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 - 진경

이진경展 / LEEJINKYOUNG / 李珍炅 / photography   2020_1107 ▶ 2020_1129 / 월요일 휴관

이진경_Portrait1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5×100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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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헤이리갤러리움 기획초대 사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헤이리갤러리 움 Heyrigallery WOMB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5 2층 Tel. +82.(0)2.2068.5561 www.facebook.com/heyrigallery.womb blog.naver.com/e_ccllim www.instagram.com/heyrigallery_womb/

깊어가는 가을 11월을 맞아 헤이리갤러리움은 이진경작가를 초대하여 『The Black - 진경』 사진전을 올립니다. ● 이번 헤이리갤러리움의 기획전에 초대된 이진경 사진가는 시각디자인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다 사진을 시작하여 2015년 그룹전 '틈'을 시작으로 2017년 첫 개인전 'Home, Sweet Home'과 2019년 'PROJECT:BLACK'을 통해 검정비닐봉지로 자신의 마음풍경을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헤이리갤러리움 권홍 대표가 "검정 비닐 봉지에 부여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가치와 그것들의 다양한 변주를 통한 형상과 감각의 구현이 모든 것은 신의 양태라는 스피노자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고 초대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듯이, 감각이라는 꽃들로 피어난 이진경작가의 『The Black - 진경』 사진전을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다 버리는 하찮은 검정비닐 봉지에도 신성이 깃들어져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헤이리갤러리 움

이진경_Portrait2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5×100cm_2019
이진경_Portrait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5×100cm_2019

이진경작가의 블랙 시리즈 작업은 다면적인 관점들과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씨앗과도 같다. ● 현실화에 대한 잠재성들을 이미 자신 속에 품은 씨앗처럼 작가의 작품은 하나에서 다수로, 존재에서 존재자로 그리고 세상의 양태들로 확장과 변주되어 구현되며, 작가는 이러한 형상들로부터 "감춰진 시간"과 "비밀을 품은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 따라서 작가는 형상에 대한 구현과 미시적 서사의 구현이라는 이중의 감각을 만들어 낸다 할 수 있는데, 특히 형상으로 나아가는 비가시적 생산 에너지를 운동과 생성의 차원으로 접속/변환시키는 것은 기존의 사진에서 새로운 출구를 여는 탈주의 선이라 할만하다. 이진경작가와 그녀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과 탁월함은 바로 이 지점이라 하겠다. ● 사진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사진은 카메라의 셔터가 끊어지는 순간 바로 만들어 진다는 즉발성에 있는데, 이진경작가의 작품들은 그런 즉발성과는 거리가 먼 또는 그것을 포함해 보다 확장된 영토로 나아간 작가의 작업이 매개 된 개념사진들이다. ● 이는 작가의 독특한 사진 작업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녀는 화가나 조각가처럼 스스로의 몸(손)으로 직접 작품을 완성시키는 사진 이전에 행해지는 조형작업을 한다. 이런 사진작업에 앞서는 선-사진적 작업은 작가가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이전에 이미 의도된 개념과 사유의 씨앗들을 자신의 손으로 완성시킨 작품 속에 발아시키는데, 이 씨앗들은 그 이후의 카메라에 의한 사진작업으로 인하여 자신이 구현 하고자 하는 형상으로 솟아 올라 감각이라는 꽃들로 피어난다 하겠다. ● 작가가 검은 비닐 봉지에 부여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가치와 그것들의 다양한 변주를 통한 형상과 감각의 구현은 인간과 자연, 자연과 기계, 생물과 무생물의 모든 대립을 넘어서 모든 것은 신(자연)의 양태라는 스피노자의 미학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만 신의 형상을 보는 기독교적 휴머니즘과 달리 동물이나 나무토막, 버려진 쓰레기에서 조차 신의 형상을 보는 미학적 사유다. ● 정크 아트와 아프리카 예술, 그리고 이진경작가의 The Black 작업은 이런 스피노자의 미학적 사유가 내재되어 구현된 예술들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다 버리는 하찮은 검은 비닐 봉지에도 신성이 깃들어져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진경작가의 『The Black - 진경』 작품들에 있다. 이진경작가의 헤이리갤러리 움 11월 초대 전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2020.11) ■ 권홍

이진경_108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75×153cm_2019
이진경_Mandara108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0×120cm_2019
이진경_Mt.0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75×153cm_2020
이진경_盡景山水-山03-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50×50cm_2020

검은 비닐봉지는 '감춤'과 '비밀'의 표상이다. ● 자신의 무엇을 품고 있는지 감추고, 입을 꼭 다문 채 비밀을 안고 버려지기도 하고, 숨겨지고 잊혀지기도 한다. 우리는 왜 그 연약하고 못생긴 검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야 안심이 될까? 그것이 자꾸 내 삶으로 스며들어 쌓여갔다. 그리고 나는 그 검은 비닐봉지에 나의 기억과 시간을 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그것을 열어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지나간 따뜻한 기억을 소환해내기도 한다. ● 우리는 왜 검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고 안심을 할까? 군중 속에 검은 패딩으로 나를 숨기고, 너와 내가 구별하기 힘든 익명성 속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튀면 안 된다. 오랫동안 들어온 말이다. 누군가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위험하다. 저 사람이 반역자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의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그리고, 내가 누군지 숨기기 위해 내가 가진 것도 숨겨야 한다. 내가 조금 전 약국에서 산 약도, 꼭꼭 숨겨둔 비상금도, 핏물이 고인 고깃덩어리와 머리가 잘린 생선의 몸뚱아리처럼 숨겨야 한다. ● 검정 비닐은 주로 음식물을 사면서 내 삶 속으로 들어왔지만 내 삶에서 떠날 때는 음식물 쓰레기나 타인에게 들키기 싫은 물건을 담고 사라지는 유용한 물건이다. 그런 검정 비닐봉지가 불편한 오브제로 발견된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던 엄마의 냉장고를 비워냈을 때였다. '검정 비닐봉지'들이 언제 산지 기억나지 않는 고깃덩어리, 미이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생선, 해묵은 고춧가루 같은 화석화된 것들을 토해냈다. 엄마는 '다 먹을 수 있는 것인데 왜 버리냐'며 다시 냉동실로 밀어 넣었다. 다시 냉장고 구석으로 웅크리고 앉은 검은 덩어리는 거기가 원래 자기 자리인 듯 몸을 숨겼다. ● 그렇게 삶의 한구석에 비밀을 담고 숨어버린 검은 비닐봉지는 길거리에서도 발견됐다. 비밀을 품고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아파트 그늘진 담벼락 아래에도 공원 벤치 아래에도 도로 위에도 무언가 품고, 그리고 무언가 품었다가 토해버린 껍데기처럼 버려졌다. 그것이 마음에 새겨진 후로 나는 시커먼 비닐봉지들을 모으기 시작했었다. 검은색의 불투명이 지니는 속성, 그것은 검은 내부로 기억을 삼킨다. ● 자기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감추고, 입을 꼭 다문 채 누군가 열어보기 전까지 구석에서 홀로 잊혀진다. 검정 비닐 속에 담긴 기억을 분실하고 은밀히 파묻는다. ● '검은 비닐봉지'는 잊혀지고 싶은 비밀을 담은 시간의 기억이기도 하다. (2020. 11) ■ 이진경

Vol.20201113j | 이진경展 / LEEJINKYOUNG / 李珍炅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