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누구에게나 비범하다. Hangang, above ordinary to all

2020 지역문화진흥사업 N개의 서울_2020 성동별곡展   2020_1102 ▶ 2020_1112 / 11월 9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이은_오채현_장영원_추현실_피경지

주최,주관 / (재)성동문화재단 후원 / (재)서울문화재단 기획 / 정기엽

관람시간 / 10:00am~06:00pm / 11월 9일 휴관

갤러리 허브 Gallery Hub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로 17 4층 Tel. +82.(0)2.2204.7500 www.sdfac.or.kr

응봉산에서 한강을 바라본다. 행당동과 금호동 사이에서 한강을 끼고 펼쳐지는 동네들. 도시는 강을 끼고 발달한다. 한강은 세계의 여느 대도시 강보다 크고 길게 서울을 가로지르고, 그 주변을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열병하듯 늘어선 풍경에 너무 익숙하다. 다섯 명의 시각 예술가들은 응봉산에서 시작해 금호동과 행당동을 거닐며, 혹은 그곳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 의미 있는 소재들을 발견하고자 했다. ● 작가들은 완벽히 관광객처럼 이방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곳에 오래 살던 거주민도 아니다. 아마 서울의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는 익숙함을, 혹은 낯선 동네의 소소한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금호, 행당 이라는 지역의 개별성보다 한강을 끼고 있는 강북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어야 했던 근현대사를 비롯해, 서울의 많은 지역들이 가지는 보편적 요소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강남이 되고 싶은 강북의 욕망, 젠트리피케이션과 아파트. 나아가 지역성에 대한 의문, 낯섦과 익숙함, 코로나 상황의 무기력과 디스토피아. 이런 것들은 강북의 도시들이 가지는 공통적 문제이거나 비슷한 환경의 대도시들이 안고 있는, 어떻게 보면 당연함에 길들여진 단어들이기도 하다.

추현실_무학장-강 건너 사는 사람_복합매체_가변설치_2020
추현실_무학장-강 건너 사는 사람_복합매체_가변설치_2020

'무학장, 강 건너 사는 사람'은 추현실이 금호동에서 얻은 오래된 장롱에 구현한 작업으로서, 행당동에서 흔히 보이는 상호나 주소명인 '무학'에 장롱 혹은 여관을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실제와 허구 사이를 오가며 얻은 작가나 작가 지인들의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은 성동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낯선 곳과 관계를 맺는 소소하고 다양한 방식들은 결국 '무학장'이라는 전체로 귀결된다.

피경지_투게더 블루 Together Blue_MP비누_가변설치_2020

피경지는 오브제 설치작업으로 한강이 보이는 전망을 자본이 독점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과거 금호동을 비롯한 달동네 판잣집의 전형적인 슬레이트 지붕은 작가에게 한강의 잔물결처럼 보였고, 투명한 MP 비누에 푸른 색소를 넣은 오브제 이백여 점으로 슬레이트 물결의 한강을 만들었다. 전시 후 주민들에게 배포되는 작품은 손을 씻는 비누 본연의 역할을 함으로써 소진되어 다시 한강으로 환원될 것이다.

이은_Only the essentials - 필수품만 챙기시오._가변설치_2020
이은_Only the essentials - 필수품만 챙기시오._가변설치_2020

'쓰던 장롱도, 열쇠도, 가지고 놀던 엘사 장난감도 내버려 둔 채 그들은 무엇을 품에 챙겨 어디로 떠났을까?' 이은은 평소 관심 주제였던 '디스토피아'를 행당동 재개발구역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흔적과 오버랩 시킨다. 행당동 주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된 사진과 설치 작업은 코로나처럼 일상화된 재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가야 할지 묻고 있다.

장영원_NORMAL_단채널 영상_00:15:00_2020
장영원_평범한 빌런들_사진에 채색_29.7×21cm_2020

장영원은 코로나 때문에 고향인 금호동으로 돌아온 유학생이 먼 타지의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는 형식의 이야기와 함께, 판데믹이라는 새로운 일상 속에서 변질된 보통의 존재들을 시각화 하여 보여준다. 영상과 사진을 통해, 평범하던 일상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동시대의 낯설음이 다시 평범한 것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채현_나의 살던 고향은_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_00:16:24_2020

지역이라는 것이 행정구역 상의 울퉁불퉁한 선에 불과하다는 오채현은,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매체의 차이에서 오는 전달 방식을 비교하며, 특정한 몇 명의 인물과 그가 몸담은 행정구역에 주목하는 '지역 특정적' 공공미술에 의문을 던진다. 다큐멘터리나 공연이라는 형식이 어떠한 이야기를 사실로 믿게 만드는 틀로서 작용하던 경험을 반영한 영상작업으로 그 궁금증을 풀어내고 있다. ● 한강을 곁에 두고 도시들이 흘러간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처럼 '빨리빨리' 발전을 거듭해온 기적의 한강변 도시들은 지금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도시의 물결 같은 존재. 우리는 다 똑같지만 다 다르다. 아니 다 다른데 똑같기를 원하는 것일까? 정형화된 편안함과 소속감, 비슷한 수준의 생활양식을 누리는 것에서 안위를 찾는 도시. 발전을 핑계로 지루한 변화가 계속되는 지극히 한국적인 일상 속, 끊임없이 흘러가는 성동의 강변에서 우리는 특별하게 반짝이는 모래알 하나를 찾기보다 모래밭 전체를 바라보기로 한다. 거기에는 평범한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모두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한강은 누구에게나 비범하다는 것을 말이다. ■ 정기엽

Vol.20201102b | 한강은 누구에게나 비범하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