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베이2020 문장수집가 Survey 2020 CopiedSentence

whatreallymatters_레벨나인(rebel9)展   2020_1109 ▶ 2020_1129

wrm×rebel9_문장수집가_디지털 패널, 목재 설치물_244×260×854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whatreallymatters_레벨나인(rebel9) 콘텐츠 후원 / 월간 『디자인』

관람시간 / 11:00am~07:00pm

wrm space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46 L층 Tel. +82.(0)2.3144.1232 wrmatters.kr/project/exhibition/8775/

우리는 현재 내뱉는 목소리의 동시대성과 각자가 품은 과거에 대한 인상을 신뢰할 수 있는가? 경계를 알 수 없는 '국내 시각 디자인계'에서 20세기의 문장을 수집하는 여정은 이로부터 출발한다. ● 어떠한 구체적인 사건들을 뒤로한 채 일단락된 20세기는, 당연하게도 여러 가지의 중력 근처에서 일단락할 수는 없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국가의 수출 정책에 힘입어 1세대 디자이너들이 포장 디자인의 내공을 쌓으며 해외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동시에 모방을 경계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에게는 최초로 도안과가 생긴 이래 '00' 디자인 전공을 수차례 개설하고 개편하며 미래의 디자이너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영원한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었다. 멀리 유학을 다녀왔다는 디자이너들이 지금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한 활동과 그들과 같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컴퓨터 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공존한 시간이기도 했다. 형식만 놓고 보면 지금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사가 SNS가 아닌 지면에 소개되며 꽤 소란스럽게 열린 시간이었다.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자리만 있으면 부지런히 이야기된 시간이었고 그렇게 드러난 사명감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었다. 디자인 담론의 시작을 알린 몇 가지 출판물과 전시 역시 20세기의 끝자락에 자리한다. 또, 현재 굳건히 자리 잡은 디자인 회사와 닳도록 호명되는 유수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탄생하고, 세계적 행사와 디자인을 내건 정책을 도모하며 디자인의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wrm×rebel9_문장수집가_디지털 패널, 목재 설치물_244×260×854cm_2020

"그는 특히,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일이 내 안에서 저절로 설명되고, 그럼에도 그 일들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욱 수수께끼처럼 변해간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과거에서 끌어올린 그림들을 더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그것들이 과연 내가 기억한 대로 흘러갔던 것인지가 더욱 모호해질 뿐이라고, 왜냐하면 과거에 속한 그 무엇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경악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W. G. 제발트.『현기증. 감정들』. 199쪽) ● 밀레니엄이 비추는 조명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일은, 기억을 간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남으로써 과거에 대한 이해를 도리어 포기한 제발트의 여정이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언급을 미루면, 20세기는 오늘과 무척 닮았다. 이를 20세기와 21세기는 아주 가까운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체감상의 세월에서 이는 오히려 디자인계가 지닌 고질적인 혹은 숙명적인 성격을 읽는 단서가 된다. 그 시절의 기록은 두더지 잡기의 그것처럼 한 타에 정리되는 상황 정리를 거부한다. 불현듯 생명력 있게 우리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이것이 다른 어떤 기준을 선택하지 않고, 보편적 구분 아래 20세기의 문장을 수집한 이유다.

wrm×rebel9_문장수집가_디지털 패널, 목재 설치물_244×260×854cm_2020

『서베이 2020 문장수집가』는 2000년 이전에 국내 디자인 잡지의 글을 해체해 보여준다. 여기에서 다루는 문장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발화 시기를 지우면 최근의 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가를 기준으로 발췌했다. 시각 디자인이라는 분과를 유념하고 선정하였으나 산업 디자인을 다루는 글의 일부로 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 디자인 저술에서 나타나는 '시각 디자인'과 '산업 디자인'이라는 목적어의 혼재 역시 함의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 잡지는 그가 다루는 주제의 힘을 믿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려운 매체다. 따라서 여기에 등장하는 기록에는 국가 경제에 디자인이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 영감과 창조에 대한 환상, 찬사나 잔소리의 형태를 갖춘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가 있다. 동어 반복에 가까운 수많은 언어가 단순히 과거에 대한 냉소가 아닌 지금 이 영역의 골조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시, 현재는 우리의 몫이다. ■ 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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