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ssing Link

이인협展 / LEEINHYOEB / 李仁浹 / photography.video   2020_1104 ▶ 2020_1129 / 월,화요일 휴관

이인협_The Missing Link_디지털 프린트_40×3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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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협 홈페이지_leeinhyoeb.net

초대일시 / 2020_1107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30am~10: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 사진적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112길 48-4(능동 208-1번지) www.instagram.com/sumokgeumto/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중편소설 중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 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다수의 학자집단이 모종의 계획으로 '틀뢴'이라는 상상 속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 틀뢴에 대한 백과사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적판 브리태니커 사전 일부단락에 교묘하게 끼워진 형태로 처음 등장한 '틀뢴'에 대한 기록은 처음에는 그저 장난 정도의 취급을 받았으나 이후 온전한 백과사전 형태의 기록들이 속속들이 발견(또는 의도적 등장)되면서 그 양상이 달라지게 된다. 무서우리 만치 정교하게 설계된 '틀뢴'의 세계관은 공개된 직후 대중을 순식간에 매혹시켰고, 점차 그 영향력을 확장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실제 세계의 언어, 역사, 철학, 과학 등 모든 체계를 해체하고 재구성 하는 수순에 이르게 된다. 작중 화자의 마지막 독백은 의미심장하다. "만일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100년 후에 100권으로 된 틀뢴의 제 2 백과사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지구상에는 영어와 불어, 그리고 바로 이 스페인어 조차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세계는 틀뢴이 될 것이다."

이인협_The Missing Link_디지털 프린트_40×30cm_2011
이인협_The Missing Link_디지털 프린트_40×30cm_2014
이인협_The Missing Link_디지털 프린트_30×20cm_2020

우리 현생 인류는 역사속 그 어느 장면보다 더 격변의 시대를 겪고 있는 듯 하다. 디지털 기술로 비롯된 새로운 삶의 양식은 기존의 물리적 세계를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정보 습득이나 상거래 같은 기초적 영역은 물론이고,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희로애락과 분쟁, 범죄와 같은 복잡한 사회적 영역 까지도 새로운 형식으로 파생되고 있다. 마치 '틀뢴'의 백과사전이 온 세상을 뒤 덮듯 변화의 속도는 믿기 힘들 정도다. 소설 속 이야기 같이 디지털 기술에 의한 새로운 세계가 기존의 세계를 완전히 잠식해 세계의 역전 혹은 전복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확신 할 수 없지만 디지털 기술이 인류에게 제시하는 핵심적 코드들, 탈육체성 혹은 탈물질성, 제 2의 시공간 같은 개념들은 결국 인류의 삶에 어떤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급진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과도기 속 인류.

이인협_The Missing Link_디지털 프린트_40×30cm_2019
이인협_The Missing Link_디지털 프린트_40×30cm_2020

계단의 존재 이유는 계단의 위와 아래에 존재하는 양쪽 지점을 연결하는 데서 비로소 성립한다 - 이 연작은 이러한 계단의 성질에 착안하여 구상된 작업이다. 격변의 시기를 눈 앞에 둔 과도기적 존재. A와 B사이의 A플러스. 혹은 B마이너스. 계단이란 존재가 현대 인류의 존재적 불완전성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 보였고, 그 독립적 성질을 표현하기 위해 결국 흰 여백에 덩그러니 놓인 계단 이미지를 만들게 되었다. 이 연작을 시작할 무렵 처음으로 붙인 제목은 인터넷 웹페이지 간의 이동 명령에서 따온 'The Link' 였다. 비물질적 세계관에서 계단과 의미적으로 등가를 이룬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버튼 한번만 누르면 미래가 펼쳐 질 것 같은, 막연한 이상주의적 태도가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결국 이 과도기의 끝에 다달아 어떤 새로운 종(種)으로서, 혹은 새로운 현상(現象)으로 완성될 수 있으리라는.

이인협_생활만족도가 높은,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_단채널 비디오_00:05:25_2019

그로부터 10년이란 시간이 지나 전시를 앞둔 지금 나는 그 이름표에 한 단어를 덧 붙인다. 'The Missing Link'. 잃어버린 고리. 그저 과도기적 몸체로서의 나 자신을 인정해 가는 수순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이인협

Vol.20201104c | 이인협展 / LEEINHYOEB / 李仁浹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