 밤의 비릿함 속에서 명상과 긴장 사이에 손으로 전해오는 찌릿한 움직임을 통해 낮에는 드러내지 않은 밤의 원시성이야말로 진정한 주제이자 소재라 부를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주변을 그림의 순간으로, 또는 어떤 회화적 장면으로 끌어들이자, 「살림망」, 「나룻배」(2020)와 같은 일상의 사물들이 풍경에 기입된다. 한편 「밤의 조각상」, 「물고기와 점(들)」, 「서낭당 나무와 돌장승」(2020)과 같은 대상들은 풍경 속 초자연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숨은 그림을 찾듯, 작품의 표제는 무덤덤하게 풍경에 묻힌 기억의 흔적을 지시한다. 나아가 이번 전시에서는 거의 추상에 가까운 그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능동적인 풍경의 기질이 드러나는 부분이다(「풀 속의 둥근 것」, 2019). 「한밤중에 혼자」(2019)는 거의 앵포르멜에 가까운 역동성을 드러내며 시야가 닿지 않는 숲속에서의 일탈을 상기시킨다. 최근 들어 추상적 경향이 전보다 강해지면서, 이전보다는 미학적 태도가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의 예술세계의 지평에는 여전히 사회적 담론의 자장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단서는 하이트컬렉션에서 노충현과 함께 나눈 대화 3) 에서도 발견된다. 노충현은 회화의 역사성과 정치성에 관한 질문을 했고, 이에 장재민은 백령도에서 군사 시설이나 남북 관계의 상흔과 관련된 사진을 한 장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한 일화를 언급한다. 그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장소의 상징성보다 그 주변의 평범한 풍경을 촉각적으로 일으켜 세우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미 그에게 풍경은 근대문명과의 변증적 관계로 생성된 개념이기에, 풍경(반-풍경)은 언어 이전부터의 시간을 목격한 침묵의 목격자와 다름없다. 하지만 이 같은 전제가 회화의 정치성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참조할 부분인 것은 분명하다.

장재민_서낭당 나무와 돌장승 Tutelary Spirit Tree and Stone Totem Poles_캔버스에 유채_194×259cm_2020

"찬란한 것, 어슴푸레하게 밝은 것, 그늘진 것." 4) 위 문장은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에 나오는 구문이다. 소설 속 인물이 안경을 쓰지 않은 채 천장을 바라보며 별반 바꿀 수 없는 현실과 이미 사라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에 등장한다. 마치 오늘의 미술을 보고 설명하는 것 같은 문장이다. 『희랍어 시간』은 철 지난 것, 더는 사회적으로는 쓸모없는 존재들의 끝없는 상념을 그린 산문시에 가까운 소설이다. 미술의 역사는 앎에서 물음으로, 단단한 윤곽선이 지문이 닳듯 희미해지고, 의식의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현재에 도달했다. 예로부터 회화는 이데아와 연계되어 있었다. 회화의 세계는 미래를 향하여 열려있고 화면 속 대상들은 또렷한 윤곽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근시적 시선은 허락되지 않았다. 초기의 추상화도 결국엔 또 다른 이데아로 이어졌다. 그런데 초점이 어긋한 이미지는 시간의 불확실성을 강조함으로써 되레 실존의 시선이 나타날 수 있었다. 안경을 벗고 흐릿한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은 순간 반추상 정도로 뒤바뀌게 되는데, 이처럼 근시적 시각은 대상을 구별하기보다 그것의 본질을 찾아간다. 장재민은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 대신 그것의 기미, 분위기, 정서를 표출한다. 구체성이 사라지자 색채, 필력, 대략의 형태와 질감 등의 명징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보다 투박하면서도 예민한 상태의 색채에 있다. 「바람 부는 곳」(2019)은 나무를 중심으로 화면을 덮은 회색의 다층적인 변덕이 거칠게 일렁인다. 작가가 자연을 가로질러가며 관계를 맺는 과정은 시각적 풍경에서 다양한 지각적 경험을 얻는 시간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그것의 기억을 되찾는 시간이다. 기억은 하나의 장면이 아닌 정신적⸱물리적 교감의 움직임으로 형성되어 풍경이 펼쳐지는 과정에 활성화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론적 해석은 여기에서 그쳐야 할 것 같다. 끝으로 동시대 회화에서 목격되는 추상성의 발현은 더 나아갈 수 없는 세계의 끝과 이어진 다중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장재민의 회화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통로는 얼마든지 열려있는 셈이다. ■ 정현

