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하늘 새 땅

고영환展 / GOYOUNGHWAN / 高榮煥 / sculpture   2020_1118 ▶ 2020_1130

고영환_삶_목재_129×45×30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고영환 블로그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20_1118_수요일_05:00pm

후원 / 충청남도_충남문화재단_충남도서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충청남도 도립도서관 CHUNGNAM LIBRARY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읍 도청대로 577 충남도서관 2층 기획전시실 Tel. +82.(0)41.635.8000 library.chungnam.go.kr

고영환- 물질의 관점에서 보는 조각 ● 고영환은 이른바 전천후 생활조각가이다. 자신의 작업을 비롯해 우리의 삶에서 요구되는 모든 실용적 차원의 조각들을 두루 망라해 작업 하고 있다. 이곳 조각계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그러나 공공조형물 제작과 자신의 작업을 동시에 겸비하는 상당수 작가들의 경우를 비춰보면 이레적인 것도 아니다. 이른바 순수미술과 실용적 차원의 구분과 경계를 의도적으로 폐기하고자 한 것은 20세기 초 이래 줄곧 시도되어 온 일이다. 현대미술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 인식의 폭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미술과 미술 외의 것들의 구분이 과연 가능한가를 질문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어쩌면 오늘날 미술이란 미술과 비미술 사이에서만 가능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도 같다. 둘의 접점을 부단히 좁혀나가거나 둘의 교집합 내지 그 둘의 영역을 섞어버리는 전략들도 번성하고 있다.

고영환_삶_목재_38×32×18cm_2006

고영환의 작업은 목조, 석조를 주축으로 하고 특정 형상의 재현이나 종교적 도상, 그리고 유기적인 형태를 연상시키는 추상조각 등을 시도하고 있다. 얼굴, 꽃, 산, 모자(母子), 난 등을 연상시키는 형상들이 자연에서 추출한 것들이다. 공통적으로 재료 자체의 형태와 재질, 물성을 가능한 유지하면서 그 원재료의 특성과 맞물리는 선에서의 최소한의 형상과 이미지를 추출해내고 있다는 인상이다. 다분히 연역적인 발상이다. 이런 인식은 그가 공사 현장이나 주변에서 수습한 콘크리트 파편이나 철근이 박힌 시멘트 덩어리들을 활용한 작업에서 돋보인다. 실은 그의 모든 작업이 이렇듯 우연히 발견한, 채집한 나무나 돌로부터 발원한다. 주어진 기존의 여러 물질이 작가의 상상력을 건드리고 특정 형상을 암시하면서 작업은 이루어진다. 이미 물질 자체가 작가에게 말을 건네고 그 물질 안에 박혀있는 특정 형상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재료 자체에서 연유하는 물활론적인 상상력에 기반 해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 작가의 기본 어법이다.

고영환_삶_목재_75×55×25cm_2007
고영환_Bloo-ming_목재, 동선_50×29×20cm_2009

현대추상조각은 조각을 형상으로부터 해방시켜 이해함으로써 대상의 본질과 재료의 본질을 일치시키고자 한 시도였다. 고영환의 작업은 돌과 나무에서 자신이 본, 상상한 형태를 추적한다. 우선적으로 주어진 물질을 보는 일에서, 그것으로부터 몽상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상상하기는 이미 자신의 의식에 자리하고 있는 경험적인 것들의 소산일 수도 있고 물질 자체의 피부나 형태로부터 매번 새롭게 발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과연 작가로부터 기인했는지 혹은 물질로부터 발원했는지의 차이는 좀 애매하다. 어쩌면 그 둘이 동시에 맞물렸을 수도 있다. 조각이란 환영을 기본으로 하는 회화와 달리 물질의 구속력이 그만큼 절대적이다. 그것은 이미지이기 이전에 부정할 수 없는 물질이다. 동시에 그 물질은 보는 이의 시선과 정신을 자극해서 특정 이미지나 모종의 서사를 발생시키는 근간으로 작동한다.

고영환_Bloo-ming_목재, 석재, 철재_32×48×21cm_2009
고영환_어떤 삶_석재_60×37×10cm_2000

고영환의 작업은 순수한 조형세계에 겨냥되어 있다기보다는 특정한 형태를 부단히 연상시키는 선에서 이루어진다. 우선적으로 사람의 몸이나 자연의 어느 형태를 연상시킨다. 극히 제한된 유형의 상들을 절제된 방식으로 재현하는 작가의 작업은 최소한의 이미지와 조각의 물성이 만나 이룬 풍경이다. 단순성과 정지감 속에서도 생명력을 감지시키는 조각이다. 고졸하고 소박하면서도 인위적 흔적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물질의 내부에서 자연스레 형상을 불러내려는 이러한 시도는 서구모더니즘 조각과 동양적 사물관, 자연관이 맞물린 흔적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유기적 생명체로서의 조각적 전통과 한국 현대조각의 주된 특성의 하나인 가능한 인위적인 것을 지워나가면서 물체를 물체로서 되돌려주고자 하는 조형에 대한 사고가 겹쳐있다. 따라서 자연과 기교, 물질과 정신, 형태와 의미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균형을 추구하고자 한 시도다. 그는 돌과 나무를 생명체로 다룬다. 한국인들은 자연, 물질을 그대로 생명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 물활론적이자 자연을 영성스러운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는 여전히 한국 미술의 독특하고 중요한 지점이다.

고영환_율_석재_42×50×12cm_2017
고영환_길_석재_46×14×7cm_2019

작가는 돌과 나무의 물성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단순한 형상을 안긴다. 과도하게 만지거나 무엇을 의도해서 제작했다는 느낌을 최소화시키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유머와 유희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 그는 우연히 주운 돌, 나무, 콘크리트 파편을 발견했다. 그 물질이 묘한 형상과 강렬한 느낌, 생기 있는 것으로 다가왔고 그는 그것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았다. 그러는 순간 문득 그 물질이 또 다른 존재로 환생하는 상상에 빠진다. 이때 작가는 약간의 손길을 얹혔다. 그러면서도 요구되는 것은 보다 세련된 조형감각과 완벽한 마무리일 것이다.

고영환_골고타_목재, 컷팅날_50×36×10cm_2009
고영환_가족의꿈_폐콘크리트_110×140×50cm_2011

여기서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은 형의 없음이 형의 있음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 안에서 찾는 일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작가는 무엇인가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표현하는, 이른바 주체중심의 제작이 아니라 물질을 통해 형/형상을 발견하고 이를 자연스레 제시하는 방법론을 취한다. 사물과 자아, 주체가 그 어느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접점에서 존재한다. 이는 조각이 무엇보다도 주어진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한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작가란 존재는 사물에 말을 건네고 그 물질의 내부와 의미를 깊이 있게 읽는 존재다. 고영환의 작업 역시 그 지점에 겨냥되어 있다. ■ 박영택

Vol.20201118a | 고영환展 / GOYOUNGHWAN / 高榮煥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