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랩대전 ARTLAB DAEJEON

장동욱展 / JANGDONGWOOK / 張東旭 / painting.installation   2020_1103 ▶ 2020_1124 / 월요일 휴관

장동욱_Green Shadow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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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마지막주 수요일 08:00pm까지 / 종료 30분전까지 입장마감 월요일 휴관(다만,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

이응노미술관 LEEUNGNO MUSEUM 대전 서구 둔산대로 157(만년동 396번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 룸 Tel. +82.(0)42.611.9802 www.leeungnomuseum.or.kr www.facebook.com/LEEUNGNO www.instagram.com/leeungno

도시의 암호, 그리고 사라진 시간들 ● 기억은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으면서도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순간적 허상이다. 시간적 거리를 둔 하나의 공간과 마주하였을 때 앞선 시점과 뒤의 그것은 같은 대상이지만, 둘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는 주체는 기억을 단서로 부재했던 시간의 사건이나 갈등에 대한 일들에 개입하게 된다. "본질이나 형성 안에 있는 상반성을 통해서만, 우리는 무언가에 대한 차이 자체의 개념을 얻을 수 있다"는 Deleuze의 고찰을 상기한다면, 시간의 벨트에서 벌어지는 '차이'에 대한 의식으로서 기억은 매우 부적절한 증거라는 점을 즉시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부정확한 의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수없이 많은 기록을 남긴다고 해도 결국 대상에서 벌어지는 가느다란 변화의 이음 선을 연결해 주는 것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 장동욱의 풍경 작업이 마치 시적인 공간처럼 보이는 것은 어떠한 시점으로부터 떨어진 장소를 추적하는 이유가 크다. 그는 기억이라는 세계가 현상과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 의식을 기초로 이른바 시간적인 구조 위에서 현실과 함께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신념으로부터 이미지들을 전사한다. 지금껏 그 주제는 고대의 연모나 유물과 같이 오늘의 시대적 지표로서 도시라는 장소가 가지는 시간에 관한 것으로, 그는 하나의 상이 허상으로 변화해가는 상황에 관심을 기울인다. 기억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다. 작가는 이 상황을 초월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극히 개인적인 은유로 물들이고, 사물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장치를 곁들였다. 지난 『기억의 단서』전에서 그가 등장시킨 장소는 특정되지 않지만 매우 현실적인 공간이면서도 가상적인 곳이었다. 그곳은 다급한 사건의 장소보다는 오랫동안의 소외나 방치, 혹은 엄습하는 외부적 자극으로 인한 상실과 부재의 공간으로 매우 사회적인 상황에 놓여있던 장소였다. 따라서 관객은 굳이 타이틀을 통해 유추하지 않아도 그가 어떤 시간적 상황으로부터 떨어진 장소에서 느끼는 낯선 심리적 불안에 대한 화제를 제안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장동욱_sum(섬)_Plaster and lamp_가변크기_2020

장동욱은 대천이라는 휴양지에서 나고 자랐다. 그가 시간에 대한 관찰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상으로부터 동일한 구조에 대한 반복적 경험이 존재했다. 대상에 대한 반복은 시간과 장소들의 이미지가 누적되어 구조화 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만들어 나간다. 장성한 그가 새로운 도시를 만나 시대적 언어와 도시의 암호인 'after image'들을 탐색하는 일을 벌일 때 마다 유년의 반복으로부터 얻은 힘은 매우 자연스러운 습관처럼 발휘되었다. 그러나 그가 유년기에 가능했던 경험의 조건들은 무엇이 원래의 것이고 무엇이 변형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것들이었다. 언제나 같은 파도, 관광객의 들고 남, 그것은 어쩌면 '차이'나 '변화'라기보다는 되풀이되는 구조 자체가 온전히 하나가 되는 순환적 유기코드(有機-code)였다. ● 그가 선택한 대부분의 주제들은 아름다움의 절정이나 사건의 결정적 장면과 같은 순간보다는 관객이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작가의 '시간의 순수'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등장한 호기심과 무의식에 자리하는 본질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의 시간론이자 경험론이고 또 재현하는 수많은 명제들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점진적인 소멸이나 증식, 미묘한 대립과 같은 밀고 당기는 주름들 사이의 틈을 발견할 수 있는 관찰자가 된 배경에는 유기적 변화에 대한 누적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타자에 대한 선한 사유와 의지가 더해지면서, 그의 작품세계는 강요하지 않은 기호들이 가득한 메시지들을 쏟아낸다.

장동욱_냄새를 잃어버린 지점_캔버스에 유채_119×196cm_2020

지금껏 장동욱은 2차원의 매체성을 명시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가 완벽히 구현된 창조적 공간이 아니라 환영을 동반하는 재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그것은 이미지가 결코 환영과 실제의 사이, 즉 분리되지 않는 차원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재현을 통해 기억이라는 허상이 가지고 있는 아련한 감각적 시간을 공유하려는 소통의 방식이다. 맨살을 드러내는 캔버스, 흘러내리고 번지는 안료의 효과들은 흔적이 되어버린 허상의 시간들을 불러들이는데 유효했다. 그가 시간을 들출 때 마다 이러한 효과들은 추억과 현실, 상상과 실제가 뒤섞이는 오묘한 감정을 선사했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종종 대화에서 유머의 제스처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 이번 전시 『작은 방』에서 그는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며 현상적인 문제에 바싹 다가서는 면모를 보여준다. 흔적이 된 상황을 재현하는 것은 원형에 대한 갈망이자 숙명적 시간에 대한 용인이다. 그 과정이 살아있는 작품 「sum(섬)」에서 그는 나뭇잎 하나하나를 공들여 하얀 시간으로 밀봉했다. 그것은 추억할 수 없는 시간들을 불러 모은 행위로 사라지는 시간에 대한 상징적 추모로 해석된다. 이 추모는 대상을 중복적으로 열거함으로써 무위에 이르는 환원적 구조에 접근하여, 폐허에 이르는 처참한 운명적 기호들 사이에 놓인다. 그리고 차분하게 빛을 머금어 '사라진 시간들'을 추억한다. ● 죽음의 본능에 지배되는 것은 비단 생명을 지닌 존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장소 역시 억압과 전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무수히 부딪히는 저항, 이전보다 더욱 혼란스럽고 심각한 도시의 상황을 열거하는 그의 메시지들은 후퇴하는 시간들에 대한 처절함을 되살리려 한다. 작가의 사회적 의식은 참혹한 현장에 대한 고발과 같은 특정한 맥락에 놓인 문제들에 집중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탈 정치화된 시간들에 대한 추적이자 이미지의 체계로 교환되는 기호에 대한 무수한 고뇌이다.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처럼 수축하는 시간 가운데서도 그의 작은 방 안의 기억이 새로운 문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민희정

Vol.20201108f | 장동욱展 / JANGDONGWOOK / 張東旭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