* 각주 1)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 선집 1,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 도서출판 길, 2012, 77쪽. 2) 같은 책, 110쪽. 3) 노충현과 장재민의 대화, 하이트컬렉션, 2015년 2월. 4) 한강, 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2011, 115쪽.

A World of Unfamiliar Gravity ● Jang Jaemin's paintings are like tranquility at the moment heavy rain subsides. Clearing away the damp atmosphere, I recall the movement of sight proceeding towards the object. The persistently gazing eyes, shifting directions every moment, an obstinacy to seize the vestige of the vanishing sense. Jang's works are paintings, more in the gestural sense, rather than the name of the object itself. His picture screen does not specify an ending and ardently embrace the vestiges of physical rhythmic movements. The landscape that has gone through a filter of the body is arranged in a new order. Perspectives get disarrayed and forms, distorted. The physical and mental distance from the object endlessly gets readjusted. Each time an identity is tracked, an unknown blankness appears. The picture screen filled with boisterous brushstrokes soon becomes desolate. Here is a world where the afterimage is remembered more clearly than the original.

1. The artist's body, shifted to the studio, ruminates the shade of the scene. The landscapes that Jang paint are of the distance that cannot be reached, yet, at the same time, feels close enough so that one's foot may reach its shadows. Try and estimate the distance; envision the proportion of space between the object, picture screen, and the artist's body. Speculate the physical space and emotional distance. Brushstrokes become heavy and light at any time. Tree Ghost #1, 2 (2020) depict a scene the artist saw nearby his residency in Cheonan, Korea. The tree and earth are entangled with one another and have become a single body. A close-by object and far away background, something alive and things that are not, are treated with equal weight. The shadow pushes away its host, and the world realigns. This is an act of building a world of new gravity by applying the weight of sight and the height of emotion. ● Jang attempts an "equal contact 1)" with the objects, using painting as a tool. A gaze without a single focus point is, therefore, able to look at all elements within the field of sight equally. This gaze is possible not in reality, but in the world of painting. Jang's picture screen encompasses the peripheral vision. Although the vision and color sense are weaker than the central vision where the focal point is located, the peripheral vision effectively captures delicate light and movements. The picture screen does not assert fixed meanings of the sites and solely concentrates on the senses. Here, narrative and context are not necessarily important. The task lies in the exploration of the visual elements revealed from the fragmentary scenes and the artist's reaction from them. In Temperature of the Boulder (2020), the figure and boulder penetrate and encroach one another. The border fades away. The figure permeates into the landscape, and the landscape becomes the figure once more. Any clues that might help speculate the quarry's purpose or description on the figure's identity is nowhere to be found. The anonymous scene paradoxically leaves more room for interpretation.

2. The initial image of a landscape gets lost forever, "when one begins to distinguish where is what" 2) Instead of tracing the natural form, Jang reflects and newly recomposes. To reach past experiences, he consistently excavates previous memories. Another layer of space-time, the 'present state' of the painter, is added on the picture screen. Inevitably, even further varied versions of 'now' permeate on the extensive picture screen of Upper Region of Reservoir (2020). Reason, trying to remember, and emotion, trying to feel continuously collide with one another. As movement becomes more extensive and rapid, intuition applies stronger, and unanticipated events irrupt. ● Jang's paintings are like outcomes of many efforts to make experiences his own. The gliding moments of now are held onto the tip of the brush. Jang holds a large brush. The larger the tool, the longer the painter's breath. A brush with a large volume holds an equally large amount of paint and corresponds to gravity with a massive presence. The painter must keep straightening up the constantly falling brush and press it in horizontal directions to make each brushstroke. The brush, even while pushing towards the horizontal plane, transmits its vestige towards the floor. Any plans made for the work beforehand has now become meaningless. Nothing can be reverted, nor predicted. The artist's busily moving hands carry out the painting of the present. The memory of the past and the time of the present push and pull one another and endlessly go towards the immediate future.

