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

수성아트피아 기획展   2020_1010 ▶ 2020_1016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일사 석용진_문강 류재학_천수 노상동_석경 이원동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시 수성구 무학로 180 호반갤러리, 멀티아트홀 Tel. +82.(0)53.668.1566 www.ssartpia.kr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을 기획하며 ●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에서는 초대작가 (千樹)노상동, (文綱)류재학, (一思)석용진 (石鏡)이원동 선생의 작품을 전시한다. 초대작가 4인은 대구·경북에 거처를 두고 40여년 이상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온 현대서예가 1세대들이다. 이들 작가들은 서체와 화풍이 서로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지만 서예의 본령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통서예가가 서법의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면 현대서예가는 개성 넘치는 필묵으로 독창적인 조형성을 개척한 부류이다. 2020년 9월 수성아트피아가 기획한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에 초대된 작가 4인은 후자에 속한다. ● 초대작가 4인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이 지역을 활동의 중심 무대로 끊임없이 작업을 지속해 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 유교문화의 산실과도 같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서예는 유교의 정신성을 바탕으로 여전히 그 유전인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게 잔존하는 대구·경북의 독특한 지역성에 전통서예정신을 버무려서 외형의 옷을 갈아입힌 초대작가 4인은 작업의 출발점이 '서예'라는 것이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25회 이상의 개인전(천수-38회, 문강-26회, 석경-27회, 일사-49회)을 개최했다는 점은 서예 분야를 넘어 미술계에서도 드문 이력이다. ● 초대작가 4인의 작품은 전통적인 제작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탈장르화 된 현대미술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서예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그 흔적들은 다수의 개인전에 버금가는 100여회 이상의 단체전에서도 확인된다. 이들 초대작가들은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포진한 시대기류에 편승하기보다 인간(성) 완성이라는 서예정신을 계승하면서 꾸준히 형식의 파격을 시도해 왔다. 서예의 본질을 기반으로 회화와의 접점을 모색하는가 하면 실험적인 조형언어로 동면기에 든 한국 서예계의 후학과 후진들에게(에) 신선한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먹(墨)의 농담에는 느림의 미학과 속도의 미학이 담보된다. 붓의 완급은 깊고 아득한 현(玄)의 세계를 펼쳐낸다. 이러한 서예의 본령이 탈장르화 된 현대미술의 동향을 주시하는 것은 침체된 서예계의 분발을 위한 행보이다. 현재는 코로나19도 서예정신의 부활을 부추긴다. 언어나 문자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정신성을 바탕에 둔 문자(문장-내용)가 부각된 서예야말로 사유예술의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다. 이 시점에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을 기획한 이유이다.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_수성아트피아_2020

엄청난 곡절을 경험하게 한 코로나19는 정치와 경제만이 아니라 예술계에도 새바람을 몰고 왔다. 자가 격리는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지침으로 자리했을 뿐만 아니라 화두를 던진다. 서예가들에게는 코로나19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자가 격리는 일상화되어 왔었다 이번 기획전에 초대된 작가 4인도 확고한 의지로 자발적 자가 격리를 실천해 왔다. 오랜 세월동안 절차탁마와 인격도야가 전제된 칩거는 작품 제작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었다. 세를 과시하는 협회에는 적극적으로 몸담지 않았고 독자적 행보를 걸으면서도 뚜렷한 자기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단하게 작품세계를 다지고 지향했기 때문이다. 모두 서예정신이 토대 되었다. 서예의 지향점은 인격의 완성 또는 자기완성이다. ● 20세기에 들면서 사회구조는 급변했다. 사회구조변화는 한국서예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혁신적인 필기도구의 출현에 따른 모필 문화의 쇠퇴가 그 첫 번째 이유이다. 전통 관료사회의 몰락으로 인한 서예주도계층의 입지 상실이 두 번째 이유로 꼽힌다. 한국의 서예문화는 조선시대 유교문화 아래서 학문과 맥을 같이하면서 양성되어왔다. 조선시대에는 영남문화가 경기지역의 기호학파와 쌍벽을 이루었다. 대구·경북지역은 영남문화의 심장부에서 한국정신문화의 근간을 지켜오고 있다. 한국근대서예는 일제강점기의 선전(鮮展)에 이어 국전(國展)이 그 명맥을 유지했으며 재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 시기는 경제성장이 발돋움하던 6·70년대다. ● 대구에서 서예의 학술성을 복원시키고자 했던 실질적 움직임은 1986년에 나타난다. 대구서학회의 태동이 그것이다. 대구서학회는 1986년 대구의 30대 청년작가 10여명이 결성한 한국 최초의 서예학술단체이다. 공모전을 중심으로 실기에 전도된 한국 서단에 학술적 분위기를 불러일으킨 대구서학회는 한국서예의 학술적 풍토를 진작시키는데 획기적인 공헌을 하며 학문과 서예의 불가분성을 보여주었다.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_수성아트피아_2020

