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mic of silence

김현준展 / KIMHYUNJOON / 金鉉埈 / sculpture   2020_1109 ▶ 2020_1128 / 일요일 휴관

김현준_Dynamic of silence展_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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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0 유망작가 릴레이 4

주최 / (재)행복북구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어울아트센터 대구시 북구 구암로 47(관음동 1372번지) 갤러리 명봉 Tel. +82.(0)53.320.5120 www.hbcf.or.kr

침묵의 힘을 발산하는 나무 조각 ● 어울아트센터는 2018년부터 매년 예술적 가능성이 두드러지는 젊은 작가 네다섯 명을 선정해 개인전을 지원하는 작가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 '유망작가 릴레이'에 선정된 김현준은 『Dynamic of silence』란 타이틀로 신작들을 선보인다. 나무를 깎아 형태를 다듬는 작업에 매진하는 그의 예술세계는 한마디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점철되어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존재의 근원을 찾는 물음은 철학에서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의식에서도 하나의 항구성으로 존재한다. 김현준은 미술대학 조소과에 다니던 때부터 지금까지 예술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는 탐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현준_...._홍송_210×60×65cm_2020
김현준_...._홍송_210×60×65cm_2020_부분

지난여름, 김현준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날, 나는 먼저 작업실 밖 마당에 집적된 나무 둥지에 눈길이 갔다. 그는 직관적으로 처음부터 나무란 소재에 빠졌다. 고가의 원목을 구하기 쉽지 않던 학부 시절에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자투리 나무나 나뭇가지들을 주워서 작업했다고 한다. 무생물인 돌, 브론즈나 철재, 합성수지와 달리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살아 숨 쉬던 나무로부터 나온 이 재료는 인간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찾아가는 여정의 동반자로 자연스레 그에게 다가왔다. 나무가 자신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조각가 김현준과 나무의 관계는 운명적이라 하겠다.

김현준_Never ending (2)_홍송_37×97×62cm_2020

이번 전시는 바닥에 놓인 큰 목조 두 점과 벽에 걸린 목판 작업들로 구성된다. 누워있는 남자 조각상에서는 홍송으로 불리는 소나무의 연붉은 톤이 주는 따뜻함이 사람의 체온을 느끼게 만든다. 나무의 나이테 흔적은 조각의 표면을 부드럽게 일렁이는 물결무늬로 감싸 생명의 활기를 보여준다. 태아처럼 몸을 구부린 채 곤히 잠든 남자의 얼굴은 평온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단단한 나무 둥지를 통째 깎아낸 조각에서 풍기는 평화로움은 세 개의 큰 얼굴을 수직으로 구성한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각기 다른 방향을 보는 얼굴에서는 깊은 명상의 세계에 침잠한 적요(寂寥)가 지배적이다. 김현준이 말하는 '침묵의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듯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도약을 향한 에너지가 응축된 침묵의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

김현준_어딘가_무엇 (1)~(3)_혼합재료_39×23×9cm×3_2020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목판은 은행나무를 3.5cm 두께의 직사각형으로 평평하게 잘라 중앙의 움푹 파인 홈에 작가가 그린 그림을 덧붙인 작품이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내부에 저절로 생긴 홈 주변을 토치로 태우면 나뭇결을 따라 불꽃이 스며들어 점진적으로 파인 부분이 검게 물든다. 홈에 심은 작은 LED 전구는 화선지에 그려진 그림을 환하게 비춘다. 우리 몸 세포를 닮은 형태들은 빛을 받아 몽글몽글 증식하는 듯하다. 빛을 발하는 회화와 모든 빛을 흡수한 검은 나무의 대비에서 태동/휴지(休止), 삶/죽음이라는 인간존재의 순환이 엿보인다. 작가는 생명체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작품의 내면 공간과 외부 공간의 상호침투를 통해 대지의 호흡을 끌어안으려 한다. 나무의 틈 사이로 발산되는 빛을 보고 있자면 여기서 틈은 균열, 깨어짐, 혹은 엉성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 여백, 관용, 그리고 생명력을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지하의 '생명사상'에서도 틈이 핵심적인 개념인데, 이 시인은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는 틈이야말로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아름답고 진지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세상의 조건임을 강조했다.

김현준_Untitle_사진_55×26×1cm×2_2020

2014년부터 약 2년간 김현준은 60점의 목조 토끼 연작을 제작했다. 토끼띠 작가의 모습을 유난히 축 처진 귀를 가진 토끼에 빗대 험난한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때로는 방황하며 시행착오도 수없이 거듭하지만, 그는 결코 조각가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란 전제를 통해 그는 무엇이 조각이고 자신이 어떻게 조각가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탐색한다. 이 철학적인 전제는 꾸준히 작업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조각가 김현준에게 예술 행위의 진정한 가치는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나 혹은 완성된 작품 그 자체가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예술가와 작품 사이에 형성되는 유기적, 역동적인 관계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과정은 예술가에게 열린 사고와 무한한 가능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박소영

삶을 살아가다 보면 문득,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그 질문은 시공간을 고요하게 만들고 침묵을 가져온다. 하지만 언젠가 침묵은 침묵 속 무언가에 의해 깨진다. 그것이 또 다른 도약의 시작일 것이다. 새로움을 위한 동력... 그 '침묵의 움직임'을 이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 김현준

Vol.20201109c | 김현준展 / KIMHYUNJOON / 金鉉埈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