3. Jang materializes the landscapes his body experienced. The synaesthetic experiences of a place are the motive. He usually paints underdeveloped areas surrounded by nature. These places require continuous adaptation to unknown environments. The artist visualizes and tactualizes the space-time he has endured. This characteristic prominently shows in Owl's Forest (2020), depicting a night scene in Bretagne, France. Six owls are secluded within dense brushstrokes. Perhaps the artist heard the eerie owl call so vivid, as he could see it, even with limited sight in the remote night. Rowboat (2020) stimulates the sense of touch before vision. Its particular brushstrokes, high in viscosity, emphasizes the materiality of the medium. Softly spread out mud, or a wet field alike. ● Jang paints as if something still is alive, and something silent is howling. He dissolves a landscape from reality into his senses and transforms it into existence with a different property. He concentrates all his five senses and strives to encompass all things his body has perceived onto the flesh of his paintings. It is enduring an experience together with the object once more. The picture screen remains silent regarding history, reality, and stories of life, and solely transit from one sense to another. The scenery obtains a new body placed in the real world, maintaining a minimal trace of itself, smeared from the original experience. Yearning for eloquence with obscure expression, this is the body of painting, believing in apparitions. ● We are becoming increasingly accustomed to the omniscient point of view of the world every day. 3) Imagine what tomorrow would look like, shifting towards a virtual world. What kind of appeal should paintings have on a stage where immaterial images have already taken up a huge space? And yet, what Jang's picture screen reveals is the vision of the people who set foot on the earth. The vestige of gestures of people being pushed into the future, having both insecurity and hope. The landscape filters through the artist's body and becomes an entirely different identity from its true nature. With its own volume, each picture screen leans on the wall of reality and gazes back at us. As it always has, painting undoubtedly manifests its value as a being with materiality. It asserts its own identity that resembles none other. Here, the painting's body is alive - a substance that came through a world of unfamiliar gravity, embracing the heavy and distinct afterimage. ■ Miran Park

* footnote 1) From a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White Block Residency (Cheonan, Korea), August 28th, 2020. 2) Benjamin, Walter. One Way Street︱Thought Images. Translated by Young-ok Kim, Mi-ae Yoon, and Sung-man Choi. (Seoul: Gil Publisher, 2007), p. 120. 3) Steyerl, Hito. The Wretched of the Screen. (Berlin: Stenberg Press, 2012). The Wretched of the Screen. Translated by Sylbee Kim. (Seoul: Workroom Press, 2016/2018), p. 16.