서예와 회화 간의 미학적 토대를 갖추고 철학적 맥락을 찾아 '추상서예'라는 현대미술 속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천수)노상동, 詩(시),書(서),畵(화),刻(각)을 고르게 병행하며 현대서예와 전통서예 사이에서 서예가 현대미술로 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한 (문강)류재학, 서양의 명품 아우라에 맞서 문인화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석경)이원동, 書(서),畵(화),刻(각) 등 50여 회 개인전을 통해 끊임없이 서예와 미술과의 교류를 통해 서예의 지평을 확장시켜 온 (일사)석용진, 이들 초대작가 4인은 약 40여 년간 대구지역에서 동시 발원(發源)하여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포괄한 현대서예의 새로운 해석을 총괄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예술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지 안호을까. 서예정신이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한다.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킨 현대서예의 미적 범주가 관람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고 후진들에게는 신선한 도약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면 한다. 서예계의 후학과 후진들의 수가 줄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번 기획전이 거는 기대는 서예에 대한 관심이다. 더하여 서예의 본령을 새기고 발전된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 서영옥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_수성아트피아_2020

행진하는 사가(四家) ● 동아시아 미술에는 서예와 '문인지화(文人之畵)'의 위대한 전통이 있다. 서구나 다른 동양권 미술에 없는 분야이다. 그 위대함의 본령과 역사를 노상동, 류재학, 석용진, 이원동 이 네 작가는 청춘시절인 1970-80년대 치열한 공부를 통해 속속들이 내면화했다. 그러한 학습의 과정을 힘들여 통과했기 때문에 이들은 전통을 내 손에 쥐고 지금의 미술로서 서예, 전각, 현대문인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수 천 년에 걸치는 서예 예술의 긴 여정과 현재의 미술 현장을 생각해 볼 때 1950년대 생인 이 네 작가는 고전의 힘을 바탕으로 현재의 미술을 아우를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더욱 귀한 기획전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가(四家)의 행진을 앞으로 더욱 기대하고 응원하는 심정이다.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_수성아트피아_2020

이원동 ● 지금의 다종다양하고 훌륭한 작가도 풍성한 자랑스러운 대구미술은 시, 서예, 그림을 다 잘한 전통 지식인 석재(石齋) 서병오(1862-1936)로부터 시작되었다. 대구 미술을 열어젖힌 첫 작가 서병오의 핵심은 사군자이고 그 중에서도 묵죽이다. 사군자화, 묵죽화의 전통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20세기 내내 대구에서 이어졌다. 그것도 정형(定型)에 빠지지 않고, 생명력을 잃지 않고. 용생용(龍生龍) 봉생봉(鳳生鳳)으로 후배세대가 선배세대의 마음을 잇고, 예술성을 이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대구에서 일어났다. 그런 놀라운 전통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대구 현대문인화 작가들이 있다. ● 석경(石鏡) 이원동은 대구 사군자의 전통을 계승한 작가이다. '군자(君子)'를 주제로 하는 사군자화의 예술정신과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정신성을 화면에 표출해 내는 사의(寫意)를 핵심으로 하는 조형형식은 이원동 회화의 본령이다. 그의 작품은 최소치의 조형이라는 간결함 속에 깃든 칼날 같은 극점의 긴장으로 필묵성과 여백미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석용진 ● 일사(一思), 일사(逸史), 일사(一斯)라는 호들, 부지헌(不知軒), 거래당(去來堂), 성연지(星淵地), 몽가(夢家), 무별처(無別處)라는 당호들은 석용진의 이동하고 확장하는 자아이자 다각적 정체성이다. 이 단어들을 관통하는 그의 생각은 현학(玄學)과 선학(禪學)의 정신이다. 현(玄)은 결국 불가지론의 신비주의에 가깝고, 선(禪)은 초월의 개인적 실천인데 그는 예술가가 되어 작품을 하면서 도(道)를 묻는다. 한 때는 출가를 생각하다가.... 그의 성정에는 성속(聖俗)과 강약이무극(無極)으로 고루 분포한다. ● 일사(一思) 석용진의 작업은 글씨와 그림을 융합하고, 철저한 재현과 암시적 함축을 넘나들며, 필획의 순수성과 화학적 반응을 혼융하며 화면에 붓질의 스트로크(stroke)와 먹의 번짐을 교차시킨다. 이번 '모호한 약속' 연작은 문자라는 약속기호의 객관과 주관 사이를 한자와 영어, 서예와 타이포그래피, 모필의 필묵미와 과학적 현상 등의 결합으로 제시한다. 그의 예술은 자신의 여린 유정(有情)을 무심한 무정(無情)인 듯 가린다.

