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憧憬)하다

최선주展 / CHOISUNJOO / 崔善珠 / painting   2020_1119 ▶ 2020_1209 / 주말 휴관

최선주_동경하다_캔버스에 혼합재료_91×116.8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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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 휴관

수호갤러리 SOOHOH GALLRERY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174-1번지 더샾스타파크G-24 Tel. +82.(0)31.713.0287 www.soohoh.com

동경하는 자아, 조화를 깨닫는 시간 ● 최선주가 풀어내는 작품의 핵심코드는 '조화와 동경'이다. 안전한 세상을 만난 듯한 묘한 풍만감, 조화로운 색감 안에 자리한 동화 같은 세계, 현실인지 유토피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아득하게 쌓여가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어딘지 따뜻함을 느낀다. 최선주 작가의 알레고리로 가득한 아름드리 공간은 이전에 비해 풍부한 색감과 평화로운 시선을 바탕삼아 단단해진 느낌이다. 감정을 품은 다양한 상징물들은 채집하는 대신 손의 감각에 따라 세밀하게 묘사되었고, 시간을 투사한 안정감 있는 선들은 '시간성'을 담아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의도된 아름다움, 그럼에도 작품 안에 사회적 메시지나 어떤 이슈를 담으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작가의 삶을 관통한 순수한 모티브들이 모여 우리를 동경어린 진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상적 세계에 대한 간절함(憧憬), 조화를 위한 중심의 발견(動徑),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깨우침(童憬) 등, 동경(憧憬, 動徑, 童憬)에 관한 해석 또한 다의적이다. 안개처럼 드리웠던 시간들이 그림 안에서 거둬지고 작품 속 세계가 실재가 된다는 희망, 마음을 비우고 빛의 문으로 들어간다는 느낌, 작품을 보노라면 어느새 시간의 계단을 밟고 고통 없는 영원한 구원을 받을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든다.

최선주_새장과 사슴2020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90.9cm_2020
최선주_인형과 전등_캔버스에 혼합재료_90.9×72.7cm_2020
최선주_구름과 사슴01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90.9cm_2020

지극히 사적인, 발견된 사물들과의 대화 ● 혼란한 시간 속에서 추상과 구상,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고민해온 작가는 이를 영리하게 융합시킴으로써 작품 속에 오늘의 흔적을 담아낸다. 정치적 담론이나 사회비판적 이야기들은 최대한 배제시켰다. 사적 대화, 오로지 자신만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이 타인과 만나는 장이라는 공적 영역은 포기하지 않는다. 아마도 2011년에서 2014년까지 작업을 할 수 없을 만큼의 내면이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극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꽃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들의 삶이었다. 외연으로 치장된 SNS 속 가상공간의 타인들은 늘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도 치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품의 소재가 되는 사물들은 본래 기능을 하지 않는 작가의 세계 속에서 재해석된 알레고리적 상징물들이다. 작가는 이들 사물에 각각의 우의(寓意)를 부여하고 관객들과의 링크를 통해 유토피아(영적세계=동경=돌아갈 곳에 대한 믿음)로의 평안을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최선주 만의 상징은 무엇인가? 최선주 만의 공간은 무엇인가? ● 이 질문을 완성하기 위해 2020년 10번째 개인전에서는 기법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였다. 이른바 형식실험, 디지털 포토콜라주로 표현했던 다양한 상징물들은 모두 페인팅으로 전환되었다. 이미지채집에 대한 솔직함과 진정성, "왜 이것을 콜라주로만 표현해야 했는가? 그릴 수 있는 것인데 왜 쉬운 길만 가려 했는가?" 표현방식에 대한 반성이었다. 물론 작가의 작품들은 에디션보다 다양한 층차를 활용한 단일형 작업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완성도를 중시하는 성향은 그려야 한다는 갈망과 동경하는 세계를 향한 욕망 사이에서 더욱 가시화 되었다.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은 여행가방·구두·새장·인형·사슴 등의 자전적 조형요소들과 더불어 자유로운 추상공간 속에서 답을 얻게 되었다. 컨텍스트로서의 추상과 텍스트로서의 구상, 이 양가적 대상의 조화는 작가가 풀어내야할 숙제였고 이번 신작들이 만들어진 배경이 되었다. 최선주의 공간은 갇혀있는 현실세계를 탈출시켜줄 조화와 가능성의 세계이다. 새로이 등장한 가로선(수평선)은 대상과의 균형을, 조화의 중심 같은 역할을 한다. ● 지속적으로 등장해온 상징물들을 해석해보자. 초기부터 등장해온 여행가방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새장은 갇혀있는 자신의 오늘(현 상황)을, 구두는 외출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들 대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와 존재를 향한 다양한 질문들로 바꿔나갔다.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에 따라 그 어느 쪽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는 깨달음은 결국 최선주의 세계관이 자기실존(自己實存)에 있음을 보여준다. 조형적인 매력에 사로잡혀 모티브로 삼아온 사슴은 맑은 영혼의 상징으로 작가 자신이 투영된 대상이다. 인형 역시 자신을 직접 그릴 수 없는 욕망을 대체한 대상인데, 이들 모두 크기가 확대되지 않고 비슷하면서도 작게 표현된 이유는 사물도 어느 하나에 집중되기보다 조화와 균형 속에 자리하기를 바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른바 정반합(正反合)의 우주적 질서, 치우치면 규제하는 힘이 강해진다는 작가의 믿음은 그러하기에 겸손하면서도 충만하다. 갇혀있는 자아에서 열린 자아로 나아가는 오늘의 변화는 평면적인 작업에서 공간감 있는 작업으로의 전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선주_천사와의 대화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80.3cm_2020
최선주_시간의 흐름속에서01,02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8×91cm×2_2020
최선주_촛대2020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60.6cm_2020