Landscape of the Middle Voice ● "Only he who walks the road on foot learns of the power it commands..." 1) For Jang Jaemin, unfamiliar places are the starting points of his works. This may be due to his enjoyment of fishing since childhood, but wandering around the daily life surroundings to unfamiliar places is like traveling. We often seek new scenes from familiar places; and on the contrary, look for things that we can sympathize with in unfamiliar places. Memories of wandering and the body's experiences become the source of creation. Of course, photographs are used for records, but is merely a way of reminder, far away from the purpose of representation. In fact, landscape, instead of existing on its own, is interpreted as vision's awe that appears when a certain distance between the viewer and the object is maintained. Thus, the emergence of landscapes must be abnormal; something familiar must become unfamiliar to appear as a landscape. What does an unfamiliar state signify? It relates to the separation of nature and civilization. Karatani Kojin (b. 1941) suggests the birth of landscape as the allegory that signaled the beginning of modernism. He argues that humanity did not separate humans from nature before modern times. Through modern civilization's ideology of the pioneer, in belief that nature could be controlled, sublime landscapes were mass-produced, and media civilization has come to infinitely consume this production. Landscapes became images. Thus, the closer we approach landscapes, they are destined to disappear. Jang's landscapes are so. He contacts the internal of the landscape, not the grand view seen from the exterior. The distance between the viewpoint and the object is inessential. Jang daringly walks towards the core of the landscape. He walks within the forest and senses actual beings concealed in the landscape viewed from a distance, through his body: light, color, temperature, humidity, wind, even scent. Imagine the artist piercing through the membrane, that is, the landscape. Georges Didi-Huberman (b. 1953) interprets the theory of James Turrell (b. 1943) as a phenomenological asceticism of walking. Natural phenomena were fundamentally a symbolic channel that conveyed the meaning of words comprised of mythical narratives. However, landscapes are like nature that lost words. Civilization is gradually invading the wilderness and wiping out nature's voice. Jang sets foot into the landscape and wanders in an unfamiliar place. Loitering without a destination is his purpose. Thinking back, the word loitering gives a somewhat peaceful impression, but wandering in desolate places often presents unforeseen menacing situations. Jang mentioned an occurrence during his residency in Bretagne, France. Jang conveys the memory and impression he personally experienced in his paintings, rather than attempting to represent nature itself. Therefore, it would be accurate to call his works "anti-landscapes" rather than landscapes. ● Walter Benjamin (1892-1940) deemed that a child is not merely reading a book, but is completely immersed in the book's world. He believed that children were still at a stage when they could create their own stories in their sleep and track the paths in the almost vanishing stories. 2) Landscapes for Jang are like forest concealing secrets. In this forest, he discovers unexpected things. In his residency in Cheonan, Korea, he coincidentally came across a stone child totem pole, and this nature and supernatural belief became a painting. If a landscape is a complete story, Jang is like a child, who most enthusiastically rewrites that story. Not as the landscape seen through the eyes, but by touching with his own hands and wandering around, like a painting viscerally painted with the body. This being said, now the idea of 'Landscape of the Middle Voice' can be just about interpreted. The middle voice signifies a sentence with a passive voice but is understood as an active meaning. Jang's landscapes have the characteristic of an active agent that perceives itself. This hypothetical idea has already been touched upon in his 2015 exhibition, Facing Disability at Posco Art Museum, Seoul. Claude Lévi-Strauss (1908-2009) named the conflict caused by the distance between the unfamiliar landscape and the observer's conscious as "facing disability," and explored how the landscape emerged from the gap in between civilization and nature. Jang has been expanding works under the subject, "events that landscapes remember" before the exhibition, and one can assume that in his landscape theory, the volition of anti-landscape has undoubtedly been reflected. Since his first solo exhibition in 2014, Jang is continuously painting works under the notion of landscape, in which the object and background are unseparated. In his earlier works, the object's forms relatively showed plainly, but with time, they gradually became obscure like camouflage. In A Big Dog, Figure, and Giant Tree (2019), forms emerge from the landscape long after looking into the painting for quite a while. The artist often uses the phrase, drawing in the landscape into the picture screen, perhaps this is the way he regards nature. Drawing in landscape can also be understood as a phenomenological relationship of interchange between touching and being touched, rather than viewing nature as something to be observed. The large-scale painting, its size reaching up to canvas size 