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집 A three-story house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installation   2020_1023 ▶ 2020_1105

유광식_석남동#02-고사리 주택_디지털 프린트_24×36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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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식 블로그_yoogwangsig.egloos.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서구_인천서구문화재단 기획,주최 / 유광식

관람시간 / 10:00am~06:00pm

거북이밥 인천 서구 길주로136번길 21(석남3동) www.instagram.com/poets_society032

예전이라는 기억으로 무엇을 해야 했을까 ● '어쩌다 나는 여기에 와 있을까?'라는 물음의 걸음 속에 기다림의 선율을 따라 잠 못 드는 밤을 지나왔다. 계단을 오르다 겁에 질려 파래졌던, 남아 있는 기억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것들을 스치듯 사진에 담아왔다. 그 속에서 결국, 새롭게 발견한 것이 내내 보아왔던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접속되었다. 남북으로 뻗은 경인고속도로 시대와 함께 자라던 기억의 장소, 즉 삼층집이었다.

유광식_가정동#02-경인고속도로_디지털 프린트_24×36cm_2016
유광식_가좌동#10-위태로운 대기_디지털 프린트_24×36cm_2018

장소는 시간이 메우는 집들의 합이다. 집은 다채로운 분위기를 지니며 그 속에 뜨거운 존재가 드리운다. 땅 아래로 전동차의 용틀임이 있고 하늘에는 비행기가 쿵쾅거리며 경인고속도로 위로 오토바이 굉음이 어둠을 갈랐다. 한편, 제각기 지어진 모습마다 고속에 견줄만한 감속의 맛도 음미할 수 있었다. 뜬금없는 모습일지언정 누군가의 유년 상자일 테고 생생한 삶의 현실인 셈이다. 그 응시와 수집이 돌아볼 기억으로 남았고 무섭지 않게 한 발 디뎌 올랐던 나의 계단이 되었다. 숫자 '3'의 연상이 그려낸 화합과 균형, 기대의 얼굴은 어제의 일기이자 오늘의 도시였다. 굳이 수칙을 따지지 않더라도 '3'의 그림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전시 명 '삼층집'은 1~5층의 시대적 건물을 상징함과 동시에 우리가 당도하고 부대끼며 채워 두었던 온기로 표현하는 게 마땅하다. 그저 머무르며 곱씹어 보면 되는 것이다.

유광식_석남동#12_디지털 프린트_24×36cm_2020
유광식_석남동#07_디지털 프린트_24×36cm_2018
유광식_가정동#05-구) 콜롬비아 공원_디지털 프린트_24×36cm_2017

전시의 장소는 어느 이층집의 자그맣고 후미진 지하 공간이다. 남은 페인트 저장소, 연탄 아궁이의 흔적과 먼지가 수북이 쌓인 바닥 돗자리 격의 반지하이다. 생강굴 같은 공간에 시간의 장면을 모아 깊숙이 저장한다. 주변의 삼층집은 실제로 무너져 가고 있다. 신축과 철거, 경계와 감시, 자본과 신분 등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이 또한 도시의 생리이니 차분히 색칠, 도배해도 무방할 것이다. 올해 도쿄올림픽 자리에 끼어든 코로나 19를 무심히 곁에 두고선 지금 이곳에 실재하는 기억의 수열 방정식을 투망해 본다. 나는 삼층집을 짓는다. ■ 유광식

유광식_오늘은 아빠가 통닭을 사 오실 거야_가변설치_2020
유광식_가좌동#15-남겨진 기억의 전파_디지털 프린트_24×36cm_2019

잃어버린 삶의 기억, 삼층집을 찾아서 ● 경인고속도로가 인천을 빠르게 관통하며 서울로 향할 때 방음벽 너머의 공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고속도로의 발달과 함께 공단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모여든 시절이 있었다. 아침에는 공단으로 향하고 저녁에는 주거단지로 돌아오는 부박한 삶이 고속도로 옆으로 이어졌다. 백지에서 출발했어도 즐거운 나의 집을 향한 꿈과 희망이 있었다. ● '삼층집'은 고단한 삶 속에도 단란한 둥지를 짓기 위해 노력했던 시대적 열망의 표상이자 작가가 생활 속에 발견해낸 지역의 망각된 정체성이다. 동네를 걸으며 우연히 마주친 오래된 간판과 전신주들이 예전으로 가는 열쇠가 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낯선 이곳을 어느덧 내가 사는 곳으로 되새기게 한 생활로서의 삶이 있었다. 도시 생활자의 걸음은 낡은 연립주택의 외벽에 새겨진 무수한 삶의 서사를 읽어내고, 방음벽 너머로 주택의 지붕을 포근히 감싸는 볕의 온기를 가늠하며, 투박한 옛 간판과 무심히 쌓여있는 통나무를 바라보며 융성했던 공단의 과거를 상상한다. 개발 반대의 깃발이 나부끼는 길 한복판에 서서 우리가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았으나 끝끝내 존재해온 무언가를 부르는 듯하다. 마치 잃어버린 전설처럼, 이곳이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자 애써온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으며 불완전한 유동(流動)의 환경에서도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 이웃과 유대를 나누며 고사리처럼 뿌리내리고자 했던 온기의 공간이었음을 상기시킨다. ● 도시의 틈새를 날아다니는 비둘기처럼 사진 속 풍경들은 눈에 띄지 않고 쓸쓸하다. 지역에 면면히 존재해 온 삼층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기에 애처롭고 그 의미를 함께 되새기지 못했기에 여전히 불안함을 간직한 이 지역의 초상이다. 삼층집의 온기가 공동의 기억이 되지 못하고 예전의 기억에 머물러있는 만큼 지금의 도시는 비정하고 슬픈 공간이다. 그런 맥락에서 도시의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통각으로 다가오는 각성의 과정이 된다. 그 아픔이 지금의 공간을 나와 우리의 애착 어린 터전으로 만들도록 이끌어준다. 방음벽 너머로 총총히 빛났던 삼층집의 온기는 결국 과거를 넘어 현재의 우리를 다독이는 기이한 위로를 전해준다. 망각의 도시 속에서 무감해진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말았던 소중한 서사를 되찾아주며. ■ 김주혜

Vol.20201025e |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