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빨갛게 빨갛게 becoming Red

이소진展 / LEESOJIN / 李昭眞 / painting.installation   2020_1023 ▶ 2020_1101

이소진_Shape#1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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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 Pure Talk / 2020_1024_토요일_03:00pm

Window show only / 2020_1025 ▶ 2020_1030

후원 / 대구문화재단_대구광역시청 협찬 / 예술상회 토마

관람시간 / 11:00am~06:00pm

예술상회 토마 ART SPACE TOMA 대구시 중구 대봉1동 2-11(달구벌대로450길 10번지) Tel. +82.(0)10.8244.1119

이소진 작가론 ● 이소진은 금속 탐지기를 들고 백사장을 따라 걸으며 금속덩어리를 찾는 작업자처럼, 재료가 보내는 신호를 찾아 삶의 공간 주변을 탐색한다. 그는 재료탐색에 성공하게 되면, 재료를 찾기까지의 경로와, 경로주변의 공간을 디테일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나아가 자신의 기억에 확신을 갖고 작업한다는 그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책이나 컴퓨터, USB메모리스틱처럼 신체 외부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 내부에 재료탐색에서 파생되는 경험 테이터를 축적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것을 작품제작의 기반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객이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그가 축적한 데이터들이 그의 손끝에서 조합된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이소진_Shape#1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

이소진이 작품제작에 주로 사용하는 표현 방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작품에서 자신이 선택한 기성품에 점토나 실처럼 유연한 재료를 반복해서 덧대 외형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 「들뜸」(2019)을 보면, 스프링클러 삼각받침대를 조소에 사용되는 조소 심봉처럼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이소진은 작가노트에서'…그것을 손의 궤적대로 옮겨내는 시간을 거치면 각자 제자리를 찾아 굳어지게 된다. 그것이 현재의 이미지다.' 라고 한다. 그는 소조에서 흙을 붙여 형태를 만들어가듯 삼각대에 실을 감고 점토들을 덧붙여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서로 연결되거나 분리되며 설치된다. 작품들은 작가의 말처럼 '각자 제 자리를 찾아 굳어지게 된'다. 입체로 된 작품을 예로 들었지만, 평면 연작인 레프리콘 시리즈(2012), 원형 시리즈(2011), 유희 시리즈(2011)에서도 면과 면을 덧대거나 면과 오브제를 덧붙이는 방법으로 화면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이소진_Archetype series #1_나무에 아크릴채색_250×160cm_2020
이소진_Archetype series #2_나무에 아크릴채색_190×156cm_2020

이소진의 작품에 사용된 모헤어실의 색상과 작품의 형태는 갑각류를 연상하게 한다. 갑각류의 외피는 오랜 시간 환경에 맞춰 그것의 기능이 진화해온 데이터가 축적되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말한 이유로 외피의 형태는 긴 시간 생명체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나간 시도와 노력의 덩어리가 조금씩 붙어 만들어진 소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모아나」(2016)에서 갑각류 타마토아가 부르는 노래 「Shiny」의 가사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You try to be tough. But your armour's just not hard enough.' (넌 강인한 척하지만 너의 갑옷은 충분히 단단하지 않아) 극중 타마토아가 인간의 모습을 한 반인반신 마우이에게 자신의 외피를 과시하는 장면이다. 노래를 부르는 장소는 깊은 바다 속이고, 당연히 바다는 인간보다 바다생물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그러면 인간의 외피는 어떤 모습인가. 인간은 사는 환경에 최적화된 특정적 외피를 가진 동식물과는 달리 다양한 물리적 환경변화에 옷으로 대응해왔다. 때문에 동식물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환경과 접촉하는 외피의 면적이 좁다. 그로 인해서 인간의 거주환경 변화가 담긴 데이터는 피부-외피-가 아니라 피부의 확장인 옷에 축적되었다.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로 작품의 외피는 그것이 놓이는 환경과 강하게 관계 맺고 있다. 미술사서적에서 작품의 외형적 변화를 살펴보면 미술이 펼쳐지는 장소의 경계가 넓혀짐에 따라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발표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작품이 발표되는 장소를 생태계로 가정한다면, 그곳은 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들은 극심한 환경변화에 대응해 여러 차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을 것이다. 이소진은 작업노트에서 '작업이 공간에 착지되는 순간 까지 변화하는 유동성을 가진다. 그래서 내 작업들은 결과와 과정의 경계에 있어서 무한대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라고 한다.

*이소진_Shape#3_초 받침, fur_가변크기_2020 이소진_Shape#2_촛대, 구슬, fur_가변크기_2020

어떤 전시환경에서도 최적화된 작품을 출품하겠다는 의지였을까, 작가는 매 전시마다 마치 그 장소에만 특정적으로 서식하는 생명체와 같은 작품을 내놓았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이소진의 작업과정을 옷을 만드는데 비유하자면, 그는 적당한 크기의 마네킹을 선택하고 자신이 보유한 시각적 데이터베이스에서 실을 뽑아낸 다음, 옷을 지어 입히는 것처럼 보인다. 마네킹이 입은 옷은 마치 패션업계에서 말하는 T.P.O 에 맞춰 착장한 듯,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든다.

이소진_빨갛게 빨갛게 빨갛게 becoming Red展_예술상회 토마_2020

이소진은 전시 공간을 가상의 생태계로 설정하고 기성품에 입힌 외피를 통해 가상의 생태계가 가진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갑각류의 외피가 서식지의 수온, 먹이종류, 깊이 등의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작품이 놓인 전시 공간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넓게는 작가가 처한 미술의 상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때문에 재료를 탐색하는 작가의 눈이 더 예민해지고 재료를 만지는 손끝이 더 숙련 될수록 작품의 외피는, 작품과 작가가 놓인 공간의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은 직관적 외형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 김승현

* 주석 1) 스프링 쿨러: 식물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하여 농지나 잔디밭 등에 물을 뿌리는 농업용 살수장치. 2) 조소 심봉: 소조작업에서 뼈대가 되는 것, 흙과 같이 무른 재료를 붙여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보통 기둥과 받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3) 모헤어: 앙고라 산양에서 얻은 모섬유. 섬유는 순백색에 가깝고 회색이나 담황색, 적갈색의 것도 있다. 탄력성이 좋고 광택이 풍부하지만 질감은 거칠다. 4) 갑각류: 갑각류(갑각류들)는 게, 바닷갸재, 대하, 새우, 크릴새우, 쥐며느리, 따개비 등과 같은 친숙한 동물을 비롯한 크고 다양한 절지동물 군을 형성한다. 5) T.P.O: 의복을 경우에 알맞게 착용하는 것. 티 ·피 ·오는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패션 업계가 마케팅 세분화 전략에 의해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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