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AFTER The Photograph as Contemporary Art展   2020_1103 ▶ 2020_1115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0_1103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 변경랑_전용혜_한기애_한상재

주최,기획 / 강남역 902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사진위주 류가헌 Mainly Photograph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청운동 113-3번지) Tel. +82.(0)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아무것도 아닌 시간, @한강 다이어리 2020 ●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시작되었다. 난생처음 겪는 재난 앞에서 너도나도 한없이 사소해진 오늘을 감당해야 했다. 날마다 한강을 걸었다. 붕붕거리며 지나가는 자전거와 마스크 산책객, 무위를 낚는 어부들, 강가에 쪼그리고 앉은 소년을 보았다. 해 저물 무렵, 느린 셔터 스피드로 포착한 공간에 스민 정체를 관찰했다. "사진으로 찍지 않거나 찍을 수 없는 주제 같은 것은 없다. 사진 속 주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샬럿 코튼)

변경랑_아무것도 아닌 시간 #01_피그먼트 프린트_53×63cm_2020
변경랑_아무것도 아닌 시간 #02_피그먼트 프린트_26×39cm_2020
변경랑_아무것도 아닌 시간 #03_피그먼트 프린트_26×39cm_2020
변경랑_아무것도 아닌 시간 #04_피그먼트 프린트_26×39cm_2020
변경랑_아무것도 아닌 시간 #05_피그먼트 프린트_57×270cm, 가변크기_2020

이번 전시는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 '강남역 902' 사진 동인과 함께 읽었던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샬럿 코튼 저)이다. 이 결과물은 현대 예술 사진의 범주 중 하나인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과 '내밀한 삶'의 개념과 연관된다. 특히 두 영국 작가의 다큐멘터리 기법에 영향을 받았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 발견되는 행위를 절제된 양식으로 다룬 나이젤 샤프란(Nigel Shafran)과 사진과 문자를 결합해 새로운 서사를 창작한 애나 폭스(Anna Fox)이다. 나이젤 샤프란은 주변광, 장노출 기법을 이용해 평범한 장면에 시적인 리듬을 부여한다. 특히 그는 무의식적인 사물의 나열을 통해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무엇보다 의도된 연출을 배제한 그의 사진에서 인식을 지배하는 일상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편 애나 폭스의 작품은 강화된 텍스트로 이미지 너머에 존재할 무수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두 작가는 내게 사진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언급이자 예술 임을 보여주었다. ● 눈앞을 스치는 것들에 시선을 맞추고, 그 안에서 현재를 의미 짓는 신호를 탐색했다. 연작 '아무것도 아닌 시간 #05'는 한강에서 발견한 견딤의 시간이다. 각 장면 사이 고의적인 공백은 지금 여기, 건너기 힘든 일상의 '틈'을 뜻한다. 곧 일련의 조각 풍경은 흰 여백에 다시 차오를 시간에 대한 기다림이다. ■ 변경랑

Pastiche, 혼성곡"포스트모더니즘 이론에서 이미지의 의미는 다른 이미지나 기호들을 참조하여 상대적으로 결정될 뿐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 이미지에서 의미의 요체는 하나의 특별한 이미지로서뿐만 아니라 유형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인 지식에서 비롯된다. 우리 자신이 보는 것을 의식하게 만드는 사진, 우리가 어떻게 보는지, 이미지들이 어떻게 우리의 정서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유발하고 형성하는지 스스로 의식하게 만드는 사진들이다."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샬럿 코튼. 7.부활과 재생 P216) ● 나의 'Pastiche'는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이다. 상상과 실재가 중복되고 사라진 양식들로부터 승계된 상징이 존재한다. 수수께끼 같은 내러티브narrative가 있다. ● 디지털 사진을 배우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사진의 역사/ A NeW HISTORY OF PHOTOGRAPHY, MICHEL FRIZOT' 책을 산 일이다. 기계의 변환을 주도하며 쓰여진 이야기는 뭘까 궁금해서. 책 장이 넘어가며 보이는 이미지의 변화는 많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언어였다.

전용혜_pastiche-1_피그먼트 프린트_25×36cm_2020
전용혜_pastiche-2_피그먼트 프린트_25×36cm_2020
전용혜_pastiche-3_피그먼트 프린트_25×36cm_2020
전용혜_pastiche-4_피그먼트 프린트_25×36cm_2020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서일까? 또 보고 싶을까? 사진의 역사는 보여주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지만 나의 'Pastiche'는 오히려 보여주지 않으려는 변조alteration를 통해 물리적 형태를 재현한다. 다양한 언어놀이와 필요 부분만을 취하려는 삶의 패턴은 디지털 조각 같은 구름 위 세상에서 나는 굳이 왜. ●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은 사진가에게 알리바이가 되고 사유 된 삶의 신화myth가 가능하다. 강렬한 기원의 감동이 섞이고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나의 'Pastiche'가 세계의 작품을 여행하는 까닭이다. 숭배되지 않는 기호화된 물건과 변조된 기억은 reset해가며 날개 달고. '훌륭한 예술가가 빌리지만 위대한 예술가가 훔친다 good artists borrow, great artists steal.'는 피카소의 말처럼 새로운 메세징을 창조하는 '세계, 모두가 나의 스튜디오'이다. ■ 전용혜

