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안 풍경 The Other Side of the Gate

배성호展 / BAESUNGHO / 裵成虎 / photography   2020_1020 ▶ 2020_1025 / 월요일 휴관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3267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6×150cm_2019

초대일시 / 2020_102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_11:00am~04:00pm / 월요일 휴관

비움갤러리 Beeum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36길 35 B1 Tel. 070.4227.0222 beeumgallery.com

대문 안 풍경 – 경계의 안과 밖 ● 배성호작가 사진의 오브제는 우리 전통 서민 가옥이다. 일반적으로 전통 가옥의 사진들은 전체적인 또는 부분적인 건물 외양을 담아내며, 내부 촬영에 있어서도 거주인의 삶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마당이나 마루 그리고 부엌과 방들을 주로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그 가옥과 그곳의 거주인의 현실적인 삶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시공간의 역사는 어떻게 존재했고 변화해 왔는지를 총체적 서사성으로 보여 준다. 이와는 반대로 배성호작가는 가옥의 안과 밖의 경계인 대문과 그것에 바로 이어진 내부 공간만을 따로 제한하여 사진 평면으로 옮겨 와 보여 주는데, 그것은 전체 가옥의 서사가 아닌 어떤 공간을 특정하게 제한하고 경계 지움으로써 가시적 영역내의 사물들 너머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어떤 확장된 사유와 인식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일반적인 가옥 사진과는 다른 차이와 특이성은 이런 관점에 있다 하겠다. 그럼 작가의 확장된 사유와 인식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작가가 주목한 가옥의 대문 안 풍경은 실재 그 가옥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실존적인 노동하는 농부의 삶을 가장 잘 상징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으며, 그 공간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는 서까래 천장과 널 판재 나무대문 그리고 농경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 그리고 잡동사니들은 비록 오랜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어도 노동과 생산에 필수적인 도구적 유용성을 갖춘 상징적 코드들로 보여진다. 이로부터 우리는 고흐 「구두」 작품을 언급한 하이데거처럼 대지에 농사 짓는 또는 밭일 하는 농부의 지난한 삶과 그 수고로움 까지도 공감하게 된다.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0788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90×132cm_2020

그러나 배성호 작가의 사진은 사물(시뮬라크르)을 통해 작품 속에 현시되어 나타나는 진리사건과 서사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 작가가 촬영한 가옥들은 파주, 연천, 강화 등의 지역에 전쟁 이후 지어진 서민 촌락 가옥들이다. 이 지역들은 전쟁 이후 분단조국의 현실을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DMZ 근방에 있어 사실상 지금의 현실적 상황 하에서는 더 이상 그 너머로 나아갈 수 없는 경계 내부와 가까운 지역들이다. 결국 경계의 가장 안쪽 그리고 경계의 바깥이 시작되는 곳으로서 이들 지역이 갖는 상징성이 있으며, 경계가 지워진 DMZ와 임진강 너머는 현재의 우리가 물리적으로 넘을 수 없는 우리의 상상으로만 가 닿을 수 있는 공간이다. ● 이 이데올로기적 경계의 전치가 배성호 작가의 가옥 안쪽 대문으로 나타나며 그 경계는 안과 밖을 가르는 울타리이다.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0771-2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90×132cm_2020

작가가 명명하는 "The other side of gate"라는 대문과 그 내부 공간의 사물들은 오래되고 헐어 이곳 저곳이 파손된 용도폐기 되어질 도구들이 아니다. 나름 질서 정연히 공간 내 자신의 위치를 점 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존재론적 효용성을 드러내며 언제든지 바깥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활력적인 변화 가능성들을 자신 안에 내재한 존재들이라 하겠다. 비록 대문이 잠겨 있어도 그 틈새 너머 환한 빛으로 인해 경계가 내부의 끝남이나 종결이 아니라 그 너머의 새로운 생성과 긍정을 품은 잠재성의 공간임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잠재성의 공간으로부터 그 너머의 대지 위에 노동하는 농부의 애씀과 수고로움으로 심어 질 한 그루 나무를 상상하는 일은 새로운 생성과 긍정들을 품은 미래의 시간들 속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2452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6×96cm_2018

결국 경계-울타리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축적되어 쌓이고 그 시간 속에 우리들의 의지들이 더해져 결국에는 새로운 시간(미래의 시간)의 빗장을 여는 탈 영토화로서의 공간이다. ● 배성호 작가의 대문 안 풍경은 현기증 나는 즉물적이고 초 감각적 이미지들이 차고 넘치는 오늘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마치 철 지난 구시대 유물 내지 유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 그러나 일반적인 가시적 전통 서사의 풍경이 아닌 '대문 안 풍경'이라는 작가가 공간을 경계 지음으로서 직접 개입한 시뮬라크르에 대한 확장된 사유와 인식은 오늘날 우리가 오래된 것으로부터 또는 무관심의 영역으로 방치한 것들로부터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현대미학의 중요한 측면들이다. ■ 권홍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3117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90×132cm_2019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3172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6×96cm_2019

대문 안 풍경은 전통적인 문화와 정서를 간직하며 굴곡진 삶의 애환이 깊게 베인 가옥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축적된 삶의 시간을 가옥의 내부 공간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작업은 농경 사회의 모습과 풍습을 간직하고 촌락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경기도 포천시, 연천군, 양주시, 파주시, 고양시, 김포시, 강화군 등 도시와 인접한 도농 지역의 비슷한 시기에 건축된 오래된 가옥의 대문과 근접한 내부 풍경을 대상으로 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급변 그리고 도시화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공간의 거리는 좁혀졌지만 도시와 소득 격차, 교육과 문화시설의 낙후 등으로 사람들이 떠나 빈 공간들은 늘어나고 남은 공간에는 대부분 70대 이상의 어르신들만 거주하고 있었다.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4812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90×132cm_2019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0780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6×96cm_2020

활기찼던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분주했던 움직임도 자취를 감추고 함께했던 희미한 순간의 잔상조차도 사라질 긴 세월의 흔적들을 기록하고 가옥에 살았던 사람들의 켜켜이 쌓인 내면의 시간을 기억으로 소환하는 작업이며 구석구석 얽힌 사라질 것의 이야기들을 전달하려는 의도이다. 작업은 황토를 바른 서까래와 스래트 천장과 널 판재로 만든 나무 대문의 후미진 곳의 연탄 더미, 비료 포대, 가마니 멍석, 농기구, 녹슨 자전거, 삼태기 등을 오브제로 공유되는 특정한 사물들에서 기억을 복제하여 시각적 전달 매체를 통하여 교감 할 수 있는 의미와 다른 사유를 자유롭게 혼합될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다.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4931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90×132cm_2019
배성호_The Other Side of the Gate dsc0881_ 화이트벨벳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6×96cm_2020

가시적 영역이 재현된 대문 안 풍경은 가옥에 거주했던 거주인의 실제적인 삶의 자취와 남겨진 사물들의 흔적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이야기와 사람들의 부재를 통해 공간을 사진으로 재현한 이유이며 인식하지 못한 지속된 시간의 메시지를 담았다. 오래된 시간성을 가지고 있는 가옥과 사물들의 풍경이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보존된 기억과 흔적 그리고 시간이 중첩된 의미의 공간으로 새로운 사유를 대문 안 풍경으로 확장하려는 의도이다. 대부분 전후에 건축된 가옥들은 오랫동안 보수하지 않아 삐딱하게 기울어진 대문과 문틀을 통해 세월의 굴레가 고스란히 간직된 대문 안 풍경은 공존했던 것들을 프레임으로 압축했다. ■ 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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