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숲 Uneasy forest

김해경展 / KIMHAEKYUNG / 金海卿 / painting   2020_1117 ▶ 2020_1129

김해경_양지마을로_캔버스에 유채_162×391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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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더플럭스 & 더플로우 초대展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더플럭스 & 더플로우 gallery the FLUX & the FLOW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2층 Tel. +82.(0)2.3663.7537 thefluxtheflow.com

인간의 욕망이 은폐된 숲에서 감지되는 불안의 정서에 관하여 ● 김해경 작가의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작업을 해왔는가를 보여주는 특징적인 전시가 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오면서 여러 주제와 내용을 다뤘지만 그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상 혹은 예술이라는 지점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어떤 것인가가 드러나는 작업들이었던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전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불안한 숲'이라는 주제를 통해 선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숲 혹은 자연과 관련된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작가가 그려낸 것은 일상적인 숲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개발제한 구역이라는 이름으로 특정한 목적에 따라 제한된 공간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그가 그려낸 공간이 개발제한구역 내의 숲이며 작가는 이 숲에 대해 작업하는 가운데 그곳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각성하게 되었음을 그의 작업노트에서 밝힌 바 있다. 그의 작업들은 일상 가운데 흔히 볼 수 있는 숲처럼 보이지만 이에 대해 작가가 '불안'이라는 독특한 정서와 시선을 드러내는 가운데 작업하게 된 것은 김해경 작가가 일상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대상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일상을 바라보되 그 이면을 향해 시선을 가져가고자 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작가가 그려낸 숲은 개발제한 구역이라는 이유로 표지판이나 철조망 등에 의해 사람의 접근을 금지 시켜 놓았기에 그곳에 있는 풀들은 다른 곳보다 더욱 무성히 자라고 있지만 그곳은 인적이 드물다는 이유로 인해 건축 폐자재 등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면 이 곳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한 자연이 아니라 쓸모없는 땅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바로 이곳을 금지와 욕망이라는 단어가 충돌하는 지점으로 보고 있다. 작가는 욕망이 단절되거나 거세되어버린 것과 같은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치된 욕망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감춰져 있거나 잠재되어 있는 상태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김해경 작가가 그려낸 숲은 매우 평온해 보일 수도 있는 풍경인 것 같지만 휴화산이 잠시 마그마를 머금고 있을 뿐 화산활동이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언제 엄습할지 모르는 욕망의 폭발이 예견된 매우 불안정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경_양지마을로-2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20
김해경_양지마을1로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20
김해경_양지마을로-4_캔버스에 유채_130×130cm_2020

작가는 그러한 가상적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들에 대해 위치를 표시하는 기호만을 그의 시선이 머문 곳마다 표시해 둠으로써 평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평온한 곳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숲의 풍경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이를 근거로 그곳에 감춰져 있는 세계 전체를 가시권 안으로 가져오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 숲의 풍경에 잠재된 욕망의 폭발력을 마치 반어법을 사용하듯 무엇을 지시하는지 알 수 없는 좌표들만 냉정하게 남겨놓음으로써 미지의 사건과 그것이 일어날 장소에 대한 추측과 상상만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종결되는 지점에서 드러나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김해경 작가가 그려낸 숲의 풍경에서 보이는 것처럼 황무지처럼 보일 수도 있고 자연 본연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욕망하는 인간의 시선은 인간 내면에서 분출되는 수많은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촉매제가 될 수밖에 없다. ● 그런데 김해경 작가는 그 가상의 세계를 분출시켜 눈앞에 판타지의 세계를 그려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의 제한선 안에 억제된 숲, 폐기물들만 나뒹굴고 있는 숲, 마치 적막이 흐르는 것 같은 숲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그 적막함 속에 알 수 없는 것들이 은폐되어 있는 것 같이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속성이 끝도 방향도 알 수 없는 욕망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간의 현실은 결국 이 욕망이 꿈틀대고 있는 매우 불안정한 기반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불안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작가는 단지 이 불안의 정서만을 노출시킴으로써 바로 이 불안이 야기하는 수많은 욕망의 판타지 장면들에 대한 상상력을 그의 작업을 감상하는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김해경 작가가 그려낸 고요해 보이기도 하고, 적막해 보이기도 한 숲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승훈

김해경_양지마을1로-2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20
김해경_양지마을 입구_캔버스에 유채_112×194cm_2020
김해경_양지마을로-3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20