코로나 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현대예술 사진작가는 대개 반反르포르타주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즉 천천히 사진을 찍고 행위의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이 지난 뒤에 현장에 도착한다. ...사진작가들은 비극 뒤에 남겨진 것들을 재현하고자 한다."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6. 역사의 순간들 187:8~187:19 중에서) ● 우리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매번 그 시간이 역사적 순간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2020년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 19 팬더믹이라는 역사에 기록될 순간들을 목격하고 있다. 세계를 휩쓴 코로나 19의 위협과 공포 속에서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올림픽 공원도 예전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위험 표시 테이프를 두른 금지 구역이 곳곳에 생겨났다. 놀이터와 농구대, 배드민턴장, 운동기구와 벤치 등이 한순간에 위험한 곳이 되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비가시적인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곳곳에 이런 가시적인 형상을 만들었다.

한기애_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01_피그먼트 프린트_52×69cm_2020
한기애_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02_피그먼트 프린트_52×69cm_2020
한기애_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03_피그먼트 프린트_48×73cm_2020
한기애_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05_피그먼트 프린트_52×69cm_2020
한기애_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06_피그먼트 프린트_48×73cm_2020

무더운 여름밤에 공원에서 발견한 이 을씨년스런 풍경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강력한 전염병에 당황하는 인간의 나약함이 느껴져 한편으로 가슴 아프다. 사진가의 본분으로 이 장면들이 2020년 코로나 19 팬더믹 시대의 슬픈 사회적 초상으로 여겨져서 카메라에 담는다. ● 다만 사람들이 금지 테이프를 배드민턴의 네트로 이용하며 코로나 19 상황을 이한기애겨보려는 웃픈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결국은 코로나 19를 극복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사진 작가 윌리 도허티, 사이먼 노포크, 디누리의 작품을 흠모하며) ■ 한기애

토마토-다양성을 버리고 무엇을?"표면적으로 사진의 아주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지는 것은 바로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것들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것들을 그냥 시선의 주변부로 내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물건들이 예술적 어휘 내에서 신뢰할 만한 시각적인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진들은 대상의 물성을 담고 있지만, 사진으로 재현되는 방식으로 인해 주제가 개념적으로 변모한다. 사진을 통해, 평범한 것은 일상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시각적인 의미와 상상의 가능성을 부여받는다. " (현대예술로서의 사진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 중에서- 샬럿 코튼) ● 음식 재료의 하나에 불과한 토마토라는 대상을 하나의 정물 사진으로 인식하려면 어느 정도의 추상화는 필요했다. 오롯이 중앙에 놓여 조명을 받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작업을 통해서 토마토가 새로운 생명을 얻게 하고 싶었다.

한상재_토마토-1_피그먼트 프린트_53×63cm_2020
한상재_토마토-2_피그먼트 프린트_53×63cm_2020
한상재_토마토-3_피그먼트 프린트_53×63cm_2020
한상재_토마토-4_피그먼트 프린트_53×63cm_2020
한상재_토마토-5_피그먼트 프린트_53×63cm_2020

지난여름 우연히 다품종 토마토 사진을 접하고는 처음 보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토마토에 사로잡혔다. 생산량이 많지 않고 여러 일이 겹쳐서 어렵게 한 박스를 구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모양과 컬러, 문양이 아름다운 토마토는 맛도 제각각이었고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잘랐을 때는 품종별 특성이 도드라졌다. 여백이 있는 꽃문양부터 알알이 속이 들어찬 것까지 겉모습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빨강, 노랑, 보라, 주황, 초록, 수박처럼 줄무늬에 구불구불한 모양까지, 18종의 토마토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세계 각 지역의 토종 씨앗을 찾아서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하려는 농장주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몬세라토, 인디고 로즈, 시칠리안 토게타, 그린 지브라, 로마, 골든넛 등등... 전 세계 25,000여 종의 토마토 중에서 오롯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몇 개나 될까? ● 세계화는 우리의 식탁마저 지배한지 오래되었다. 상품으로 판매되기 위한 토마토는 생산량이 많아야 하고, 보존성이 뛰어나야 하며, 맛과 향이 도드라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해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지 않는 토마토들은 일반적인 상업 시스템 밖에 존재한다.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맛과 향을 고급화해야 하는 특수 토마토들은 일반 토마토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종의 다양성 문제나 환경, 건강 문제 등을 생각한다면 그리 큰 부담도 아니다. 소비에 대한 약간의 생각 전환만 이루어진다면 각각의 종이 지닌 맛과 향, 아름다운 가치를 보존하고 누릴 수가 있다. ● 우리는 아름다운 다양성을 잃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 한상재

Vol.20201103d | AFTER 현대예술로서의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