발견-묵상-치유, 그림으로 인한 구원 ● 일상생활 속에서 포착되는 부분들을 잡지·인터넷·직접촬영 등의 방식으로 채집해온 작가는 내면의 공백을 깨고 2015년 「사적인 대화Ⅱ」, 2017년 「은유적 자화상」 등에서 기존작품보다 활기 있는 분위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2018년 「비밀의 정원」에서는 평면적 요소가 주지 못하는 중첩의 느낌을 면 분할과 상징적 대상들의 집합 속에서 찾았다. 부분과 전체의 합은 공간의 확장 속에서 억압과 욕망을 해방시켰고, 한편의 잘 쓰인 상징주의 시를 읽는 듯한 시(詩) 같은 그림을 창출했다. 유칼립투스는 종교적 해석을 담아 생명의 나무이자 천국을 꿈꾸는 삶으로 대체되었다. 물병은 목마름의 샘을, 상자는 감춰진 비밀을, 오디오는 음악이 주는 유희를, 목마는 어릴 적 기억을, 구두는 유혹을, 사슴이 있는 접시는 행복했던 기억들을 상징했다. 긍정적인 유희의 언어들이 여러 대상의 조합 속에서 다채로운 상상의 길로 우리를 인도한 것이다. ● 1회 개인전 당시의 설치 역시 선악과로 대체된 지식사회의 거꾸로 매달린 욕망을 사물로 전이시켜 표출함으로써, 욕망의 원형과 사고의 확장에 대한 질문 속에서 '의심과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전도된 시각을 표현했다. 이러한 사유방식을 작가는 'Hunting'으로 정의하는데, 이는 사슴의 마음을 훔치는 것과 유혹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사유 속에서 사슴의 뿔이 나무가 된다는 상상을 낳았고, 자주 등장하는 나무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작가의 나무는 바로 나뭇가지들이 겹쳐있는 얽혀진 생각의 줄기를 말한다. 마치 인형의 비율을 자라지 않은 자아에 빗댄 것처럼, 작가의 작품 속 대상들은 상징 없이 존재하는 것이 없는, 의미를 가진 알레고리의 세계인 것이다. 외로운 자아를 그려낸 촛대의 상징이 균형 하는 세계로 자라나기 까지 약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가는 현실적인 삶과 종교적인 갈등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몰입했고, 세상이 자신을 비난한다는 공포로부터 벗어나 수직·수평·균형감을 위한 선들을 감정의 색들과 융합시킴으로써 과거보다 밝아진 가능태(可能台)의 공간을 구현하였다. ● 다시 지금-여기의 신작들로 돌아와 보자. 베이스에 사용된 다층적 색은 오늘의 감정을 표현하고, 조형적 요소를 위해 활용된 프린트는 생각의 나무와 구름으로 이전 작업과의 연결성을 도모한다. 모티브가 되는 소박하면서 작은 상징물들은 여전히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개체들이다. 작가는 상징물을 유화로 그려내고 추상적인 선들을 의도적으로 정리하고 균형을 맞추면서 추상과 구상의 조화로움 구현하였다. 추상이 주는 자유로움과 노동집약적인 구상 작업의 결합은 완성도 있는 작업을 향한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미 오래전 불완전한 삶의 언어를 사랑과 조화 속에서 찾아낸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방편으로 진리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동경하는 삶을 향한 행동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조화는 모든 것 안에 신성함과 완전함을 불어 넣는다. 불행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용감한 자의 특성이다. 모든 의지와 욕망의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무엇을 꿈꿔야 할지, 무엇을 행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예술은 이 불완전함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완전함? 혹은 그 자체로서의 나약함?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불완전하면서도 나약한 인간을 향해 최선주는 작품을 안식처이자 자아를 발견하는 시공간의 영역으로 구현하였다. 작품을 향한 치열한 과정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진리는 "키워드를 발견하고 질문을 공간속에서 만들고 자신에 대한 답을 찾는 소통방식" 그 자체인 것이다. ■ 안현정

Vol.20201119i | 최선주展 / CHOISUNJOO / 崔善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