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의 역설-투명하게 존재하라Ⅱ '인내지(人乃地)'

김보중展 / KIMBOJOONG / 金甫重 / painting.installation   2020_1016 ▶ 2020_1113 / 월요일 휴관

김보중_투명의 역설-투명하게 존재하라Ⅱ '인내지(人乃地)'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91007b | 김보중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 2,3전시장 Tel. +82.(0)43.236.6622 www.spacemom.org

人乃地(인내지) - 150여 년 전 조선 말기 왕조와 집권 세력의 무능과 부패로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있을 때,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무지렁이 농민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나 외세에 항거하여 일어난 난이 동학농민혁명이다. 물밀 듯 밀려들어 오는 서양의 서학에 대항하여 동학이라 하였고, 조선 시대 계급사회에서 발톱의 때만큼도 취급받지 못했던 상놈 무지렁이들이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칭함을 받는다. 당시 허약할 대로 허약한 집권 세력을 대신하여 동학농민혁명을 진압하던 일제의 빗발치는 총 세례에 수천 명이 몰살을 당하여도 무지렁이 자신들이 하늘이기에 기꺼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근대(modern)의 참 시작이다.

김보중_빛나는 길_입체물에 유채_162×62×28cm_2019
김보중_영토로써 숲_변형 평면에 유채_190×150cm_1997

"사람이 하늘"이라는 생각은 우리만 가진 자각은 아니다. 서양의 계몽사상도 또한 이런 인간의 가치에 대해 하늘처럼 극진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더불어 개화된 인간의 가치는 하늘을 찌르고 세상 모든 만물 위에 군림한다. 하늘 같은 인간은 하늘을 더럽히고 땅을, 물을 더럽힌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폭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유구하고도 장엄한 전통을 생각하면서, '인내지(人乃地)'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땅이고 대지이다. 그리고 길이다. 인간의 삶을 지탱하여주는 땅은 인간이 배설한 문명의 이기로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이성의 산물과 욕심으로 이루어진 과잉 생산물로 인해 땅은 이미 자정(自淨) 능력을 상실하고 스스로가 생산이 불가능한 불모지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이 스스로 하늘이라고 존엄을 받았던 생각은 자연과 타 생명체와 삶의 터전을 공유하여야만 우리 스스로가 생존할 수 있다는 엄혹한 교훈과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인내지(人乃地)를 생각한다.

김보중_숲-거주지_입체물에 유채_160×180×50cm_2000
김보중_주상절리 길_캔버스에 유채_117×73cm×8_2020

연천군 동이리 주상절리 길을 걷다 – 117x73cm 50호 M 사이즈 캔버스 9개를 이어서 약 1000cm x 73cm 크기의 작업을 하였다. 실제 수백 미터 주상절리 길 중 단지 25m~30m에 이르는 길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얻는 유익은 길이라는 대상을 보는 방식이다. 꼭 '길'만 특정할 것은 아니지만, 대상성을 전적으로 끌고 가는 모든 회화 작업에 해당한다고도 본다. 주상절리 길을 따라 빠르게 달리다 보면 좌우로 나눠진 풀숲 더미가 갈라지고 오로지 붉은 길만 곧게 뻗은 공간을 의식할 뿐이다. 그러나 천천히 걸으며 살피면 사람이 한동안 무수히 지나다녀 붉게 다져진 길과 좌우 풀숲 더미는 동일체였다. 우리가 그 길을 더 사용치 않는다면, 그 붉은 길은 이름 모를 좌우 풀숲 속으로 돌아간다는 순환 원리이다.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리면 좌우로 나눠진 세계가 펼쳐지고 발걸음을 천천히 하고 바라보면 동일체화 될 수밖에 없는 원융(圓融)의 세계가 펼쳐지는, 화가에게는 그런 세계가 보인다.