불안한 숲 ● 나의 작업은 내가 사는 지역 인근의 도시개발 제한구역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이자 '현실'이라 말할 수 있는 특정한 장소와 그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상'이라 일컬을 수 있는 장소를 풍경으로 제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작업 가운데 등장하는 장소를 표시하는 심볼들은 과거나 미래에서 미지의 사건들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지점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차원에 있는 미지의 장소가 현실과 겹쳐지는 지점을 표시한 것일 수도 있다. 현실과 이상,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질적인 간 극을 오가는 지점들은 사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특정한 지역의 개발 혹은 보존에서 드러나는 욕망이거나 이념적 갈등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가져온 풍경일 뿐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 비대면 시대가 곧 올지 몰랐던 올해 초, 도심이지만 인구 밀집도가 적고 그나마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경기도 과천 선바위역 근처에 작업실을 옮겨왔다. 새로 이사한 도시는 최근의 수도권 도시개발 정책 발표 후 시내의 낡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도시 재개발과 시 경계면 그린벨트 지역의 대단지 택지개발이 한창인 곳이다. 작업실은 지금의 개발 지역과는 좀 떨어진 곳이지만 동네 입구에서 중심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풀과 나무가 무성한 개발제한구역을 몇 군데 거처야 했다. 개발제한구역이란 도시의 무절제한 팽창을 막고 도시민의 건강에 필요한 주변 녹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공간이다. 우거진 나무 사이에 대나무 숲도 보이고 어떤 곳은 여러 가지 묘목을 심어놓았거나 소규모 농작물을 경작하기도 하지만 그곳은 대부분 버려진 쓸모없는 땅으로 주변의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초록색 팻말 아래 철조망이 외부로 처져 있었다. 어떤 구역은 경계선 안으로 집터는 잘려나갔고 오래되어 보이는 대문 기둥과 파손된 벽이 일부만 남아있기도 했다. 나는 작업실 주변을 산책하며 그곳에 남은 자연의 모습과 삶의 흔적들을 하나둘 관찰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곳은 이상적인 형태의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숲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기에는 주변의 도시 개발과 보존 등 매년 바뀌는 토지개발정책과 인간의 이기적 행위로 인해 점점 훼손되어 가는 숲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지난 전시 '남겨진 일상'(2018)이 도시의 일상풍경에서 만난 삶의 흔적을 작업의 소재로 다루었다면 이번 전시 '불안한 숲'(2020)은 작업실 주변의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의 풍경에서 마주친 일상의 흔적이 작업 속 소재가 되고 있다. 그린벨트라 불리는 개발제한구역의 현장은 원래 개발의 욕망과 금지의 이중성을 내포하는 불안정한 곳이다. 게다가 숲 가까이 접근해보니 일상과 개발의 흔적이 그곳 현실로 남아있었는데 한때 인간의 욕망이 자연 안에서 선명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작품에 자연을 들이고 삶의 흔적들을 그려 현실과 이상의 간 극을 만들고 사건이 생성될 곳을 표시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해경_양지마을1로-1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20
김해경_양지마을1로-3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20

최근 작품 「양지마을로」 162x391cm, oil on canvas, 2020. 는 쓸모없는 땅 위에 펜스, 건축폐기물과 문짝, 이불, 낡은 집터가 뒤쪽 푸른 숲과 대조를 이루는 빛바랜 풍경이 있는 작품이다. 지난 일 년간 작업실 주변 개발제한구역에서 틈틈이 사진을 촬영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풍경 속 배경을 밑그림으로 그린 후 그곳에 벌어진 각 각의 사건들을 재배치하여 실제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 작품에 등장하는 펜스는 일상의 흔적에서 철조망이자 인간이 넘어가지 못하는 금지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풍경의 장소 이미지로 가져왔다. 펜스 안쪽은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고 평화롭게만 보이지만 도시개발 등으로 보이지 않는 곳은 분주하게 들썩이고 있다. 우측 펜스 너머 바닥에 버려진 건축폐기물은 삶의 흔적으로 인간의 욕망처럼 느껴졌다. 개발제한구역이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극이 늘 존재하고 그곳에 다양한 욕망이 생성되고 있는 곳으로 연상하게 한다는 점은 내가 이 현장을 주목하게 만든 이유이다. 또한 인간은 새로운 욕망의 흔적을 생산하는 일을 반복하고 자연은 쓰고 버려진 삶의 흔적을 오히려 끌어안고 흡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화면의 바닥에 널브러진 사물들과 오래된 집터의 형태나 색감을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처리했다. 마지막으로 그림에서 폐허의 기둥 사이와 잡초가 번진 노지의 알 수 없는 지점들 위로 장소를 가리키는 아이콘을 그려 넣었는데 그렇게 아이콘이 그려진 곳은 지역의 지난날 또는 앞으로의 예측불허한 어떤 사건이 일어날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작품에서 전체 화면을 도판으로 사용하듯 그림 위에 아이콘이 개입되었으며 마치 숲이 상처를 입고 남긴 흔적처럼 보이도록 푸른 빛이 도는 회색으로 옅게 칠을 했다. 아이콘은 욕망이 생성하는 혹은 이미 생성되었던 지점에서 작품의 중간중간 특정한 어떤 변화의 징후나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장치이다. 작품 「양지마을로, 입구,-2,-3,-4,」, 「양지마을1로, -1,-2,-3」 시리즈에서도 그러한 아이콘은 방치된 일상의 사물이나 수풀이 우거진 대지 위에 불현듯 환영처럼 출현하여 실제 풍경과는 다른 차원의 비현실적이고 예견할 수 없는 색다른 공간을 만나게 하였다. ● 이번 전시 '불안한 숲'(2020)은 도시개발 제한구역이라는 특정한 지역이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그 숲이 사라질 조짐이나 징후들을 그려낸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 그곳에서 발견되는 욕망이 바로 나의 내부 한 편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말해 내 눈앞에 보이는 폐자재와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드러난 풍경들은 도시개발을 통해 인간 내부의 욕망을 극대화하고자 한 것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 드러난 실체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나의 실체가 그 풍경을 통해 발각된 것 같다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는 말이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 풍경 사이에 서서 내 시선이 머문 지점을 서성이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와있는 것인지, 내가 어느 곳을 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2020.11.2.작업 노트에서.) ■ 김해경

Vol.20201117e | 김해경展 / KIMHAEKYUNG / 金海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