류재학 ● 초등학교 때부터 누나를 따라 한글서예를 익혔고 한문서예로, 전각으로, 서각으로, 사군자로, 동양화로, 미술사 이론으로, 실용서예로 류재학 작가는 이 분야의 모든 영역을 다 밟았다. 그 성취 또한 고르게 모두 높다. 관전이든 민전이든 공모전을 통해 입신하던 관례를 깨고 대학을 졸업하던 28살 때인 1982년 패기만만하게 제1회 개인전을 열며 오로지 작품력으로 승부하는 풍토를 대구에 심은 선구자가 바로 류재학 작가이다. 서(書), 화(畵), 각(刻)을 하면서 지필묵과 전통적 인재(印材)를 넘어 나무, 돌, 흙, 석고, 도자, 금속, 알루미늄 등을 활용해 서예, 전각, 현대문인화 재료학의 영역을 확장한 것 또한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 전통미술의 여러 분야와 다양한 매체를 순수와 실용의 범주를 넘나들며 섭렵한 멀티 플레이어 아티스트인 문강(文岡) 류재학의 교육자로서의 헌신도 남다르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대학에서, 여러 기관에서, 사회단체에서 서예, 전각, 현대문인화의 전통을 현대로 이어지게 했다. 유튜브 방송으로도 그러한 교육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 전통에 기반 한 미술의 주요 당면 문제 중에는 작가의 부재라기보다 이해자, 애호자, 관객의 부재라는 어쩌면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노상동 ● 서예는 문자(예전엔 한자)를 붓으로 쓰는 예술이다. 처음 붓을 잡을 때 '일(一)'을 긋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 세로획을 연습하고, 가로세로의 획을 모눈종이를 만들듯 중첩해 긋다가 '길 영(永)'자로 각종 점획의 조형적 특징을 익힌다. 그리고 어떤 법첩을 택해 문장으로 문자를 쓴다. '한 일(一)'자는 서예의 시작이다. '한일자'라는 기본공(基本功)에 철두철미하게 몰입해 문자와 문장의 배후에서 이를 받치는 서예의 철학적 조형원리에 도달한 것이 천수(千手) 노상동의 '추상서예'이다. ● 동아시아가 압도적인 물질적 발전을 이룬 서구문명과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현상으로 20세기에 맞닥뜨렸을 때 의식주 뿐 만 아니라 미술 또한 서구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구에 없는 문자예술인 서예를 어떻게 (서구적) 현대미술로 동참시키거나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많은 작가들이 도전했다. 노상동 작가는 문자에서 출발하되 이를 해체해 점과 획이라는 근원적 조형요소로 환원시키는 작업을 통해 추상서예에 이르렀다. 눈(Snow)은 송이 송이의 점(點)이 하늘에서 선(線)을 그리며 내려와 땅에 면(面)으로 스며든다. 그는 눈(雪)에서 천지(天地)와 시공(時空), 점선면의 완벽한 합일을 깨달았다. 강설착지(降雪着地)! ■ 이인숙

Vol.20201015h |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