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매듭

구윤지展 / GUYUNJI / ??? / installation   2020_1120 ▶ 2020_1206 / 월,화요일 휴관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7:00pm 주말,공휴일_01:00pm~06:00pm / 월,화요일 휴관

상업화랑 문래점 SAHNG-UP GALLERY MULLAE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755 (문래동3가 54-43번지) 6호건물 2층 Tel. +82.(0)10.9430.3585 sahngupgallery.com sahngupgallery bit.ly/3mILzyF

『괜찮은 매듭』: 더 괜찮은 매듭을 향하여 ● 『괜찮은 매듭』은 구윤지 작가가 지난여름 『Mr. Today』(2020.07.17 – 2020.08.02)에 이어 상업 화랑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평소 '개인'과 '역할' 사이, 혹은 이면에 자리하는 '기대'에 천착해온 작가는 개인과 역할, 기대가 서로 공명하고 불일치하는 지점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어떤 일이나 대상이 원하는 대로 바라고 기다린다는 의미의 '기대(期待, expectation)'는 바램, 소망, 일말의 욕망, 의무가 뒤섞여 보이지 않는 막연하고 암묵적인 기준을 향해 있다. 내가 되고자 하는 것, 상대가 응당 해주기를 바라는 것, 사회적으로 요구된다고 믿어지는 '괜찮은', '멀쩡한' 정도에 질문을 던진다. 이는 가시적인 갈등의 차원이 아니며, 애써서 보지 않으면 금세 모습을 감추어 포착하기 어렵다. 작가는 우리 사회와 관계 안에서 미묘하게 작동하는 '기대'의 메커니즘을 포착하고 '괜찮음'이라는 환상을 드러낸다.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지난 전시를 관통하는 '미스터 투데이(Mr. Today)'라는 인물은 스스로의 기대에, 사회의 기대에, 그리고 미래의-그럴 법한-자신에게까지도 부응하려 애쓴다. 「Let me introduce U」 연작에서는 네가 누구냐는 질문에 눈을 맞추고 대답하는 대신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 전형적인 자기소개서를 읽고, 「Mr. Future」에서는 역술인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들은 자신의 미래 모습을 지침처럼 마음에 새긴다. 평범하고 화목한 환경에서 자라 괜찮은 학점과 무난한 성격을 지닌 미스터 투데이, 사주팔자에 따르면 화도 없고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꽤 있는 그/그녀는 이토록 열심히 모나지 않고 쓸모 있는, '괜찮은'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음'에 부응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다. 점멸하는 현관 등의 아슬아슬함 사이로 한껏 팔을 휘저으며 어색한 낭독을 이어가는 미스터 투데이의 모습에 기시감과 함께 실소가 나오는 것은, 그의 '엉성한 틈'에서 우리 모두의 민낯을 발견하기 때문이리라. 작가는 개인과 역할, 기대가 충돌하는 지점으로서 틈을 드러내며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환기한다. 기대를 뒤집어쓴 페르소나는 땀에 젖은 방역복처럼 때로 버겁고, 우리는 결코 하얀 옷 뒤 날것의 미스터 투데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모습은 서툰 몸짓 같은 찰나의 틈으로만 포착할 수 있다.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괜찮은 매듭』에서 작가의 탐구는 미스터 투데이의 개인적 차원에서 '관계'로 나아간다. 이들은 이제 페르소나를 세상에 드러내고, 노출된 정보의 파편으로 서로를 유추하고 기대하며 소통을 한다. 작가는 미스터 투데이들의 거창하지 않지만 미묘한 균열이 지속되는 일상을 파고든다. 자기소개서를 읽던 미스터 투데이는 이제 「완벽한 이야기」에서 결혼서약서를 읽고, 결혼생활과 육아의 복판에 놓인다.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출근을 준비하는 남편과 아기를 돌보는 아내의 괜찮아 보이는 아침 풍경은 언뜻 이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암묵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 우리는 방역복 뒤의 미스터 투데이처럼 이들의 진짜 표정과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알 수 없다. 하나가 되겠다는 아름다운 서약의 음성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각자의 모습들은 시차를 두고 끊임없이 충돌하고 불일치한다.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기대의 불일치는 「할리 찾기」와 「포장해 주세요」에서도 이어진다. 돈을 갚지 않고 마음도 저버린 연인에 대한 감정을 토로하는 「할리 찾기」는 어떤 미스터 투데이의 서술을 따라간다. 배신한 연인을 찾아낼 마지막 물건인 바이크를 온라인 지도의 로드뷰를 통해 추적하면서, 화자는 단편적인 기억, 관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상대에 지녔던 기대가 어그러짐에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의 감정은 상대에게 직접 닿지 못하며, 복수극은 음성과 단편적 이미지들을 통해 추정된다. 이처럼 「할리 찾기」에서 누군가의 긴 이야기를 채집한 작가는 「포장해 주세요」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미스터 투데이식의 소통을 탐험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회성 만남 방식으로 타인을 만나 쓸모를 다한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다. 개인의 이야기를 깊게 듣는 대신 닉네임과 판매 목록 등으로 상대를 유추하고 추정하며,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짧고 간결하다. 작가에게 남는 것은 미스터 투데이의 물건이다. 사용 흔적과 스스로 드러낸 단편적인 정보로 그 사람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감정 어린 긴 이야기 속 미스터 투데이와 내게 화분을 건넨 미스터 투데이 중 내가 더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작가는 일련의 실험과도 같은 선택-소통-구매의 과정을 거치며 관계 맺기와 기대의 충돌을 고찰한다.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구윤지_괜찮은 매듭展_상업화랑 문래점_2020

미스터 투데이들의 관계 맺기는 매듭의 속성을 닮아있다. 매듭은 서로 다른 끈이 만나 꼬이고 묶이면서 더 튼튼하게 결속되거나 특정 모양을 이룰 수 있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으며, 잔 실이 튀어나오거나 어느 순간 풀려버릴지 모르는 긴장이 내재되어있다. 접합이 아닌 한 때의 묶임, 영속적이지 않은 이러한 일시적 결합에는 틈이 있다. 이처럼 작가가 끊임없이 드러내는 '엉성한 틈'은 공공연한 '괜찮음'이라는 기준의 모호함을, 개인적・사회적 기대로 점철된 페르소나 이면의 무언가를 묻는다. 괜찮은 사람, 그리고 괜찮은 삶. '괜찮음'은 무엇이며 과연 성취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으레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이 전시는 '틈'에 대한 이야기다. ■ 김혜린

Vol.20201122e | 구윤지展 / GUYUNJI / ???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