김보중_빛나는 길 4_접이식 테이블에 마천, 유채_182×75cm_2019

흙길 – 2011년도 경기창작센터에 있을 때, 센터 뒷산으로 올라가는 흙길이 있었다. 도시공간에 갇혀 지내는 창작 생활에 염증을 느껴 스스로 떠돌이를 자초할 때, 경기창작센터 근처 싱싱한 흙내음 길에 감흥을 느껴 이 장면을 디카로 촬영했다. 6, 7년이 흐른 후 이를 바탕으로 스튜디오에서 유화로 재현하면서 150여 년 전 동학혁명을 호출하였고, 덧붙여 어린 시절 부친의 사람 뼈 이야기를 추가하였다. 이 재현 방식은 여러 가지 의미로 중층구조를 이룬다. 이 위에 다시금 흙이라는 질료로 인간 삶의 각별한 친화력을 포섭하였다. 이러한 여러 방향의 요소들이 결합하여 최초의 재현은 재 재현으로 옮아간다. 재현의 재현은 이중재현이기에 회화라는 가상적 실재들을 엮어가고 있다.

김보중_인내지人乃地-인물도_2020

녹색 인간관계도(green human relationship graphic) - 약육강식을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 갑을관계 (통틀어서 "red graphic")을 떠나서 녹색 자연 같은 영육의 건강 친화적인 인간관계를 기초로 하여 그려진 인물화이다. 이 집단들은 물보다 진한 피(血肉)의 관계들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허약하지만, 최후까지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화우 동맹(alliance), 안개처럼 스멀스멀한 기체 상태이면서, 크게 부담가질 필요성이 없는 페친(페이스북 친구) 연합(union)으로 맺어진 관계들이다. 끼리끼리 만의 이익도, 자기 가족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것 같지 않을 그러한 관계 추구에서 살아가다 보니 고독할 수밖에 없을 삶의 행로를 스스로들 깨닫고 서로서로 껴안아야만 하는 동류의식을 공유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또한 험난한 세파에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의 공포로 서로서로 쳐다보며 연합(union)이 된 그룹들이기도 하다. 친소관계의 강약도 없고 이익을 거머쥘 일방도 없다. 금방이라도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이나 핵무기 사용에 따른 세상 종말이 곧 올 것 같은 멸절의 공포 앞에서 오로지 평평한 들판에 적당한 크기와 부피로 자라며 서로의 양분을 나눌 수밖에 없는 서로서로 먹이기 위해 자라나는 채소 작물 같은 존재들이다.

김보중_인내지人乃地-인물도_2020
김보중_인내지人乃地-인물도_2020
이일우, 김보라_소리 공연 '길'_스페이스몸미술관_2020

인맥(人脈) – 페북(페이스북) 같은 SNS를 사용하다 보면, 페북은 확실히 자본주의적 발상에 기초를 둔 인맥 관리라는 생각이 든다. 부익부 빈익빈. 많이 맺어질수록 부하고 적게 맺어지면 가난한 인맥 관리 시스템. 이익 관계에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화업은 여기서도 빈(貧) 쪽에 가깝다. 그래도 이번 '인내지(人乃地)' 작업을 위해 페친을 많이 호출하였다. 거의 반은 페친에서 비대면으로 이미지를 얻고 나머지 반은 직접 만나 대면으로 이미지를 얻었다. 비대면일수록 투명한 재료인 아크릴 칼라를 쓰고 대면일수록 불투명한 유화 재료를 선택하는 심리가 작동한다. 대면으로 상대를 알아 가면 갈수록 상대의 세부(detail)를 찾아지고, 비대면일수록 가까이할 수 없는 거리로 인해 겹(layer)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알게 되기 위한 겹에서 겹으로 이어가는 갈구의 흔적들이다. 그리고 유화 재료를 사용하는 불투명 효과는 덮고 또 덮으며 최종 판단을 지연(遲延) 시켜가며 상대의 총체적 모습을 질료화 시켜 완결하려는 일종의 재료 선택 심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분류는 일반적 분석 방식을 뛰어넘는 일종의 메타(meta)적 사유방식이 작동되는 것을 발견한다. ■ 김보중

Vol.20201020d | 김보중展 / KIMBOJOONG / 金甫重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