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ble and Invisible Drawing

여승열展 / YEOSEUNGYEOUL / 余承烈 / painting   2020_1122 ▶ 2020_1129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오일파스텔_65.1×53cm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81026f | 여승열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스퀘어원 SQUARE1 인천시 연수구 청능대로 210 4층 문화홀 Tel. +82.(0)32.456.4000 www.square1.co.kr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이 대유행한 지 벌써 1년이 다가온다.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으며 일신이 제한되고 여유조차 찾기 어려워진 시점에서 미술계에 불어 닥친 현실도 만만치 않다. 미술관과 전시공간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다시 열기를 반복하였으며 많은 전시행사가 취소됨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여승열 작가의 개인전 소식은 어려운 현실을 뚫고 묵묵히 작업해 나가는 많은 예술가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우리 사회는 그동안 거대 담론을 화두로 했던 지나친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생활반경이 제한된 개인의 일상 속 내 가족, 내 이웃,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잊고 지내왔던 개인 자신 및 그 주변과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새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여승열 작가는 인물화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 주변의 지인들을 소환하였다. 목탄이라는 친숙한 재료를 가지고 작업한 드로잉을 통해 평범한 개인이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사진이라는 매체에 익숙해진 우리 세대에게 인물화라는 지극히 클래식하면서도 실제로 일반인들이 직접 접하기는 쉽지 않은 매개로 보통의 개인이 인물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 귀족 및 성직자 등 특별한 계층만이 그려졌던 인물화, 종교화, 그리고 역사화에서 빌려온 전통적인 주제를 일상적 삶의 모습에도 부여하여 개인, 즉 노동자, 농민, 그리고 일반 하층민들이 회화로 그려졌던 사실주의(Realism) 사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작가는 굳이 사실주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염병으로 제한된 현재 상황에서 평범했던 일상과 친구 및 이웃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면서 예술이 가진 표현과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를 돌아보려 한 것이다.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작가의 목탄 시리즈 작업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목탄 시리즈에서는 풍경을 표현하였다. 작가는 철조망 주변 및 그 너머 보이는 나무와 숲, 자연을 소재로 삼으며 철조망 너머 공존하는 단절된 사회, 더 나아가 분단된 국가의 현실을 은유하여 일상의 풍경 안에 소리 없이 담았다. 목탄을 이용하여 평범함 속에 존재하는 작가 주변 일상의 기록을 묵묵히 표현한 것이다. 이번 두 번째 목탄 시리즈 작업도 평범함 속 일상의 연속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생활 반경이 개인 주변으로 제한된 한계 상황을 1년 가까이 대하는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함께 생활하는 가족, 친구, 이웃, 동료, 그리고 공동체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무엇이 중요하고 조심하고 살펴야 하는지 그 범위가 명확해진 요즘, 작가는 주변에 늘 함께하는 친구와 지인들, 즉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상황이라면 작가의 작업실에 지인을 직접 초대하여 대화하고 소통하며 그 대상을 캔버스에 옮겼을 터였으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경계의 선을 유지하도록 하였고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거리의 선을 다른 방법으로 우회하여 구현하며 작품으로 극복하였다. 작가는 작업에 앞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2,30여년을 알고 지낸 지인들에게 작업을 위한 인물 사진들을 요청하였다. 작가에게 모인 지인들의 사진 이미지들은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단절된 현실에서 유일한 소통의 매개가 되었다. 지인들의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인물 사진들은-사진 속 인물들이 담고 있는 미소와 표정, 눈가와 입가 주름의 깊이가 무엇인지-그 살아온 삶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다. 작가의 눈을 통해 여과되고 작가의 손을 통해 재현되어 평범한 개인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아니었다면 작가는 그 주인공 한 사람, 한 사람을 작업실에 초대하여 그들의 삶을 탐구하고 기록하여 더 풍성한 작품이 되도록 할 수 있었겠지만 사진이라는 매개 만으로 이만큼의 풍성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아마도 캔버스 속 인물, 그들이 작가에게는 이미 익숙했던 이웃이라 이러한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여승열_인물_캔버스에 목탄_65.1×53cm_2020

이제 백신이 개발되어 이전보다 더 나은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기대하는 것 같은 예전의 평범한 일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맞닥뜨려야 한다 하더라도 예술가는 끊임없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작가 여승렬이 사진으로 작업한 이번 목탄 시리즈가 전염병이 지나간 이후, 새로운 주인공들을 직접 대면하고 작업하여 보통사람들의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으로 거듭나고 지속되기를 바란다. ■ 정수은

Vol.20201122g | 여승열展 / YEOSEUNGYEOUL / 余承烈 / painting