500 (312x235cm), Upper Region of Reservoir (2020), has an exceptional savory sensation of occasionally swaying vibration in the water of the desolate fishing site in the remote night. "Fishing site," a subject matter Jang continuously uses for his paintings, extends to the thrilling movement transmitted to the hands while going back and forth between meditation and tension with a fishing rod set in front gladly in the stench of the night. This primitiveness of the night, unseen during the day, is the true subject and material of Jang's paintings. As the artist drew in his surroundings into a moment or a malerisch scene of painting, objects from everyday life started to enter his landscapes, as shown in Keepnet (2020) and Rowboat (2020). Meanwhile, objects in A Statue at Night (2020), Fish and Point(s) (2020), and Tutelary Spirit Tree and Stone Totem Poles (2020) induce the viewer to imagine supernatural beings in the landscapes. The works' titles impassively indicate the vestige of memories buried under the landscapes like finding hidden images. Furthermore, many almost-abstract paintings are presented in this exhibition, which demonstrates the tendency of active landscapes. (Something Round in the Grass, 2019) Alone in the Middle of the Night (2019) reveals dynamicity – nearly that of informalism – and evokes a break from the forest where the eyes cannot reach. As Jang's tendency towards abstraction has grown stronger, it is a fact that his aesthetic attitude is more prominent than before. Nonetheless, it is esteemed that the prospect of his art is still taking place within the field of social discourse. Signs indicative of this claim can be found in Jang's conversation with Choong-Hyun Roh (b. 1970). 3) In this conversation, Roh asks about painting's historical and political nature. Jang mentions his experience of realizing the fact that none of the military facilities nor anything related to the scars of the South and North Korean relations were photographed in Baenyeongdo Island. He explains that he wanted to tactually build up the ordinary landscapes of the place he set his mind to paint, rather than its symbolic meaning. However, landscape is already an idea generated from a dialectic relationship with modern civilization for him. Thus, landscape (anti-landscape) is no different than a silent witness that observed time, even before language. Although this premise does not signify painting's political nature, it is definitely something to refer to. ● " Something radiant, something faintly bright, something in the shade." 4) The sentence above is from Greek Lessons (2011), a novel by Han Kang (b. 1970). The sentence comes from a scene where the character in the novel looks up in the ceiling, not wearing glasses, reminiscing on the unchangeable reality, and already vanished memories of the past. The sentence is like an explanation of today's art. Greek Lessons is a novel close to prose poetry that depicts the endless thoughts of things that have passed their pinnacle and socially useless beings. From knowledge to questioning, the history of art reached its current point by its solid borderline fading away like corroding fingerprints and pushing towards the outside of the consciousness. Painting has always been linked to idea. The world of painting is open towards the future, and the objects in the picture screen had distinct contours. Thus, the nearsighted gaze was not allowed. Early abstract paintings ultimately continued to another idea. However, as an out-of-focus image rather emphasizes the uncertainty of time, an actual gaze was able to appear. Looking at the blurry world without wearing a pair of glasses, the world instantly turns semi-abstract. This kind of nearsighted gaze seeks the essence of the object rather than distinguishing it. Instead of representing the object, Jang expresses its indication, mood, and sentiment. As the specifics are omitted, the lucidity of color, brushstrokes, approximate form and texture becomes more prominent. The most distinguishable component is the color in a coarse yet sensitive state. In Windy Place (2019), the grey multi-layered whim covering the picture screen with a tree in the center sways harshly. The artist's process of forming relations by traversing across nature is a period of obtaining various perceptual experiences from visual landscapes. The process of painting is recovering the memories from that experience. Memories are not individual scenes, but comprised of movements of mental and physical commune and activate while the landscape unfolds. I believe I can conclude my theoretical interpretations of Jang's works here. To conclude, the manifestation of the abstract in contemporary painting can be seen as a multiplex result, connected to the end of a world nowhere to move onto. Then, an infinite number of paths to interpret Jang's paintings through different perspectives are open. ■ Hyun Jung

* footnote 1) Benjamin, Walter. Selected Writings of Walter Benjamin 1, One Way Street/Thought Images. Translated by Young-ok Kim, Mi-ae Yoon, and Sung-man Choi. (Seoul: Gil Publisher, 2012), p. 77. 2) Ibid., p. 110. 3)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and Choong-Hyun Roh, HITE Collection (Seoul), February, 2015 4) Han, Kang. Greek Lessons. (Paju, Korea: Munhakdongne Publishing Group, 2011), p. 115.

Vol.20201014c | 장재민展 / JANGJAEMIN / 張宰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